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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서실 청소, 수리, 고시텔 관리, 식사준비, 차량운행, 짬짬이 손주 돌보기.......다람쥐 챗바퀴 돌듯 되풀이되는 일상을 벗어나기 위해서는 역시 집을 떠나야 한다. 잠깐이라도 일과 업무를 잊을수 있기 때문이다. 요즘 서산 처가를 자주 간다. 오늘도 간다. 순전히 집을 떠나기 위한 방편이다. 단 하루지만 꼭 챙겨야 할 것들이 있다. 연습용 포켓 트럼펫과 악보, 노트북, 존 치버와 앨리스 먼로의 단편집 등 두 권. 나열하고 보니 마치 한 달쯤 여행 떠나는 것 같다. 설사 무인도에 갈지라도 트럼펫과 노트북, 책은 반드시 지녀야할 필수품이고 이것만 있다면 전혀 무료할게 없겠다. 혹 천국이 있다면 다른건 몰라도 음악과 글쓰기, 읽을 책은 있지 않을까? 만약 이런 것들이 없다면 단연코 사절할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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막 아침 청소를 끝내자 낯선 사람 몇이 들어온다. 옆구리에 성경책을 낀걸로 보아 전도꾼들 같다. '여호와증인'에서 왔다고. 귀찮을듯싶어 얼른 손님이 있다고 둘러대니 인쇄물 한 장을 주고 간다. 전도꾼이 돌아간지 불과 10분쯤 됐을까. 공교롭게도 몰몬교 신자인 학교 선배가 찾아왔다. 슬그머니 몰몬교 홍보 책자를 내민다. 하늘에 있는 신이라.....낡은 담자락의 벗겨진 페인트가 문득 떠오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