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퇴직한 직장동료 L이 그런다. 퇴직한 사람들 뭣하고 사나 봤더니 결국 젊은시절 하던 방식 그대로더라는 것. 일리있다. 대체로 자신이 지닌, 성향, 취향, 기질대로 살아가니까. 대부분의 사람들은 젊은시절에 지닌 인생관, 가치관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는다. 그러면 나는 어느쪽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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며칠전 이탈리아 여행을 다녀온 Y씨 부부랑 점심식사를 하게됐다. 모처럼의 외국 나들이 때문인지 Y씨의 여행담은 자리를 옮긴 커피 타임까지 계속되었다. 하지만 꽤 긴 시간동안 이야기를 들었음에도 불구하고 내용은 지극히 단출해서 ‘어데 어데를 다녀왔다’ ‘뭣을 봤다.’ 등 몇 마디로 요약되었다. 그나마 좌중의 흥미를 끈 것은 여행 가방 분실사건이었다.
비단 Y씨뿐이 아니다. 대다수 사람들의 여행기는 누구랄것없이 공통적으로 ‘다녀왔다’ ‘봤다’ ‘먹었다’ 등으로 정리된다. 아마 요즘 카톡에서 흔히 볼수 있는 보여주기 식 인증샷과도 같을 것이다. 피상적인 관찰, 피상적인 이야기.
대체 단순히 본것만이 주된 내용이라면 어데를 다녀온 것이 무슨 의미가 있을까. TV를 통해 보든 실제 현장에서 보든 직접 가서 봤다는것 말고 무슨 차이가 있을까. 하긴 열흘 남짓한 짧은 시간으로 세세한 것을 관찰할 수는 없겠지만 이런 식의 여행이라면 단지 해외에서 시간 보내기, 구경하기에 불과할지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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낚시하기에 최상의 조건들, 이를테면 대물붕어가 자주 출몰하는 유명한 낚시터, 적당히 흐린날씨, 해질무렵, 주변 여건은 어느것 하나 나무랄데없이 안성맞춤. 그런데 정작 찌가 미동도 하지 않는다. 그러자 평생 낚시를 업으로 삼는 어느 낚시꾼의 한마디. “ 붕어낚시는 정말 알 수 없단 말야”.
하지만 이런 일이 어데 낚시뿐일까. 우리네 인생살이가 바로 그렇지 않던가? 평생 수도없이 경험한 세상일이건만 도무지 정체를 알 수 없다. 모호한 인생살이, 그러기에 더욱 흥미진진하지 않은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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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구는 이렇게 말한다. "프로 아마추어가 따로있나. 뭐든 치열하게 하면 프로지" 하지만 착각하지 말자. 최소한 어느 분야의 프로로 자부하려면 자나깨나 그것만을 생각하고 실제 그 분야의 뛰어난 실력을 확보하지 않으면 안 된다. 그래서 만약 지금 당장 실력이 안 되더라도 갖출 수 있을때까지 최선을 다해 노력해야 한다. 반면에 아마추어, 딜레탕트는 최선을 다하지 않아도 된다. 어느 순간 생활로 돌아갈 수 있고, 자기가 좋아하는 것을 즐기는 수준에서 만족하면 그만이다. 바로 이런 차이 때문에 프로와 아마추어는 절대 다르고, 수준 자체에서도 비교가 될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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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떤 것이 진리인 것은 그것의 옳고 그름, 혹은 논리적으로 증명 가능한게 아니라 살아가는데 실용성이 있느냐 없느냐 여부(실용주의)에 달려있다. 그런 점에서 그동안 인류가 2,000여년간 신봉한 종교, 진리, 도덕, 나아가 민족주의, 민주주의, 자본주의 등은 영구불변한 진리가 아니라 하나의 가설체계에 불과하다. 따라서 우리가 어떻게 살아야 올바른 삶인가 하는 것도 단지 각자가 만들어가면 되는 것이지 딱히 어떤 한 방식만이 기준이거나 옳은건 아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