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일 신문과 TV에 마르크스 탄생 200주년 소식을 전하고 있다. 추적 추적 비내리는 일요일, 며칠째 읽던 염상섭의 <삼대>와 발터 벤야민의 <1900년경 베를린의 유년시절/베를린 연대기>(길)는 치워놓고, 서가에서 마르크스 관련서들을 빼들다. 우선 '젊은 세대를 위한 마르크스 입문서'라는 부제가 달린 강유원의 <공산당 선언>(뿌리와 이파리)으로 워밍업 한 후, 문학과지성사에서 출간한 이홍구 편 <마르크시즘 100년>을 차례로 읽는다. 일단 마르크스의 전모를 스케치해보려는건대, 전체가 순수 국내 연구자들의 글인데다 내용도 충실해서 일독할 가치가 있다.  

1부 마르크시즘의 이론적 구조, 2부 마르크시즘의 수용과 개조, 3부 마르크시즘의 현대적 전개 등  전체 3부로 구성되었다. 먼저 청년 헤겔파의 리더격인 브루노 바우어와 박사학위를 받을 무렵의 젊은 마르크스와의 관계를 통해 마르크스 사상의 초기 시발점을 밝힌 첫 글에서부터 마지막 글은 마르크시즘의 현대적 전개까지 마르크스 사상 전체를 아우르고 있다. 이 책에서 특별히 관심이 가는 부분은 '유태인 문제'에 대한 바우어와 마르크스의 관점의 차이, 그리고 젊은 마르크스에게 각별한 관심을 보인 바우어로부터 나중에 포이에르바하로 옮겨가는 과정를 소개한 정문길 선생의 첫 번째 글이다.

이 책은 무려 16명의 전문 학자들의 글을 수록했음에도 불구하고 방대한 마르크스 사상을 소개하기에는 한계가 있다. 하지만 제한된 시간에 탄생 200주년을 기념하기엔 더없이 안성맞춤일것 같다. 만약 시간이 가능하면 <독일 이데올로기> <프랑스 혁명사 3부작>만이라도 대충 읽어봐야겠다.

점심 식사 후에는 '소외론 연구'로 유명한 정문길 선생의 글 '청년 헤겔파의 영향'에 이어 진석용의 '사적유물론과 분업'을 읽었다. <마르크시즘 100년>은 500여쪽에 이르는 두툼한 양인데, 전체를 통독할 수는 없고 예전에 읽으면서 언더라인 한 부분 중심으로 한 이틀정도 속독할까싶다. 

서가에 비치는 되어 있지만 내 평생 이해 불가능한 책이 몇 권 있다. 가령 헤겔 <정신 현상학>, 칸트 <순수이성비판>, 비트겐슈타인 <철학적 탐구>, 제임스 조이스 <율리시즈>, 질 들뢰즈/팰릭스 가타리 <천 개의 고원>, 질 들뢰즈 <차이와 반복>을 비롯해서 마르크스의 <자본>도 그중 하나다.  어쩌겠는가, 아쉽지만 이런 책들은 부득이 2차서에 의존할 수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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