남자가 자신이 차버린 정부(情婦)를 끔찍이 싫어하듯이 그는 바다를 끔찍이 싫어했다. 그는 얼어붙는 돌풍이 몰아치는 속에서 거대한 활대들과 물이 뚝뚝 떨어지는 삭구들을 가지고 몸부림쳐야 했던 사람이 바다 생활에 대해 갖게 되는 증오심으로 그렇게 바다를 싫어했다.

(...) 뭍에서 생의 반을 살았던 콘라드에게 바다 생활은 늘 무료한 것이었다. 그는 실제로 경험한 것보다 나중에 회고했을 때의 바다를 훨씬 더 좋아했다. 그가 매리엇 선장에 대해 한 말처럼, "그는 첫째로 조국을 사랑했고, 두 번째로 봉사하는 것을 사랑했으며, 그리고 어쩌면 바다를 전혀 사랑하지 않았다."

콘라드는 너무나 다른 두 삶을 연결시키려 하면서 갑판(deck)과 책상(desk)을 비교하기를 좋아했다. 그는 바다에 간 것과 글을 쓰기 시작한 것이 모두 똑같이 알 수 없는 이유들 때문이었다고 주장했다. "나를 그렇게 몰아간 것은 알 수 없는 어떤 막연한 필연성, 완전히 베일에 싸인 설명할 수 없는 현상이었다." 바다에서의 삶과 문학적 삶 모두, 무한하면서도 숨막힐 듯한, 그리고 참을 수 없는 고독을 그에게 안겨주었다.    - 제프리 마이어스 <조셉 콘라드>(책세상), 196~197쪽

17년간 바다생활을 한 조셉 콘라드 보다 두 배 더 바다에서 지내야했던 나 역시 왜 바다에 갔는지, 왜 그토록 오래 배를 탔는지, 그리고 나이든 지금까지 문학을 좋아하고, 이렇게 잡글들을 써야하는지 이유를 알 수 없다. 또한 콘라드처럼 나도 바다를 너무 싫어했다. 10년간의 대서양 원양어선, 계속된 학교 실습선...선장이라는 막중한 책임감, 거칠고 힘든 생활, 고립감, 거기에 무료함까지 더한 바다생활은 단지 먹고 살기위한 수단일뿐이었다. 어느 한순간 긴장의 끈을 놓을 수 없는 낯선 항구의 입항, 야간항해, 혹은 협수도항해, 무시로 푹풍우와 마주해야 하는 바다는 결코 로맨틱한 곳이 아니다. 그런 속에서도 유일한 위안이라면 아마 자유롭게 책을 읽고, 글을 쓸 수 있는 정도였달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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