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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문화유산답사기 8 - 강물은 그렇게 흘러가는데, 남한강편 ㅣ 나의 문화유산답사기 8
유홍준 지음 / 창비 / 2015년 9월
평점 :
여름의 끝자락에 왠지 모르게 더욱 더 힘에 부쳤던 여름을 털어내자고 영월을 다녀왔다.
늘 경기도에 살면서 휴가를 간다면 주변에서는 다들 강원도를 간다고 했다. 나도 아는 곳이 없다보니 처음에는 인터넷에 의존할 수 밖에 없었다.
그러다 아이들이 더 자라면서 이제는 단지 풍광을 보는 여행에서 역사적인 사건을 찾아다니는 여행으로 자연스레 이동이 되었다. 그 현장을 가서 보는 것이 주는 감동과 더불어 확실한 인지는 아무리 글로 배워서 알 수 없는 것들이라 여기기 때문이다. 그리고 어른인 엄마 아빠도 모르던 것을 알게 되면서 행복해하게 되었다.
아랫지방 촌사람으로써..바다를 보려 가는 강원도는 그리고 산도 생각보다 자주 보던 도시에 사는 나에게는..그러다 알게 된 곳들이 이 책에 고스란히 담겨 있어서 좋다.
<영월의 청령포>소나무에 감탄하고 단종의 삶을 그려보았다.
나는 유홍준 선생님처럼 문화유산을 답사하는 여행은 하는 것이 아니니 다녀왔다고 해도 그냥 다녀온 것이지만 이 책을 통하면 그곳은 또 다른 의미있는 장소가 될 기대가 크다..
남한강을 끼고 이 책에 답사지는 그냥 길만이라도 스쳐간 곳이 제법이다. 그만큼 이 강을 낀 이 도시들이 매력이 있기 때문이다. 제일 처음 영월에 우연히 들렸던 기억이 난다. 그리고 그 초록세상에 아름다움에 반해 계속 하나씩 더 만나보았던 제천, 단양, 충주, 여주까지..
영월여행에서 더위에 지쳐 아이들과 남편에게 법흥사를 가보고 싶다는 말을 차마 하지 못하고 다음 여행 때 꼭 가자고 하고 왔는데 답사기 8권에 녹아있는 법흥사를 보니 다녀왔어야 했다.
일상에 쫓기다 보니 여행을 하면서 많이 경험하게 되는 것이 꼭 조만간 좋은 곳을 찾아 또 와보는 것과 갔던 곳이 너무 좋아 다시 와야지 하는 것의 실천이 어렵다는 것이다.
그래서 자꾸 여행을 떠나면 전투적으로 여행을 하게 된다.어쩔때는 그게 아쉬운데 아마 아직 젊고 더 많은 것을 볼 수 있는 기회가 소중하다는 맘에서 나온 행동양상이리라 생각한다.
선생님의 에필로그를 읽으면서 이 책이 어떻게 전개될 것인가를 예상해 본다. 역시나 많은 이야기들이 숨어있어서 좋았고 우리의 소중한 유산들이 어떻게 이 시대까지도 존재를 해왔는지 그리고 사라진 것들은 또 다른 시선으로 무에서 유를 창조해내고 역사를 짜맞추어 가는 과정이 참으로 새롭고 재미나다는 생각이 들었다. 좀 더 나아가면 멋지고 훌륭한 것들이 하나도 변치않고 다 자리잡고 있기를 바래보지만 그건 비현실적인 바램이기도 하다.
미륵사지를 갔을때..왕궁리 유적지를 갔을때가..그래서 이 책에서 소개해주신 남한강변의 폐사지터는 꼭 다녀오고 싶다. 상상하는 눈으로 그림을 그려보고 그 시대를 만들어 보고 싶다.
이 책은 강따라 펼쳐진 명소들을 보고 우리의 선인들이 남겨 놓은 시나 그림이 선생님의 글과 잘 어울어져 있다. 위의 시는 단종의 <자규시>로 17세에 지은 시인데 이 시를 두고 선생님은 본래 아픔이 승화되어야 예술로 나타난다는 사실을 생각한다면 단종은 매우 냉정하고 조신한 성격의 소유자였던 것만 같다 하신다. 그러나 어린 나이에 권력에 휘말려 어쩜 어떤 것도 할 수 없었을 그 입지를 생각하면..서울에서 혼자 멀리 떨어진 단종의 무덤앞에 좀 더 처연해진다.
<단종의 장릉>
이 책에서 주로 소개가 되고 있는 문화유산은 정자와 그리고 불교에 관련된 승탑등과 그리고 적성비 등등이 있는데 이번 참에 절에 가면 늘 법당을 살피고 그리고 탑을 바라보면 도는 게 다였는데 선생님의 친절한 설명으로 나는 이제 아이들에게 아는 척 좀 할 수 있게 되었다고 자부한다.
그리고 얼마전에는 안산의 단원미술관에서 김홍도와 떠나는 예술여행이라는 테마로 단양을 다녀왔었다. 도담삼봉, 옥순봉 유람선 관람, 그리고 사인암을 다녀왔었는데 이 책에서 만나니 또 반가웠다. 단양이라는 도시에 대해 잘 몰랐는데 댐을 건설하면서 단양의 많은 부분이 수몰되었다는 그래서 옛풍광은 선생님의 기억속에서만 만날 수 있다고 생각하니 참으로 안타까운 부분이기도 했다. 그러나 정말 김홍도의 옛그림과 그리고 실제의 그림을 그린 배경을 비교해보면서..여전히 아름다움은 그곳에 존재하고 있었고 그것을 바라보는 우리의 시선은 참 변함없다는 생각이 들었고 그것이 우리 후대에서도 잘 이어지기를 바라는 맘도 더불였다.
<단양 옥순봉>
단양의 아름다움은 정말 가까이서 봐야하고 장회나루에서 40여분을 탔던 그 배를 혼자 탔기에 아이들과 남편이랑 꼭 같이 타보고 싶었다. 그리고 단양편에서는 성신양회 이야기도 인상깊었다.
성산양회를 나도 지나오면서 우와 이 곳 단양에는 시멘트 생산으로 유명한 모양이구나 했다.
나는 시멘트로 온나라를 새로이 꾸민 것에 반대파인데 답사단에 김용국 선생님의 말씀에도 고개를 끄덕했다.
<지금의 현대적인 시멘트가 없었다며 산을 덮고 있는 저 푸르른 나무들, 북한산의 백운대와 인수봉 화강암도 모조리 잘려서 쓰였을지도 모른다는...> 다들 보는 관점에 따라 다른 생각을 가질 수 있구나 했다. 달리 전문가가 아닌 것이기도 하고..
단양의 아름다운 풍경을 지나 이 가을 꼭 가보고 싶은 곳이<영춘가도>라는 생각이 들었다.
자연을 많이 훼손하여 아파트를 지은 곳에 사는 내가 이해되지 않는 것이 왜 자꾸 나무를 베고 초록의 땅을 허락치 않는 걸까 하는 생각이다. 그래서 절터도 좀 더 빛바랜 곳이 좋고 길도 시골길이 좋고 그리고 그대로의 따스함이 숨은 옛길이 좋다.
온달산성에는 온달의 내력과 평강공주의 영웅적인 면모를 만날 수 있고 고 노무현 대통령과의 일화도 담겨져 있다. 산성이 많은 우리나라..전쟁이 나면 직접 나가서 싸우지 산성은 왜 만들었냐는 그 질문이 의미있다.
그리고 역시 선생님의 책에서 빠지면 안되는 것이 선생님의 높은 질의 유머이다. 이 부분은 읽으면서 킥킥..나도 선생님의 답사단이 되어 선생님의 이런 유머를 듣고 싶은 열망이 일기도 하는 부분이다.
의림지만 알았던 제천의 배론성지와 의병 운동도 관심있게 살펴보고 싶어졌다. 아이들과 공세리 성당을 다녀왔을때가 생각이 나면서 종교를 배척하고 그들을 또 간첩으로 몰면서 거대권력이라는 것이 덮쳤을 그 일련의 사건들은..아무도 그것이 내가 사는 나라안에 일은 아니겠지 했을 터이다. 그렇게 돌아서..폐사지 소개는 참 이름난 유물이 많은 것도 아니고 보물들로 가득차지 않았는데 그것이 더 궁금하다는 것이 의미롭니다. 내 마음이 울적한 것인가도 생각해보게 되고 그리고 상상할 수 있어서라는 맘도 든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만나게 되는 여주의 <신륵사> 나도 신륵사는 추노를 보고 다녀왔다.
두번 다녀온 중에 한번은 4대강 사업이전이였고 두번째는 강을 파고 있을 때였다.
정말 실망했다. 첫번째 신륵사에서 받았던 감흥을..탑의 시선으로 아래를 내려다보고 싶었것만..그만 고개를 돌리고 말았던..나옹선사의 시는 익숙하다.
우리는 이 세상에 태어나서 이렇게 아무 욕심없이 물처럼 바람처럼 살다가 갈 수 있을지 생각했다. 그렇다면 세상은 지금과는 조금 다른 모습으로 존재하지 않을지도 모르겠다.
실제 서울에 자주 가고 서울답사기를 기다리던 중에 나온 이 남한강편이 이 가을과 너무 너무 잘 어울린다. 맑고 푸른 가을하늘이 그 강물에 내려앉아 강은 별을 반짝일터이고 녹음은 이제 서서히 자기의 색으로 바꾸려는 몸부림을 만날 수 있는..낮에는 따스한 햇살과 더불어 살랑이는 바람에 맘도 같이 나의 나라..거대한 문명의 거대한 유물이 손짓하는 여느 다른 나라의 유명관광지와 달리 나즈막히..그리고 자연속에서 툭 불거져 나와있지 않는 같이 어울려야 더 멋지지 않냐고 묻는 그 아름다운 우리의 문화유산을 만나는 일을 게을리하고 싶지 않다는 다짐을 하면서 책을 덮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