플라톤전집 4 - 국가 원전으로 읽는 순수고전세계
플라톤 지음, 천병희 옮김 / 도서출판 숲 / 2013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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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서 훌륭한 사람들은” 하고 내가 말했네. “돈이나 명예를 바라고 통치하려 하지 않는 것이라네. 그들은 을 받고 공개적으로 권력을 행사함으로써 고용인들이라 불리기도 바라지 않고, 권력을 이용하여 공금을 몰래 착복함으로써 도둑이라 불리기도 바라지 않기 때문이지. 그들은 또한 야심이 없는지라 명예를 바라고 통치하지도 않을 것이네. 따라서 그들이 통치하게 만들려면 그들에게 압력을 가하거나 벌 받게 하지 않으면 안 되네. 이런 이유에서 강요당할 때까지 기다리지 않고 자진하여 관직을 맡는 것이 창피스러운 일로 여겨져왔던 것 같네. 그들 스스로 통치하기를 거부할 때 그들이 받는 가장 큰 벌은 자기들보다 못한 자들의 통치를 받는 것일세. 적격자들이 통치하기로 승낙하는 것은 이 점을 두려워하기 때문인 듯하네. 그렇다 하더라도 그들은 마치 혜택을 누릴 수 있는 뭔가 좋은 것인 양 권력에 다가가는 것이 아니라, 그들 대신 이 일을 맡아줄 더 훌륭한 사람들이나 대등한 사람들을 발견할 수 없어서 달리 선택의 여지가 없는 것처럼 다가간다네. 혹시 훌륭한 사람들의 도시가 생긴다면, 그곳에서는 지금 우리 사이에서 정권을 맡지 않으려고 경쟁이 벌어질 터인데, 그것은 진실로 참된 통치자는 본성적으로 자기에게 유리한 것이 아니라 피치자에게 유익을 것을 생각한다는 명백한 증거일세.” (『국가』 347b~d, 67~68면


선거의 계절이 또 왔다. 여러 선거 중에서도 대통령선거는 투표율도 높고 전국을 들썩거리게 한다. 선거가 민주주의의 꽃이라면 대선은 꽃 중의 꽃인 셈이다. 정기적으로 다가오는 선거철이면 어김없이 플라톤의 대화편 한 구절이 어김없이 소환된다. 신문이며 방송은 물론이고 후보자가 직접 이 대목을 인용하기도 한다. 대략 "정치를 외면한 가장 큰 대가는 저질스러운 자들에게 지배당하는 것이다."와 같은 메시지다. 천병희 님 번역에 따르면 ”그들 스스로 통치하기를 거부할 때 그들이 받는 가장 큰 벌은 자기들보다 못한 자들의 통치를 받는 것일세.“이다.

 

오늘날 투표 참여 캠페인에 약속처럼 등장하는 문구이다. 당시 아테네의 민주주의와 오늘날 우리의 민주주의와는 다른 면이 있다. 여기 언급하는 ‘그들’ 또는 ‘훌륭한 사람들’은 뛰어난 철학자(哲人)이며, 플라톤은 교과서에서 배운 것처럼 ‘철인통치론’를 주장하였다. 플라톤의 이상국가는 철저히 검증된 소수의 엘리트들(곧 '수호자(guardian)', 이들만이 정치 권력을 잡아 다른 모든 (열등한) 이들의 복리를 증진시키는 방향으로 권력을 행사하는 것이었다. 그러므로 통치를 거부한 그들(철학자들)이 받는 벌은 자신들보다 못한 자들의 통치를 받아들여야 하는 것으로 되어 있다.

 

그럼에도 오늘 현실을 떠올리며 텍스트를 받아들여도 무리는 없다. 그런데 핵심 인용문 전후의 맥락이 흥미롭다. 인용문 앞뒤의 텍스트까지 읽으면 오늘날 정치 현실에도 여전한 그림자가 드리워져 있는 것. 통치하기를 선택했을 때 어느 누구도 ‘돈’과 ‘명예’와 ‘권력’의 유혹을 떨치기 힘들다는 경고다. 설령, 그렇지 않다고 해도, 그 통치자는 ‘걸면 걸리는’ 공격에서 자유로울 수가 없다. 인용문의 후반부에서 혹시 ”훌륭한 사람들의 도시“가 있다면 이상국가를 통치할 자격을 갖춘 자들이 서로 ”정권을 맡지 않으려고 경쟁이 벌어질 “ 것이라는 언급이 흥미롭다. 여기서도 오늘날 우리 사회라고 가정하고, ”대통령으로서 자질은 갖춘 이들이 서로 대권을 맡지 않겠다고 경쟁하는“으로 읽어볼 필요가 있다. 과연 그런 양보가 가능할 수 있을까? 


선거철이면 자주 거론되는 『국가』의 한 문장의 출처와 전후 과정을 공유하자는 뜻에서 정리했다. 최근 한 시사유투브에서 이번 대선 출마자들의 인물 됨됨이를 분석하는 방송을 보았다. <최동석의 인사만사#4회>(열린공감TV, 2022. 2. 4.)인데, 최동석 소장이 준비한 PPT(아래 사진)가 시사하는 바와도 맥락이 닿아 있다.

(출처: https://www.youtube.com/watch?v=c4Q2rDA5Oto ) 


최 소장이 1965년 이후 하버드신학대학교에서 종교학을 가르친 하비 콕스가 쓴 『신이 된 시장-시장은 어떻게 신적인 존재가 되었나』를 읽다가 영감을 얻어 정리했다는 자료라고 한다. 하비 콕스는 『세속 도시』(1965)로 세계적 명성을 얻은 신학자다. "돈이 곧 명예이고 권력이고, 권력이 곧 돈이고 명예이며, 명예가 곧 돈이고 권력“으로 셋은 삼위일체로 함께 쥐게 되는데, ”이 마약을 한 번 먹으면 자기인식이 불가능해지고 학습능력은 떨어진다.." 최소장님의  설명은 이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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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02-10 18:59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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