밤과 낮의 다름, 혹은 이중성. 홍상수의 영화들은 대부분 이런 이중성을 드러내거나 밝히는데 초점을 맞춘다. 관객들은 마치 교회에서 목사의 설교를 듣는 자세로 영화를 바라보거나 등장인물들의 허접함과 속절없음에 고개를 흔들기 마련인데, 이내 그들의 누추한 모습이 바로 자기 자신이라도 되는양 곤혹스러워한다.

그의 다른 영화들이 그렇듯 <밤과 낮>역시 일상성 속의 사소함을 포착한다. 주목할것은 밤과 낮 같은 표리부동, 혹은 이중성은 어느 누구만의 모습이 아니고, 인간 모두의 실존적 조건이다. 영화에서 '작은 새'가 나오는 장면이 두 번있는데 바로 그것을 뜻한다. 둥지에서 떨어진 새, 사람들 속에서 길을 잃고 헤매는 작은 새.   

그의 영화들은 짐짓 윤리성을 비켜가는듯 하지만, 실제는 지극히 윤리적이다. 원래 미적쾌락, 유희적 요소가 강한 예술이, 특히 통속적 오락성을 기반으로 하는 영화가 윤리성을 천착하면 자연 무거워지기 마련이다. 그래서 홍상수는 무거움을 해소하기 위한 적절한 방법으로 유머와 술을 배치한다.

관객들은 술마시는 장면과 뜬금없는 유머를 통해 잔뜩 움츠러들었던 긴장감을 해소하고 따듯한 위안을 받는다. "누구나 그럴수 있지" 하면서....일상 가운데 음험하게 배어있는 위선, 혹은 이중성을 드러내기. 홍상수 영화의 주제를 한마디로 요약하면 "사람은 되기 힘들어도 괴물은 되지 말자." 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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