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동안 대한민국의 평범한 시민으로 살아온 나는 통일에 관한 한 진보 보수 할 것없이 똑같이 원할거라 생각했다. 당연하지 않은가. 그런데 최근 이런 나의 확고부동했던 생각은 제 1야당 대표 홍준표의 언행을 보면서 회의가 가기 시작했다. 그러면서도 내심 그도 우리 국민이고 한 나라의 지도자인데 설마 통일을 원하지 않을라구. 물론 나중에 사실이 아닌것으로 밝혀졌지만 홍준표는 한때 정의의 '모래시계 검사'라는 소리까지 들은 인물이다.
여기서 한 가지 짚고 간다. 나는 지금 홍준표를 보수라고 했다. 아니다. 그는 대한애국당 조원진하고 약간 결이 다를뿐 실제는 보수가 아니라 같은 극우이고, 한국의 보수들은 톳진 갯진, 엉거주춤 극우를 추종할 따름이다. 그러니까 이 글의 서두에서 말한 "통일에 관한 한 진보 보수..." 운운은 '보수'가 아닌 '극우'로 정정해야 정확하다. 자, 하던 이야기 마저하자.
그러니까 나는 '4, 27 남북정상회담'을 전후해서 제 1야당인 한국당도 진정 북한의 비핵화와 통일을 원한다고 생각했다. 그러나 실제는 어떤가. 극우 홍준표를 위시로 한국당은 전혀 그렇지 않아 보인다. 그래도 그렇지 8천만 겨레가 하나같이 통일을 원하는데 설마.....나는 지금 이 글을 쓰는 순간조차 혼란스럽다. 극우 홍준표와 한국당은 정말 통일을 원하지 않을까? 정말 그럴까?
그러던 차 5월 3일자 한겨레신문에 게재된 김종구의 칼럼 <역사의 유쾌한 역습’과 ‘당랑거철’>을 읽고 뒤늦게 알았다. 홍준표와 한국당은 북한의 비핵화와 통일을 원하지 않는다. 왜 그런가. 다음은 칼럼의 일부 내용이다.
"남북정상회담을 통해 한국 정부는 골대 앞에서 공을 절묘하게 띄워줬다. 완전한 비핵화의 골을 성공시킬 마무리 책임은 미국에 넘어갔다. 말 그대로 ‘공이 넘겨진’ 상태다. 그동안 보수세력은 한반도의 운명 결정권은 ‘형님’한테 있다고 끊임없이 외쳐왔다. 그렇다면 정상회담 합의문에 비핵화의 구체적 과정이 명시되지 않았다고 트집 잡을 게 아니라 형님이 득점에 성공하길 기원해야 옳다. 그런데 아무리 보아도 실축을 두 손 모아 기도하고 있는 것만 같다."
어떤가. 내 말이 맞지 않은가. 역시 홍준표와 한국당은 입으로는 비핵화, 통일, 통일하지만 실제는 북한의 비핵화, 나아가 통일을 결코 원하지 않는다. 여기까지 쓰고 방금 가족들과 저녁식사하고 왔다. 식사 중에 가족들에게 내가 조금전 이러이러한 글을 쓰다 식사때문에 왔다고 했더니 30중반인 아들이 그런다. "아니, 무슨 새삼스런 말씀을, 모두가 홍준표는 통일을 원하지 않는다고 생각하거든요."
내 나이 올해 예순다섯. 세상사 어느정도 알만한 나이라고 자부했건만 아직 모르는것 투성이다. 씁쓸한 결론인데, 결국 홍준표와 한국당은 당리당략, 권력욕만을 염두에뒀지 진정 북한의 비핵화와 통일을 원치 않는것 같다. 나는 이런 홍준표에게 5월 4일자 한겨레신문의 김종철 칼럼 <안보논리를 넘어서 평화체제로>를 읽어보라고 권하고 싶다.
"(...)남북관계 개선, 한반도 긴장 완화, 그리고 평화체제 구축이라는 크게 세 항목으로 구성된 회담의 합의 내용을 두고 상당수 해외 언론(그리고 국내의 극우 수구파 언론)은 ‘비핵화’에 대한 구체적인 합의가 포함돼 있지 않다고 비판적인 입장을 취하고 있지만, 우리가 보기에 그건 너무도 한가로운 투정이라고 하지 않을 수 없다.
획기적으로 관계가 개선되어 남북한이 서로 긴밀히 돕고 지낼 수 있다면, 전쟁 위험과 핵문제는 저절로 해소될 것이 우리에게는 너무도 명백한데도 그들은 이 점을 무시하고, 오로지 ‘비핵화’를 고립된 테마로 간주하고 있기 때문이다.(‘비핵화’는 결국 북-미 정상회담에서만 최종적 합의가 가능한 문제인 이상, 남북정상회담에서 구체적인 결론을 낼 수 있는 게 아님이 분명하다. 그리고 지금 우리의 가장 긴급한 과제는, 설혹 북-미 회담이 실패할지라도 한반도에서 전쟁이 일어날 빌미를 제거하는 것이다. 또 우리에게는 핵무기만이 문제가 아니다. 만약 어떤 이유로든 전쟁이 터지면 핵무기가 아닌 북의 장사포만으로도 2천만 인구가 조밀하게 살고 있는 남한의 수도권은 순식간에 ‘불바다’가 될 수 있기 때문이다. 이 점에서도 남북간 관계개선과 적대행위의 중지를 강조한 이번 판문점회담의 성과는 찬양받아 마땅하다고 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