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전 6시 기상해서 오전 9시까지 독서실 오전 일과를 끝내고 아들과 교대. 오전 9시~ 오후 6시까지는 순전히 내 개인시간이다. 오후 일과는 오후 6시부터 새벽 1시까지. 개인 시간은 낮잠 90분, 트럼펫 연습 90분을 빼면, 독서와 공부가 전부다. 맘만 먹으면 하루종일 책을 읽을 수 있다. 원하는 책 맘껏 구입하고 읽기, 그리고 글쓰는것. 오랫동안 바라고 소망하던 꿈이었다. 이게 지금 이뤄지고 있으니 더이상 무엇을 바라랴!

오전엔 <월든>을 드문드문 읽다가 점심식사 후에는 <전쟁과 평화>(민음사) 제 4권,  <백년의 고독>(민음사),  중국 근대단편문학선 <장맛비가 내리던 저녁>(창비)을 교대로 읽었다.  근자 독서의 중심에 발터 벤야민을 비롯한 인문학서가 확고하게 자리잡고 있지만, 와중에도 문학은 언제 어느때든 독서의 즐거움, 삶의 즐거움을 만끽할 수 있는 최고의 방법이다.

최근 출간된 민음사판 <전쟁과 평화>는 문학동네판과 같이 모두 네 권으로 이뤄졌는데, 톨스토이의 역사관, 사상관은 3권부터 본격적으로 나타난다. 그래서 저자의 역사가, 사상가로서의 모습을 알기위해서는 3권과 4권에 특히 주목해야한다.

가브리엘 가르시아 마르케스의 <백년의 고독>은 국내에 처음 소개될때 이미 읽으바 있지만 제대로 이해했다고 할 수 없다. 사실 이 작품을 확실하게 이해하려면 상당한 수준의 소설문법과 독해력, 나아가 라틴 아메리카 역사에 대한 최소한의 배경지식이 요구된다. 장담하는데, <백년의 고독>은 괴테의 <파우스트>, 도스토예프스키의 <악령>, 마르셀 프루스트의 <잃어버린 시간을 찾아서>가 그렇듯 누구나 알고는 있지만 막상 읽은 독자는 손꼽을 정도에 불과하고 설사 읽었다해도 제대로 이해한 독자는 10프로 채 되지 않을 것이다. 

중국 근대단편선집 <장맛비가 내리던 저녁>(창비)에 수록된 루쉰의 단편 <아Q 정전>을 읽었다. 이 단편 역시 엔간한 독자라면 무수히 듣고 익히 알겠지만 이효석의 <메밀꽃 필무렵>이나 헤밍웨이의 <노인과 바다>처럼 그저 제목만 아는 단편소설이 아닐까싶다. 내심 문학독자로 자부하고 있었지만 부끄럽게도 60중반에 이르러서야 겨우 루쉰의 위대함, 진면목을 알게되었다.

루쉰은 이 한 편의 단편만으로도 동양뿐 아니라 세계적으로도 인정받아야 할 작가라고 생각된다. 분량으로 치면 불과 몇 쪽 안되는 <아Q 정전>, 그런데 이 단편이 중국민족의 특성을, 당시 상황을 너무도 리얼하게 너무도 명확하게 그려내고 있다. 그렇다면 우리에게 과연 이 단편과 겨룰만한 작품이 있을까? 아무리 생각해도 떠오르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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