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양 능력은 한 분야에 제한되어선 곤란하다. 그것은 하나의 영역에서 다른 영역으로 옮아가는 것이어야 하고, 자기 영역 이외의 분야에도 열려 있어야 한다. 주인공 크네히트(헤르만 헤세 <유리알 유희>)가 음악을 통해 모든 사물과 형상 사이에서 내적 일치를 추구하는 것은 이 같은 보편적인 욕구 때문이다. 참된 교양 능력은 다양한 현상계의 상호 모순된 모습을 하나로 수렴시키고자 하는 데 있다. 그런 점에서 그것은 보편적 형성력이기도 하다. 그리하여 자기 분야에만 틀어박힌 채 자족하는 것이 아니라 그 좁은 울타리를 부수고 더 넓고 깊은 영역들을 향해 나아가려고 애쓸 때, 나아가면서 이 영역들 사이의 통일성을 모색할 때, 우리는 참으로 교양 있는 인간이 되는 것이다. - 문광훈 <조용한 삶의 정물화>, 184-185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