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무리 책을 좋아해도 읽는데 한계가 있으니 욕심껏 사들여서는 안 된다. 그렇다면 어느정도가 적당할까. 사상서나 두툼한 문학서들은 예외겠지만 일반적인 책들은 대략 3일~ 5일이면 읽을 수 있다. 따라서 한 달에 10권정도 구입하면 무난하겠다. 하지만 이게 맘처럼 되지 않는다는게 문제다. 도대체 절제를 모르는 이 지독한 책 욕심, 지적 호기심을 어찌할것인가. 시간적 여유나 독해력으로보면 도저히 불가능한데도 대책없이 사고 또 산다. 서가에는 빈 공간이 없어 틈새에 찔러넣는다. 이윽고 서가 귀퉁이나 책상에도 쌓여간다. 서가, 책상, 서재에 널부러진 책, 책. 책들.....

 

 언제 읽을지, 읽는다고 이해가 되긴 할지,  호주머니 사정은 어떤지, 한데도 이것저것 따질것 없이 일단 사고본다. 최근 구입한 네 권 짜리 칸트선집이 그런 경우인데, 지금 당장은 이해할 수 없더라도 언젠가 읽어낼 수 있겠지, 하는 막연한 기대감으로 구입부터하고 보는거다. 무슨 수를 써서라도 여하튼 손에 넣어야 직성이 풀린다. 지금 당장 안 읽어도 그냥 바라만봐도 좋다. 아마 책을 좋아하는 이라면 누구나 이런 경험 한 번쯤은 했을법하다.

 

애초 발단은 왕은철 교수가 엮어 펴낸 <조지프 콘래드>(동인) 때문이었다. 며칠전 우연히 한길문고에서 호주 태생의 작가이자 비평가인 클라이브 제임스의 에세이집 <죽음을 이기는 독서>(민음사, 쏜살문고)를 발견했다. 독서가 죽음을 이긴다? 제목이 묘하게 끌렸다. 백혈병으로 시한부 삶을 사는 저자가 병상에서 쓴 에세이집인데, 조셉 콘라드의 소설을 세 번이나 언급했다. 콘라드라, 그렇잖아도 언제 시간되면 읽어보려던 차였다. 나 역시 반평생을 뱃생활을 한지라 선장생활까지 한 콘라드의 전력만으로도 족히 끌릴 수밖에 없었다.  

 

 

이왕이면 전작을 읽어? 이미 그의 소설 몇 권과 연구서 등을 갖고있는 터지만, 혹 다른 번역서가 더 있을지 모른다. 중고도서 전문 '북코아'를 검색하던 중 왕은철 교수(전북대 영문과)가 국내 연구자들의 논문을 엮은 <조지프 콘라드> 를 발견했다. 특이한것은 양장본 400여쪽에 이르는 이 책의 정가가 28,000원인데비해 판매가는 불과 7,000원이었다. 아무리 중고도서라지만 명색이 학술서인데 이렇게 저렴할 수 있나? 그러다 이 책을 판매하는 북코아의 '나눔마켓책방'이라는 서점에 동인출판사에서 간행한 영미문학 관련서들이 상당수 있는 것까지 알게되었다. <조지프 콘라드>뿐 아니라 대부분의 책들이 전문 학술서치고는 너무 저렴했다. 나중에 알았는데, '나눔마켓'은 이곳저곳 기증받은 도서의 판매 수익금으로 사회봉사를 하는 기독교 봉사단체였다.  

 

각설하고. 나눔마켓의 보유도서 중 내 관심은 딱 하나. 영미문학 전문 출판사인 '동인'의 간행 도서뿐이었다. 몇 권만 구입하지 하다가 권 당 평규가격이 불과 4,000~5,000원 내외라니 도저히 자제가 안 되었다. 하지만 꾹 참고 숙고에 숙고를 거듭했다. 꼭 읽을 책 몇 권만 구입하자. 아니지 쓸만한 책이면 나중에 읽기로하고 그것까지만 구입하자. 아니지....이것만, 딱 이것 한 권만만 더 어쩌고 하면서 슬슬 장바구니를 채워나갔다. 실탄은 충분했다. 지난 달 지인에게 중고 트럼펫을 넘기고 받은 일금 백만 원이 착실히 통장에 있는터였다. 여하튼 구입은 나중 문제고 일단 장바구니에 넣고보자. 급기야 장바구니 옆구리가 터지고 쭈그러들건만 개의치 않고 넣고, 넣고 또 넣는다. 이쯤이면 됐지? 한것이 결국 아래의 목록이다.  

 

대부분 신간서나 다름없는 새 책들 총 100권에 구입비 47만원. 권당 4,700원이니 문고판 한 권 값도 안 되는 미안할정도로 저렴한 가격이다. 에라 모르겠다, 장바구니 클릭! 주문한지 불과 이틀만에 책이 도착했다. 대형 박스로 세 개. 30중반인 아들 녀석이 보고 깜짝 놀란다. 아니, 이게 대체 뭐여~ 책 아녀? 임마, 너 아뭇소리 말아. 엄마 알면 나 맞아죽는다.

 

방에 풀어놓으니 책 부피가 어마무시했다. 아흐~ 판타스틱! 무지개, 서산에 걸린 오색빛 찬란한 무지개~ 이게 꿈이여 생시여~ 내 나이 60중반이니 낼 죽을지 모레 죽을지 모르건만 철부지 마냥 설레이고 또 설레였다. 

 

그나저나 한 두 권도 아닌 이 많은 책들을 읽어낼 수는 있을까? 과용한건 아닐까? 아내가 알면 어떻게하지? 피 같은 돈을 함부로 써버린건 아닐까? 아이고, 아내에게 커피 한 잔도 못사면서 이게 뭔짓이란 말인가. 벼라별 생각이 다 들었다. 그러다 내린 마지막 결론. 에이, 낼 죽을지 모레 죽을지 모르는데, 뭔 소리여. 지금 즐겁고 행복하면 되지. 평생 마누라, 자식들 뒤치다꺼리하느라 이 지경인데 이깟것으로 무신, 게다가 트럼펫 판 돈 아닌가. 나팔 모셔놓는거나 책 모셔놓은거나 그게 그거지 뭐. 여하튼 나는 하늘을 우러러 한 점 부끄럼없다. 그나저나 이 책들 언제 다 읽지? 그러다 다시 내린 결론. 

 

아니, 샀다고 다 읽으란 법 어딨남? 내키면 읽고 안 내키면 안 읽고, 그냥 쓰다듬어도 좋고, 바라만 봐도 좋은 그대, 사랑스런 그대! 슬쩍 슬쩍 몇 쪽 읽어보다, 이 책도 펴보고, 저 책도 펴보고.....숲 속 산책하듯 느릿느릿 걸으면서 이 책 한 문장, 저 책 한 문장 음미하면 또 어떤가. 나는 지금 어린아이가 무지개 바라보듯 방 가운데 쌓인 책들을 바라보며 설레이고 설레일뿐이다. 다만 바라건대, 무심하고 덧없는 세월 손가락 사이로 빠져나가지만, 초라한 내 머리 한 올 한 올 백발로 덮여갈지라도 한 권이라도 더 읽고싶은 욕망이, 하나라도 더 알고싶은 지적 호기심이 마르지 않은 샘물처럼 항상 솟아오르기만을 간절히, 간절히......

 

1. 왕은철 외 <조지프 콘래드> 동인

2. 황은주 <윌리엄 포크너>

3. 전남대영미문학연구소 <더블린의 하프(아일랜드문학읽기)>

4. 소수만 <어니스트 헤밍웨이>

5. 버지니아 울프 학회 <버지니아 울프. 2>

6. 권성진 <탈식민 정치학(D. H. 로렌스의 소설)>

7. 변재길 <제임스 조이스 모더니즘 식민주의(율리시즈)>

8. 윤영필 <D. H. 로렌스의 소설과 타자성>

9. 조일제 <D. H. 로렌스 문학과 종교적 상상력>

10. 심상욱 <J. D. 샐린저 생애와 작품>

11. 권오경 <현대 미국소설의 이해>

12. 김구슬 <T. S 엘리엇과 브레들리 철학>

13. 정혜옥 <나타니엘 호손의 단편과 주홍글자>

14. 문학과영상학회 <영미문학 영화로 읽기>

15. 로라 젭슨 <고전에서 셰익스피어로> 동인, 이영순 역

16. 고영란 <하디와 로렌스 다시읽기> 동인

17. 루홍스, 슈샤오밍 <차이나 시네마(중국영화 100년의 역사)> 동인, 김정욱 역

18. 장정호 외 <여행하는 이론(포스트모더니즘, 문학비평)>

19. 양영수 <산업사회와 영국소설>

20. 공영수 <미국소설 다시읽기>

21. 변재길 <영상시대의 문화코드>

22. 박정미 <변혁기의 종교체험과 현대소설>

23. 윤천기, 강관수 <영미소설과 상호텍스트성>

24. 이순구 <조지 엘리엇과 빅토리아조 페미니즘>

25. 민태운 <조이스 문학강의/젊은 예술가의 초상>

26. 배종언 <조셉 콘라드의 문학세계> 경북대출판부

27. 장 프랑스와 리오타르 <말로(위대한 작가)> 책세상, 이인철 역

28. 제프리 메이어스 헤밍웨이/2<책세상>, 이진준 역

29. 베른트 비테 <발터 벤야민> 역사비평사, 안소현 외 역

30. 나영균 <조셉 콘라드 연구> 이대출판부

31. 김붕구 <보들레르> 문학과지성사

32. T. S 엘리엇학회 <T. S 엘리엇 시, 사회 예술>

33. 신겸수 <르네상스 영국희곡 표지연구>

34. T. S 엘리엇학회 <T. S 엘리엇 시극>

35. 나희경 <자연과 문명의 분계>

36. 최영승 <시극작가로서의 엘리엇>

37. 강문애 <실비아 플라스 신화시 연구>

38. 양균원 <1990년대 미국시의 경향>

39. 강옥선 <19세기 영국 여성의 글쓰기>

40. 신원철 <20세기 영미시인 순례>

41. 장정희 <SF장르의 이해>

42. 안중은 <T. S. 엘리엇과 상징주의>

43. 고전르네상스드라마학회 <그리스 로마극의 세계> 2

44. 한국현대드라마학회 <뉴 밀레니엄 시대의 영미 극작가 동향>

45. 워즈워즈 <묘비명 글쓰기> 동인. 김명복 역

46. 한국문학과종교학회 <문학 연구의 종교적 상징>

47. 이향만 <미국 소설과 영화의 만남>

48. 정진농 외 <미국 소수민족 문학 : 중심에서 주변으로>

49. 김성곤 외 <미국문학으로 읽는 미국의 문화와 사회>

50. 피터 차일즈 <현대시에 비친 20세기> 동인, 최영승 역

51. 수잔 바스넷 <번역> 동인, 윤선경 역

52. 로만 알바레즈 <번역. 권력. 전복> 동인, 윤일환 역

53. 루이즈 폰 플로토우 <번역과 젠더> 동인, 김세현 역

54. 수잔 바스넷 <번역의 성찰> 동인, 윤선경 역

55. 이은숙 <번역의 이해> 동인

56. 레이너 슐테 외 <번역이론> 동인, 이재성

57. 장정희 <빅토리아 시대 출판문화와 여성작가>

58. D. H. 로렌스 <생명의 불꽃 사랑의 불꽃> 동인, 허상문 역

59. 이경순 <서사와 문화>

60. 존 드라카키스 <셰익스피어 비극> 동인, 최영 역

61. 디오니소스 드라마연구회 <셰익스피어 현대영미극의 지평>

62. 김미경 <셰익스피어와 여성>

63. 박우수 <셰익스피어와 인간의 확장>

64. 김한 <셰익스피어의 인간과 세상 이야기>

65. 홍기영 <스토리텔링으로 본 문학과 인생>

66. 스티픈 앨 해리스, 글로리아 플래츠너 공저 <신화의 미로찾기. 2> 동인, 이영순 역

67. 이영철 <아프리카계 미국문학의 노예서사>

68. 김성환 <에드워드 2>

69. 조애리 <역사속의 영미소설>

70. 영국르네상스 드라마학회 <영국 르네상스 드라마의 세계> 2

71. 새한영어영문학회, 부산대인문학연구소 공저 <영문학 연구의 최근 동향>

72. 김희진 <영화로 읽는 셰익스피어>

73. 이경수 <예이츠와 탑>

74. 이순구 <오스카 와일드 데카당스와 섹슈얼러티>

75. 이정호 <욕망 그리고 텍스트>

76. 김봉률 <이안 와트의 소설발생론과 장르 정치학>

77. 스티븐 스테판쳅 <전후 미국시 평설> 동인, 최영승 역

78. 정형철 <종교적 이미지의 형상적 기능>

79. 이정호 <주이상스의 텍스트>

80. 김현아 <중심과 주변의 정치학>

81. 장정훈 <중심에 선 경계인>

82. 정헤옥 <찰스 브록덴 브라운 소설 연구>

83. 전남대영미문화연구소 <초국가 시대의 역사, 인종, 젠더>

84. 사공철 <토마스 하디의 소설과 시 다시 읽기>

85. 박은정, 박인찬 공저 <토머스 핀천>

86. 톨스토이 <톨스토이가 싫어한 셰익스피어> 동인, 백정국 역

87. 이현우 <한국 셰익스피어 르네상스>

88. 정문영 <해럴드 핀터의 영화 정치성>

89. 박익두 <호손과 역사의 시학>

90. 프랭크 터너 <예일대 지성사강의> 책세상, 서상복 역

91. 발터 뫼르스 <꿈꾸는 책들의 도시> 2권 들녁, 두행숙 역

92. 이규명 <영미시와 철학문화>

93. 이재호 <문화의 오역>

94. 이숙희 <아시아계 미국문학과 주체성>

95. 주혁규 <워스워즈와 시인의 성장>

96. 허지웅 <버티는 삶에 관하여> 문학동네

97. 전홍실 <파운드 시와 시론연구>

98. 김현숙 <영미소설 속의 여성결혼 그리고 삶>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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