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정결하게 되고싶으면 여러분은 절제를 해야 한다. (...) 몸을 부지런히 놀리는데서 지혜와 순결이 온다. 나태로부터는 무지와 관능이 온다. 공부하는 사람에게 관능은 마음의 게으른 습성이다. 깨끗지 못한 사람은 열이면 열 게으른 사람이며, 난로 옆에 웅크리고 있는 사람이며, 해가 떠 있는데도 누워 있는 사람이며, 피곤하지도 않는데 휴식을 취하는 사람이다. 깨끗지 않음과 온갖 죄악을 피하려거든 외양간의 청소라도 좋으니 부지런히 일을 하도록 하라.” - H. D. 소로 <월든>, 김석희 역, 열림원 338쪽 

 

늦으막 시작한 독서실 업무는 때로 심신 모두가 과중하게 느껴질 때가 있다. 하지만 적당한 긴장과 절제감은 물론이고, 규칙적인 일과와 부지런한 몸놀림으로 인해 신체 건강이라는 부수적 잇점이 따른다. 특히 소로의 말대로, 노동의 피로로 인한 욕망, 관능의 저하는 최상의 혜택이 아닐 수 없다.

 

2

분명한건 나이가 많다고 해서 젊은이보다 더 나은 선생이 되는 것은 아니다, 나이가 들수록 얻는 것보다 잃는게 더 많기 때문이다.”

 

나이가 들면 저절로 사려가 깊어지고, 인생에 대한 확고한 가치관이나 신념이 생기는 줄 알았다. 사실 60중반이면 적지 않은 나이다. 그동안 쌓은 세상 경험도 적지않고 이것저것 본 것도 많으니 제법 아는게 많으리라 생각했다. 그러나 오래 살고 경험한게 많다고 해봤자 세상의 지극히 일면적인 부분에 불과하다. 그것도 제대로 알아야 하는데 실상은 어설프고 피상적이다. 아는건 고사하고 오히려 험만 더 크고 편협한 기질만 더욱 강화되는 것 같다. 나이들면 꼰대가 된다더니 정말 남의 애기가 아니다. 사물을 객관적으로 보지도 못한채 어정쩡한 상태로 인생을 살아갈뿐 기껏해야 안정, 현실안주만을 떠올리며 변화와 모험을 기피한다.

 

3

인생의 가치가 최저로 하락한 노년기에 확실치 않은 자유를 누리기 위해 인생의 황금기를 돈벌이로 소진하는 사람을 보면, 훗날 고국에 돌아와 시인의 삶을 살겠다며 인도로 돈을 벌러 떠났던 어느 영국인이 생각난다. 그는 인도로 가는 대신 당장 다락방에 올라가 시부터 썼어야 했다.” - 71

 

그러기에 살아오면서 뭔가 하고자 하는 일들을 지금 당장 실행에 옮기지 않으면 안 된다. 예컨대 글쓰기, 어떤 책을 완독하겠노라는 계획, 그밖의 마음 속에 오래 간직한 소소한 꿈들을 이루기 위해 지금 당장 계획하고 시작하지 않으면 안 된다. 하므로 언젠가 독서실을 정리한 후 시간이 한가해질 때 하겠다는 생각은 부질없는 희망일뿐이다. /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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