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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년 11월 시작한 독서회 '칸투스문학살롱'이 어느덧 6개월째로 접어든다. 내가 활동하는 오케스트라 단원을 대상으로 가볍게 시작했다. 가즈오 이시구로 <녹턴>, 제인 오스틴 <에마>, 이청준 <당신들의 천국>, 박홍규 편 <빈센트 서간집/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편지>, 미셸 파루티<모차르트> 등 두서가 없는데 그때그때 관심사 가는대로 정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아무리 가볍게 시작했어도 하다보니 슬슬 욕심이 생긴다.

 

 

한 해 열심히 읽어봐야 고작 12권. 중량감있는 고전 위주로 가고싶지만 역시 그게 아니었다. 우선 멤버 대다수가 책읽기가 습관이 안 된데다 인문학에 대한 관심사가 있다든가, 사진이나 문학 동인들처럼 어떤 분야를 특별히 좋아하는 것도 아니다. 어쩔수없이 목록 선정이 밋밋하고 애매하다. 첨엔 접근하기 쉬운 문학 위주로 할까 했지만 어째 픽션을 달가워 하지 않는 눈치들이다. 게다가 중년 여성들은 <푹풍의 언덕>이라든가 <오만과 편견>류의 소설을 나이브하다고 치부한다. 실은 에밀리 브론테의<푹풍의 언덕>이야말로 영국 빅토리아시대를 대표하는 고전 중의 고전인데도 청춘 연애소설로 낙인찍는 거다. 그래도 당분간은 손쉬운 문학 위주로 갈 수밖에.

영국소설을 두 권 읽었으니 불문학이나 러시아문학 두어권. 그리고 한국문학은 이청준과 짝을 맞춰 최인훈의 <광장>, 지금 읽고 있는 채만식의 <탁류>와 염상섭의 <삼대> 등 한국의 근.현대소설 네 작품, 영, 불, 러시아문학 각각 두 작품씩이다. 불문학은 우선 재미가 있는 스탕달의 <적과 흑>과 플로오벨의 <마담 보바리>, 러시아문학은 투르게네프나 고골, 혹은 체호프가 좋겠다. 픽션은 흥미가 없다고 하니 에세이도 염두에 둬야한다. 문학평론가이자 불문학자인 김현 이후 한국문학 최고의 시평론가로 손꼽히는 황현산의 <밤이 선생이다>와 개성있는 문체가 도드라진 고종석의  <사소한 것들의 거룩함>을 이미 점찍어뒀다. 무리한 욕심일까, 다른건 몰라도 셰익스피어의 <햄릿>과 세르반테스의 <돈키호테>만큼은 꼭 넣고싶은데 어떨지. 더구나 카프카, 카뮈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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채만식의 <탁류>를 며칠째 읽고있다. 제작년에 이미 읽은적 있는데도 여전히 흥미진진하다. 플롯, 스토리 모두 재미가 있을뿐더러 판소리 가락마냥 구수한 구어체 서술인점, 소설 배경이 내가 사는 군산이고, 평소 익숙한 전라도 사투리를 사용한점도 친근한 요소다. 그런데 이처럼 재밌는 소설을 정작 읽는 이가 많지 않은 것 같다.

 

사실 군산과 금강이 주 무대인 <탁류>는 일제강점기를 시대적 배경으로 하기 때문에 당시 식민지 치하에서 우리 민초들이 어떤 애환을 겪고 살았는지 생동감있게 알 수 있다. 더구나 요즘 군산은 근대사박물관이니 근대로의 시간여행이니 하며 온갖 홍보 프로그램을 통해 시민들에 다가가려고 시도하는 상황이라 소설 <탁류>의 중요성은 더욱 크다. 이런데도 군산시나 문화관련 단체들은 정작 일제강점기의 군산을 관광상품화하는데만 치중하고 있다. 물론 문화유산의 상품화는 비단 군산뿐 아니라 전국이 비슷한 현상인데, 문제는 일제의 잔혹한 수탈의 현장을 오로지 상품화하는데만 골몰한다는건 지나치다는 거다.   

더욱 안타까운 것은 주변의 여러 독서회를 봐도 도서 목록에 <탁류>가 보이지 않는다. 불과 몇 명의 회원들이 활동하는 독서회에서 <탁류>를 읽는다고 얼마나 달라질까마는 시민 소수라도 이런 책을 읽고 관심을 갖는다면 막연한 근대로의 시간여행에 조금은 도움은 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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