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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내와 서산 처가행. 동서 부부, 결혼한 딸 은별이도 왔다. 손자 다온이 손잡고 시골 들녘을 걷다. 한낮인데도 개구리 소리가 요란하다. 부엉이, 뻐꾸기, 간혹 꿩소리까지....다온이가 후욱~ 불어대자 민들레 꽃잎이 하늘하늘 공중에 날린다. 이름모를 풀잎들, 처마 제비집을 보며 다온이에게 흥부와 놀부 이야기를 들려주다. 어린 강아지 송송이, 들고양이가 송송이 밥그릇차지해도 무심한 송송이. 그래 아옹다옹하지말고 송송이처럼 살아야하는데, 한발 비껴서서 느긋히 바라봐야하는데, 이 나이가 되도록 그게 잘 안 된다. 허겁지겁 욕심을 내려놓기가 쉽지 않다.
내남없이 고단한 인생살이지만 여유, 혹은 일상의 작은 행복을 만끽하기 위해서는 매사 어떻게 절제 하느냐, 어떻게 균형을 잡느냐가 관건이다. 이쯤되면 경제적 여건이 아닌 마음 씀씀이가 문제다. 또 하나. 설사 건강에 큰 이상이 없고, 여전히 강한 열정을 갖고 있다하더라도 죽음이 아주 멀리 있지 않다는 사실을 늘 잊지 말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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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기심이 끝나는 순간 인생은 내리막길이다. 호기심이 사라졌다면 어쨌든 죽은 송장 아니겠는가? 그러니 아무리 소소한 호기심이라도 소중히 간직해야한다. 언제든 워밍업 상태로 가슴을 활짝 열어둘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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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창동 감독의 신작 <버닝>이 한창 칸느를 달구고 있다. 과연 이번엔 일을 낼 수 있을까? 내심 이창동이기에 거는 기대가 크다. 내가 인정하는 국내 최고의 감독은 이창동과 홍상수다. 이젠 한국영화도 황금종려상을 받을 때가 됐지 않았나? 지난 일이지만 <밀양>도 못지않은 수작이었기에 아쉬웠던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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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은 종일 오케스트라 연습이다. 드보르작 <교향곡 제 9번>, 모차르트 <피아노협주곡 제 20번>, 모차르트 오페라 <티토의 자비> 서곡 등 세 곡. 금주 내내 연습에 충실히 했다. 특히 2악장 서두 네 마디와 빠른 악장인 3악장 연습에 치중했고, 피아노 협주곡도 어느정도 릴렉스 상태로 연주할 수 있으니 아마 평소대로만하면 좋은 연주가 될 것이다. 문제는 멘탈! 자, 파이팅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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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처럼 영화를 감상했다. <살인의 추억>과 <곡성> 등 두 편. 봉준호 감독의 <살인의 추억>은 두 번째고, <곡성>은 첫 감상이다. 엊그게 한겨레신문에서 창간 30주년을 맞아 지난 30년동안 한국사회를 가장 잘 그려낸 영화를 설문조사 한 결과 <살인의 추억>이 1위로 꼽혔다. 대중의 흥미를 자극할 수 있는 상업적 요소 작품성 모두 빼어나 최고작으로 꼽을만하다. 반면 <곡성>은 예술영화를 흉내낸 가짜다. 엔간하면 끝까지 감상하려고 참고참다 결국 포기했다. 그냥 공포 오락영화라고 하면 좋을 것을 왜 진지함을 가장할까. 여하튼 작품성과 오락성 양다리를 걸친 얼치기 대중영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