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오늘, 지금  이 순간이 온갖 의미로 풍성하고 유쾌하지 않다면 과연 내일은 무슨 의미가 있을까. 하물며 이미 지난 일들이야. 설사 과거가 찬란한 아름다움으로 점철되었거나 혹은 말못할 고통이었을지라도 시간의 흐름과 함께 깨끗이 사라지기 마련이다. 내일 죽을지 모레 죽을지 알수 없는게 우리네 삶이니 아직 도래하지 않은 미래야 더욱 말할 필요 없겠다. 하여 지금 이 순간, 현재만이 전부일뿐.

2
힌두교에서는 이른바 '구루'라 일컫고 아토스 산의 승려들이 '아버지'라 부르는 삶의 길잡이를 선택하는 문제라면 나는 틀림없이 조르바를 택했으리라. 그 까닭은 그가 글쓰는 사람이 구원을 위해 필요로 하는 바로 그것을, 화살처럼 창공에서 힘을 얻는 원시적인 관찰력과 마치 모든 것을 항상 처음 보듯 대기와 바다와 불과 여인과 빵이라는 영구한 일상적 요소에 처녀성을 부여하며 아침마다 새로와지는 창조적 단순성과 영혼보다 우월한 힘을 내면에 지닌 듯 자신의 영혼을 멋대로 조종하는 대담성과 신선한 마음과 분명한 행동력, 그리고 마지막으로 초라한 한 조각의 삶을 안전하게 더듬거리며 살아가기 위해 하찮은 겁장이 인간이 주변에 세워놓은 도덕이나 종교나 고향 따위 모든 울타리를 때려부수려고 조르바의 나이먹은 마음에서 회생의 힘을 분출해야 하던 결정적 순간마다 인간의 뱃속보다도 더 깊고깊은 샘에서 쏟아져나오는 야수적인 웃음을 지녔기 때문이었다.    - 니코스 카잔차키스 <영혼의 자서전>  

3
오늘은 어제와 다르고, 그제와는 더욱 다르고, 내일과도 다르다. 수많은 날들 가운데 오늘은 유일하게 한 번뿐이다. 따라서 비록 어제 일을 되풀이하더라도 최소한이나마 새로워지지 않으면 안 된다. 매 순간 순간 창조적으로 살아갈것. 오늘을 새롭게 창조할 것. 순간 순간에 최선을 다할것. 그러기 위해서는 삶에 대한 호기심, 강한 열망을 오롯이 간직해야 한다. 

4
죽는 순간 이렇게 말해야 한다. 아, 재밌게 잘 살았다. 하고싶은것 다 해봤고 열심히 살았으니 더 이상 미련이 없다. 자, 이제 휴식을 취할 시간이다. 하던 일 모두 미루고 긴 잠에 빠져들어야겠다.

5
<그리스인 조르바>의 핵심 주제인 ‘메토이소노거룩하게 되기이다. 보이는 것과 보이지 않는 것, 육체와 영혼, 물질과 정신의 임계 상태 저 너머에서 일어나는 변화, ‘거룩하게 되기가 비로 이것이다. 예를들어 포도가 포도즙이 되는 것은 물리적인 변화이고, 포도즙이 마침내 포도주가 되는 것은 화학적인 변화다. 포도주가 사랑이 되고, ‘성체(聖體)’가 되는 것, 이것이 바로 메토이소노.

갈탄광 사업이 거덜 난 날, 세상에 거칠 것이 없는 자유인 조르바는 바닷가에서 춤을 추었고, 책상물림인 '나' 즉 카잔차키스는 소설 <그리스인 조르바>를 썼다. 이것을 두고 카잔차키스는 이렇게 말한다.

보라, 조르바는 사업체 하나를 <>으로 변화시켰다. 이것이 바로 메토이소노. ‘거룩하게 만들기이다. 나는 조르바라고 하는 위대한 자유인을 겨우 책 한 권으로 변화시켰을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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