떠나간 자와 머무른 자 나폴리 4부작 3
엘레나 페란테 지음, 김지우 옮김 / 한길사 / 2017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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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 매일 지는 해를 바라본다. 그렇게 나의 하루도 나의 가족의 하루도 내 이웃의 하루도, 이 세상살이도 나이를 더해간다. 그 삶의 언저리는 책의 표지처럼 마냥 오묘할 수도 황홀할 수도 애잔할 수 도 있을터이다.

 

마성의 매력을 지닌 남자를 기억한다. 모든 남자들이 사랑하는 거부할 수 없는 인력을 또 다른 주인공인 릴라의 삶을 180도로 변화하게 한 남자 니노..아직 난 인생에서 니노같은 남자를 만나본적이 없기에 그는 정말 드라마속에 주인공처럼 환상 속에 있다. 그래서 그 니노라는 캐릭터가 희한하기 짝이 없는데 레누는 어김없이 그에 대한 수많은 생각을 하면서도 빠져든다.  

 

그 니노가 다시금 레누의 삶속에 등장하면서 기다렸던 3권 <떠나간 자와 머무른 자>을 펼쳤다.

가독성이 좋다고  잘 읽혀진다는 600여쪽의 이 책을 며칠 끙끙거리면서 여러가지 생각을 해보았다.

 

여전히 3권속에서도 릴라는 모든 남자들이 그녀를 동경하고 그녀가 보여주지 않은 능력을 이상화하고 그녀는 레누랑 다르다고 판단하고 인정하는 자들로 가득하다. 정말 레누의 말처럼 릴라 릴라 듣고 싶지 않은 대상일꺼같다. 나였다면 그런 주변의 인물들이 소스라치게 놀라워서 릴라 안녕하고 다른 세상속으로 도망갔을련지도 모르겠다. 

 

그러는 반면 레누는 자신이 원하는 대로 책을 써내고 책이 많이 팔려서 작가로써의 인지도도 가지고 좋은 집안의 남자< 젊은 나이의 대학교수라는 자리에 오른 피에트로> 결혼을 하고 사랑스러운 두딸을 낳는다.  하지만 레누는 가족과 남편이라는 테두리안에서 본질적인 자기자신을 완전하게 인식하지 못한다.

 

360쪽 결혼은 감옥이었다.

 

여기서 작가는 이야기하고 싶은 것들이 많았으리라..지금 현재의 여성들의 삶도 그리 다른게 없으니 말이다. 많은 여성들이 현재 남성과 맞먹는 공부를 하고 동등하기도 우월하기도 한 능력을 가지게 되었으나 여전히 우리사회는 결혼의 문제, 출산의 문제, 아이들의 교육의 문제를 여성들의 문제로 인식하고 여성들이 그 문제를 해결해나갈 힘을 가지라고만 한다. 집안일이나 육아가 힘들다고 하면 옛날에 우리네 엄마들은 농사지으면서도 아이들 낳아서 도시락 몇개씩 싸서 학교 보내고 공부시켰다고 한다.

 

얼마 전 티비속에서 아이셋을 낳고 젊은 시절 이뻤던 아내가 거대하게 살이 쪄서 자기의 외모 관리도 못하고 자기자신을 놓고 사냐고 비난하는 남편이 떠올랐다. 식탁에 제대로 밥을 차리고 편히 밥한끼도 먹지 못할 만큼 연속되어지는 육아와 집안일을 그들은 완전히 받아들이려 하지 않았다. 참 쉬운 말로 집안일 세탁기도 청소기도 있는 지금 2시간이면 끝나는 거 아니냐 라고 말하는 모습을 보고 여전히 여성들만이 여성들의 고통에 대해 외치지 남성들은 그런 여성들의 고통을 똑바로 인지조차도 하지 않는구나 하는 참으로 변화하는 것은 어렵구나 하는 맘때문에 답답했다.

 

그러나 한편으로 육아라는 것이 남편을 돌보는 것이 가정을 건사하는 것이 왜 여성으로써의 존재적 가치가 낮은 노동처럼 인식되는지는 살짝 반문이 들었다. 무조건적으로 자식을 생산하던 시대가 아닌 지금에 내 아이는 나의 미래의 사회구성원이기에 더 공을 들이고 그들을 키우고 그런 가정을 형성해나가는 것도 분명히 의미있는 일이라 나는 여기는 축에 속해있기 때문일까?

 

 

그리고 첫권부터 쭉 이어져 오는 레누의 태도는 3권에서도 이어진다. 릴라와 자신을 비교하는 것.

 

모든 불행은 비교에서 온다고 했기에 나는 나자신을 비교라는 잣대가 가지는 비극과 만나지 않게 하려고 부단히 살아와서인지 모르겠지만 이상하게도 그런 레누가 안쓰러웠다.

 

493쪽 아무리 나를 따라하고 내 모습과 완벽하게 똑같은 초상화를 그린다 해도 내 망할 자아는 내 것이고 네 망할 자아는 네 것이니 말이야.

 

 

분명 극단적으로 변화하는 릴라의 삶을 보고 분명 레누는 인식했을터이고 릴라보다도 더 많은 것들을 공부하고 연구하고 자기를 거쳐가는 과정을 치열하게 살았음에도 레누는 생각만 많을 뿐 여전히 자기 중심을 못 잡고 있다는 생각이 앞선 것은 나의 편견일까? 아님 나의 고지식함일까?

 

3권 속의 이태리와 나폴리는 급변하는 여러가지 사회 상황을 맞이한다. 릴라가 근무하는 햄공장을 보아도 세상살이 정말 쉬운게 하나 없다. 돈이라는 것을 벌기 위해 감수해야 할 불평등과 불공정한 관습과 썩어빠진 냄새로 점철된 벗어나기 힘든 실상들 앞에서 숨이 턱 막힐 뿐..어쨌든 수많은 등장 인물들은 그대로 받아들이는 것을 벗어나 바꾸려고 행동한다. 그게 내 가족이기도 내 이웃이기도 한 그런 본연의 삶..그렇기에 더 나은 삶을 찾으려고 고향을 떠난 레누보다 나폴리에서 벗어나지 않고도 파도에 맞서는 릴라가 더 동적인 것은 아닌지. 그러는 속에서 릴라는 경계의 해체를 막연히 두려워만 하지 않고 다소 그 경계의 해체에 대응할 수도 있는 능력이 생긴 듯 하다.

 

22쪽 - 차라리 떠나라고 말하고 싶었다. 지금까지 살아온 삶에서 멀리, 영원히 도망가라고. 모든 것을 이룰 수 있고 모든 것이 잘 돌아가는 그런 곳에 자리를 잡으라고 말하고 싶었다.

나는 실제 그렇게 했다. 하지만 그로부터 수십 년이 지난후에갸 비로소 나는 그때 내 생각이 틀렸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현실은 길이가 길어질수록 고리가 커지는 사슬과 같다는 것을 깨달았다. 고향동네는 나폴리와, 나폴리는 이탈리아와, 이탈리아는 유럽과, 유럽은 전세계와 연결되어 있었다.

 

172쪽 모든 사물과 사람들과의 거듭되는 충돌에 지칠 대로 지쳐 무너져 내리면서도 도무지 포기할 줄 모르는 교만하기 짝이 없는 자기 자신과의 싸움도 혼자 감내할 것이다.

 

우리네 삶은 부단히도 노력하고 계획하고 그것을 위해 매진하지만 그렇게 하다가도 원하지 않는 변수들이 등장하여 엉뚱한 방향으로 흘러가기도 한다는 것이 어쩌면 너무도 당연한거 아냐! 하고 꾸짖는 거 같은 느낌이 드는 건. 이 이야기가 허구의 소설임을 자꾸 잊어버리고선 그들의 삶이 나의 영역을 침범할까봐 두려워하기까지 한다.

 

그러면서 니노를 비난했다가 레누를 동정했다가 레누의 본능적으로 끌리는 니노에 대한 사랑을 동경하기도 하고 피에트로가 나의 남편이기도 했다가 정치적인 목소리를 내고 치열하게 사회를 향한 투쟁을 가담하기도 하여 브루노에게 뺨을 한방 날리기도 한다. 참으로 놀라운 힘을 가진 이야기라는 것은 확실하다.

 

책표지 마지막에 쓰여진 작가의 말을 지극히 공감하다가도 작가의 생각이 때론 너무나도 이분법적으로 나눠어져 있는 것이 아닌지 의심하고 그럼에도 불구하고 시간이 한없이 흐르고 공간의 변화가 무쌍해도 변화되지 않는 것들이 삶 속에 너무나도 깊숙히 뿌리박혀 있구나 하는 허무함 마저도 나를 덮치는..

 

 

오롯한 자기 생각이 확고하고 뭐든지 두려워하는 법이 없는 뛰어난 능력을 지닌 릴라에게도 한없이 한겹한겹 배운 자로써의 삶을 다듬어 더 나은 사람으로 거듭나는 레누에게도 삶은 알 수 없는 수수께기같은 것이라는..

 

그리고 나를 찾기위해서 결혼도 부정하고 나의 아이들의 안위도 생각치 않고 니노를 따라 자기의 안식처를 벗어나는 레누의 삶이 이제는 행복하게 정착이 될련지 그리고 릴라는 그리고 그들의 아이들은 어떤 삶속에서 유영할지 예상되지 않는 결말이 궁금하다.

 

 

자금을 투자한 사람은 머리와 손으로 일하는 사람과 똑같이 무엇이든 만들고 부서뜨릴 수 있는거야. 돈만 있으면 풍경도 바꾸고 특정한 상황도 만들고 사람들의 삶까지 좌지우지 할 수 있어.
224쪽

나는 무엇을 바라는가. 내 출생성분을 바꾸기라도 하려는 건가. 나뿐만아니라 다른 이들의 태생도 바꾸려는 건가. 빈곤과 탐욕 때문에 괴로워해본 적도 없고 원한과 분노를 알지도 못하는 시민들로 이 황량한 도시를 다시 채우소 싶은건가~내안의 있는 악마를 만족시키고 악마에게 생명을 불어놓음으로써 행복해지기를 바라는 건가. 315쪽

풋풋한 어린 생명체가 나이 든 생명체를 장난삼아 흉내내고 있었다. 우리는 결국 모두 똑같이 사랑과 증오와 욕망과 폭력이라는 짐을 지고 무대에 오르는 그림자 인형일 뿐이었다. 411쪽

나는 성숙이란 결국 삶의 굴곡을 호들갑 떨지 않고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는 법을 배우는 것이라고 생각하기로 마음먹었다. 일상적인 삶과 이론사이에서 균형을 잡으며 길을 걸어가는 것이라고 변화를 기다리며 자기자신을 있는 그대로 바라보고 정확하게 파악하는 법을 배우는 것이라고 생각했다. 506쪽

지금까지 제대로 교육받은 이성을 너무 맹신했나봐. 좋은 책을 읽는 것과 절제된 표현 능력, 정치적 성향을 너무 믿었던 거야. 버림받는다는 사실 앞에 사람은 모두 똑같아지는 것 같아. 59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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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디의 우산 - 황정은 연작소설
황정은 지음 / 창비 / 2019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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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정은 작가의 책을 기다렸다. 언젠가 황작가가 2018년에 새 책이 나올꺼라고 이야기한 것을 기억했기 때문이다. 그런데 기다리는 책은 소식이 없었다. 그러다 내가 사는 수원에 애정하는 시인 박준과 작가 황정은이 찾아왔다. 서울 어디라도 만날수만 있다면 찾아갈텐데 수원에 왔으니 열일제쳐두고 그둘을 만났다. 먼 무대에서 조그맣게 보여지지만 매력적인 황작가의 목소리는 언제나 나를 편안하게 한다. 책이 언제 나온다는 이야기를 하지 않았지만 왠지 여유있어 보이는 모습에 조만간 책이 나오겠구나 했다. 그러던 어느날 딩동하는 신간알리미 문자가 왔다.

 

그렇게 소식을 전해 온 디디의 우산 예약판매였다. 혜택은 작가의 친필사인본..역시 얼른 구매하고 책이 올 날만 기다렸다. 그리고 띠지를 살핀다. 창비라디오인지 어디서인지 자기 소개를 줄이다 줄이다 이름만 써보겠다던 한자로 이름을 써볼까 하더니 황정은과 黃貞殷 이 쓰여있다. 역시 황정은이다.

 

이상하게 작가의 소설은 예사롭지 않다. 그의 문장이 그러하다. 그의 문장은 단단하고 건조한데 이상하게도 맘을 후벼파는 애잔이 공존한다. 그래서 그 글을 읽으면 수많은 사고와 상념들을  단단하고 건조한 구조속에다 안착시키기 위해서 얼마나 많이 문장을 손보았을까 하는 공이 느껴진다.

 

디디의 우산과 웃는 남자로부터 d와 dd

 

엄청난 관심의 작가지만 영화를 볼때처럼 보기전에는 읽기전에는 소설의 주변에 크게 관심을 두지 않는다. 이상한 습관이다. 그래서 읽게 된 연작 중 <d>는 왠지 어디선가 읽어본 거 같다.

세운상가가 나오는 이야기가 있었는데 이제서야 이 이야기는 <웃는 남자>였다. 서로의 우산이 되어주었던 d와 dd, 무언가를 많이 가지진 않았어도 둘이였기에 행복했고 사랑했기에 더욱 그랬을 그들에게 dd의 죽음- 사랑하는 이의 죽음은 그 상실을 겪지 않고선 그걸 백프로 이해한다고 할 수 있을까.

d는 그 상실로 인해 숨어 들고 세상과의 단절을 선택할 수 밖에 없었지만 세운상가에서 여소녀를 만나게 되면서 그는 아마도 하찮은 존재로써 이 하찮은 세상을 통과하면서 살아나갈 것이다.

 

내가 생각하는 딱 황정은 작가의 이야기인 <d>는 매번 다른 느낌으로 다가온다. 하찮은 삶에 어떤 존재로 인해 내삶이 신성해지고 내삶이 빛나고 내삶이 생의 의지로 가득찼다면 그 환희를 잊는 순간에 겪을 좌절은 상상 저 밖에 둘 수 밖에..

 

나의 사랑하는 사람은 왜 함께 오지 않았나. 144쪽

 

여소녀가 생각하기로는 세운이라는 이름 그대로, 이곳엔 세계의 기운이 이미 모여 있었다. 미래와 빤하게 연결된 현재, 이상에 이르지 못하는 실재, 비대하고 멋대가리 없는 외형, 시대의 돌봄을 받은 적은 거의 없지만 알아서 먹고살며 시대를 이루었고 이제 시대의 꽁무니에 남은 사람들...95쪽 

 

 

왜 망해.

내내 이어질 것이다. 더는 아름답지도 않고 솔직하지도 않은, 삶이, 거기엔 망함조차 없고 다만 적나라 한채 이어질뿐. 134쪽 

 

 

아무것도 말할 필요가 없다

 

연작의 두번째 이야기는 이어졌던 작가의 작품과는 다른 결의 글을 선보인다. 그래서인지 처음엔 읽어나가기가 어려웠다. 소설은 꾸며진 이야기로 알고 있는데 이 이야기에는 사실이라고 믿기에는 너무나 허상적이고 너무나 뻔한 사실들이 작가의 글에 같이 공존한다. 그게 더 허구인마냥..

그러나 그것은 지독하게 치열한 현실이고 상식이라는 가면을 쓴 차별이며 혐오이고 누구도 해결해주지 못하는 그들만의 슬픔과 분노로 가득 차있다.

 

연세대 학생운동에서 용산참사, 세월호 그리고 누구도 피 한방울 흘리지 않고 이루어내었다는 촛불혁명의 굵직굵직한 사건들과 일상에 만연되어있는 이분법적인 사고(남자와 여자, 사랑과 어른의 기준, 정상범위를 규정하는 툴) 라는 틀속에 갇힌 사람들의 행위들이 이 소설속에서 살아서 움직인다.

 

프레디머큐리의 성정체성 문제를 가지고 있어 많은 사람들이 열광하는 영화를 보지 않았다는 지인이라면 이 글속에 서수경과 김소영을 이해할 수 없을테고 세월호의 진실을 밝히기 위해 거대한 돈을 들여서 세월호를 인양하여야 하냐고 묻는 조카에겐 광화문의 불 켜진 노란리본은 내미래와는 전혀 상관없는 남의 일일뿐이다.

 

그럴때면 나는 그런 생각을 한다. 왜 나는 그들에 속하지 않는다고 확신을 하는거지..버스에서 dd를 잃은 d가 난폭운전을 하는 버스기사에게 예민하게 굴었듯이..언제고 일어날 수 있고 그게 나일수도 나의 사랑하는 사람일수도 있음을 왜 인지하지 않는걸까?

 

그렇다고 모두들 내가 거기에 속할 걱정을 하고 살아야 한다고, 그래서 개인도 없이 모두들 한목소리를 내어주어야 한다는 것이 아니다. 모두들 돈이 우선이고 개인이 우선인 이 사회에서 발생하는 크고 작은 충돌이나 사건 사고에 대해 누군가는 정확히 책임지고 용서을 구해야 하며 그 당사자들에게 공감하고 위로해줄 수 있는 마음 한자락은 있어야 하는 것은 아닌지 생각하게 된다.

 

내 앞마당을 쓸어야 한다는 표현이 와닿은 이유는 나 또한 내 앞마당보다 광장에 더 많은 촉각을 세우고 있어서일까? 생각을 이어보기도 한다.

 

우리는 어떤 일이 그 한순간에 벌어진다고 믿어 의심치 않지만 분명 그 이면에는 그일이 벌어질 조짐이 생겨나고 있으며 그것에 대해 자각하지 않는 그 순간에 그것은 거대해진다.

세월호가 그랬던거 같다. 전쟁을 겪고 재건을 하면서 빠르게 성장해 온 우리가 외면해 왔던 사회적인 맹점들이 형체없이 거대한 무게를 지닌채 그 배에 실려서 누군가의 사랑하는 사람들과 함께 가라 앉아버린 것은 아닐까? 그 배를 제때 구조할 수 없었던 이면의 이야기들은 또 어떠하고 그 이야기에 분노하고 원망하면서도 이게 우리사회에 숨겨져 있던 민낯이구나 하고 허탈했다.

 

우리에게 새로운 <세월호>라는 단어가 구축되고 정의되지 않는 불합리한 비명이 그곳에 모여들고 또다른 곳에서 새로운 상처들이 파생되어간다.

 

그런데 다시금 반복해서 읽다보니 작가 또한 자기의 고유의 방식에서 벗어나 만들어낸 이 이야기는 명확했다. 소설의 문장하나하나를 되집어 생각해보지 않아도 명확하게 보여져서 강하게 인식된다. 아마도 작가는 돌려말하고 싶지 않았는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 이야기는 소설일뿐이야! 하는 생각을 하지 못하게 이제는 인지해야 한다고 타이르는듯 하다.

 

두번째 이야기에서 인상깊었던 대목은 아래와 같았다.  

 

어른.

우린 언제 어른이 되었을까.  228쪽

어른은 부끄러움 뒤에 온다고 김소리는 말했지. 232쪽

요즘 광고에서는 엄마도 엄마는 처음이라는 말을 쓰는 것을 들었다. 그런데 엄마가 처음이듯이 우리도 모두 어른이라는 것을 누구에게 배워서 아는 것은 아니라는 생각이 함께 왔다.

그리고 어른의 기준이 무엇인지는 어른이 되는 방법은 잘 모르지만 우리는 어른스럽지 못하다는 것은 평가한다.

참으로 공감이 되었다. 우리는 흔히 앞세대라는 이름으로 설명하고 꾸짖고 타이르는 어른들에게 속된 말로 꼰대라는 말로 상징화한다. 그러나 40이 넘게 나이 먹은 나는 어른일까? 어른은 어떤 존재를 어른이라고 명명하는 것일까? 좋은 어른과 나쁜 어른이 존재하나?

 

내가 생각하는 좋은 책은 그 책을 읽고서 수많은 질문들이 파생하는 책이다. 그리고 그 파생된 질문들이 내가 미래로 나아가는 시점에서 나의 현재와 나의 과거속에서 그 답을 찾아헤매는 방황을 하게 한다. 그래서 오롯이 한동안은 그 책속에 주인공들과 그 책속의 시공에 배경속에 같이 살아가는 듯한 착각에 빠지게 하는 책..그래서 나는 황정은 작가의 소설을 사랑한다.

 

이 책을 읽고 리뷰를 쓰는데 장작 일주일의 시간이 더 걸린거 같다. 그러고도 이 글을 쓰는데 머뭇거리게 되는..작가의 의도를 명확하게 파악해야 고개를 끄덕이며 책을 덮는 나에게 이 책은 호락호락하지 않다. 그러나 어쨌든 마무리를 짓는다. 수많은 문장들이 인물들이 나를 붙잡지만 이제는 안녕한다. 내 앞마당에 나를 기다리는 아이들과 즐거운 방학을 보내야 하므로..

 

꼭 읽어보라는 말이 누군가에게 어떤 울림의 기회가 될수 있을지는 알 수 없지만 나는 믿는다.

앞으로도 소설쓰는 황정은이 우리에게 선사할 그 보물같은 글들이..하찮은 우리가 계속해나갈

힘으로 환원되어 함께 나아갈 것을..

 

열세번째 이야기를 시작하고 싶다. 그것을 완성할 수 있을까. 그러려면 무엇이 필요할까. 다정, 그것이 내게 좋은 툴이 될 수 있을까.툴을 쥔 인간은 툴의 방식으로 말하고 생각한다고 내게 말한 사람이 누구였는지 기억이 나지 않는다. 159쪽

 

"산다는 것은(...) 우리보다 먼저 존재했던 문장으로부터 삶의 형태들은 받는 것"<롤랑바르트, 마지막 강의, 민음사 2015> 211쪽

 

조금씩 독을 삼키듯 상실을 경험한다. 일상에서 내 기도의 내용은 서수경의 귀가이다. 서수경이 매일 집으로 돌아온다. 그는 저 바깥에서, 매일의 죽음으로 돌아온다. 257쪽

 

상식적으로에서 상식은 뭘까?그것은 생각일까? 사람들이 자기 상식을 말할 때 많은 경우 그것을 자기 생각이라고 믿으니 그것은 생각일까. 아니야 common sense니까 세계에 대한 감이잖아. 그것이 그러할 것이라는 감感. 265~265쪽

 

뭐가 무서워.

나는 무서워.

아니 네가 무서운 것이 뭐냐고. 그걸 말하는 동안 네가 두렵고 상처받을 것이 무서워?

그것이 너는 무서워? 299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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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이 허락한다면 나는 이 말 하고 싶어요 - 김제동의 헌법 독후감
김제동 지음 / 나무의마음 / 2018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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헌법은 법위에 존재하는 것으로만 알았다. 법이라는 것은 법을 전문으로 하는 이들에게나 이용가치가 있는 것이라고 생각했다. 세상사에 대한 눈을 뜬 것이 언제인지 모르겠다. 아마도 그 언제인가 부터 세상이 조금 생각과 다르게 흘려가는구나 했다. 그리고 세월호가 우리의 눈앞에서 가라앉았을때 그때서야 정말 고개가 갸우뚱해지면서 뭔가가 잘못되어가고 있다는 생각이 어슴프레 다가왔다.

 

그리고 언젠가 부터 슬슬 궁금한 이야기들이 수면에 떠오르고 어떤 유명블로거에서 김제동씨때문에 모르는 낯선 이들과 언쟁을 했던게 젤로 떠오른다. 경상도 사투리를 쓰는 김제동씨에게 큰 관심이 없었는데 사람들이 자꾸만 빨갱이라고 하는데 이해가 안간다고 했다. 도대체 우리나라에 존재하는 빨갱이<종북?>이라 불리는 이들에 대한 궁금증이 너무 생겨났다. 그렇게 관심을 가지게 되었다.

 

현재 미우새를 보면서 이제 제동씨 출연시켜줘도 되지 않나 하는 맘이 든다. 어머님이 너무 좋아서 아들에겐 악플러일지 모르지만 신발을 잃어버린 아들에게 신발이 더 귀하다고 했다지만 실상은 분명 아들을 그리고 여섯 자식들을 위해 굳건히 지냈을 그 세월의 단단함을 엿보고 싶기 때문이다.

 

자꾸 나이들어 반쪽을 만나고 아빠가 되고 싶어 하는 이들에게 결혼이라는 것과 가정을 이루는 일..요즘 젊은이들이 선택지에서 자꾸만 배제해버리는 그 삶들이 안타깝다. 자꾸만 최저임금 1만원하면 편의점하고 식당하는 자영업자들이 다 죽는다고 난리다. 난 왜 우리나라의 경제가 한집건너 한집에 편의점을 내어야 생계를 유지할 수 있는지 쉬이 이해를 하지 못한다. 제살깎아먹기 식으로 나눠먹기식의 돈벌이와 노동의 가치는 인정하지 않는 천대의식때문에 우리나라의 모든 세대들은 노동으로 일구어진 삶을 축복하지 않는다. 

 

국민의 대부분인 일을 하고 세금을 내는데 법을 만드는 국회의원도 그 법을 집행하는 사법부도 대통령이하의 모든 고위 공무원들이 모두들 고학력자로 이루어져 있다는 것이 비현실적이라는 것을 깨닫기 시작했다. 그리고 그 고학력자들이 나랏일이든 자기일이든 제대로 하지 않고 잇속만 챙기려는 속내를 지녔다는 것이 보이기 시작했다. 한번 째려보면 미운 점만 보인다고 했는데

그리고 그렇게 권력이라는 것을 마구잡이로 휘둘고 안정과 부를 축척한 이들에게는 양심이 작동하지 않고 정말 안타까운 죽음들을 자꾸만 맞이하게 되는 것이 부조리하게 생각되면서도 지난 촛불의 힘을 지나고 나니 그렇다고 나하나의 목소리가 무슨 의미가 있겠어 하고 모른 체 하는 것으로 세상이 변하지 않는다는 것을 배웠다.

 

서론이 길었지만 늘 마이크 잡고 이야기하기 좋아하는 김제동씨의 이야기를 직접 듣는 기분으로 만난 <당신이 허락한다면 나는 이 말 하고 싶어요>는 재미난 책이다.

작가 본인이 이 책을 많은 사람들이 읽었으면 한다는 말에 나도 적극 찬성한다.

대한민국의 헌법의 주인이 우리 국민이고 헌법은 주인인 우리들의 존엄과 가치를 인정하고 행복추구권을 가지며 기본적 인권을 보장한다고 정확하게 명시되어져 있다니 이 얼마나 든든한지 모르겠다.

 

헌법을 읽고 인상 깊은 조항을 재치있게 이름 지은 것도 헌법에 대한 좋은 해석과 이해도를 높이는 작업이라 생각했다. 그리고 문제는 이 헌법의 주인이 국민인데 국민들인 우리가 주인의식을 가질 기회를 만들지 못했다는 것이 뒤늦게나마 나의 국민됨을 내세울 수 있는 장치를 확인했다는 것. 그렇기에 나하나가 뭐해가 아니라 하나하나의 나가 모여 국민이 되어 주인이 되어 당당하게 헌법을 기반으로 살아갈 수 있다면 분명 우리네의 삶은 그 이전보다 훨씬 발전적일 것이다.

 

책은 내내 유머스러움과 오리여인의 삽화가 잘 어울어져서 헌법의 딱딱한 이미지를 사랑스럽게 변화시켰다. 좋은 구절, 감동적인 구절로 가득찬 헌법에 대한 독후감과 더불어 마지막 덧붙인 작가의 추신까지 출간전 연재로 만날때 보다 책이 훨씬 따뜻하다.

연신 고개를 끄덕이게 하는 작가의 생각과 이제는 시대를 거스르지 않게 당당하게 드러난 헌법의 실체를 대하니 무엇보다 든든하다.

 

젊은 청년들이 겪는 발전가능성이 작아보이는 희미한 삶에도 희망이 더해지고 노동의 가치가 인정되고 차이를 인정받는 삶이 사회에서 견고히 자리잡는다면 우리는 모두 존엄한 존재로써 이 사회를 좀 더 나은 그리고 좀 더 배려하는 세상을 만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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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문화유산답사기 : 산사 순례 나의 문화유산답사기
유홍준 지음 / 창비 / 2018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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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들과 날씨 좋은 주말이면 나들이 장소를 물색한다. 우리 부부가 가장 좋아하는 조합은

좋은 산이나 숲이 있는 곳에 있는 조용하고 아담한 절집이다.

경기도에 사는지라 가까운 절은 다 가본듯 하다.

 

5월에는 가보고 싶었던 영주 부석사를 다녀왔다. <부석사 배흘림 기둥에 서서>라는

책을 지니고..그러다 우리나라의 산사가 세계문화유산에 등재되었다는 소식에 엄청 기뻤다.

문화유산이 되면 아마도 좀 더 소중히 보존되고 가꾸어질꺼라 생각이 되기 때문이다.

좋은 소식과 더불어 유홍준 선생님의 <나의 문화유산답사기- 산사순례>편이 출간되었다.

어떻게 알고 딱 맞는 시점에 책을 내었을까 할 정도였는데 이번 책은 새로 쓰신게 아니고

기존의 문화유산답사기에서 산사만을 모아두어서 산사 답사 할때 지참할 수 있는 안내책으로서

잘 정리되어졌다. 무엇보다 산사라는 제목에 걸맞는 표지 안동봉정사는 정말 초록 세상속에

자리잡은 우리네 절의 아름다움을 극대화한다.

늘 절에 가면 어찌 이런 좋은 자리에 절이 자리잡았을까 하게 된다. 옛절의 정취가 느껴지는 곳을

더욱 좋아라하는 하는 것은 작가님과 나의 맘이 일치하는 부분이 아닐까 생각하게 된다.

이상하게 절내의 건물이 너무나 장대하거나 무언가 현대적인 느낌이 들면 되리어 어울리지 않는다는 맘이 절로 든다. 모든 다른 것은 새 것을 좋아하는데 참으로 이상하다.

유홍준 선생님의 표현을 빌려오면 절집의 아름다움의 기준에는 절집자체의 아름다움도 있지만

절집이 자연과의 배치가 어떠하냐에 따른다고 하셨다.

많은 절을 가보았다고 생각했지만 역시 보는 눈이 모자랐다.

고창 선운사의 동백꽃은 보았지만 도솔암 석각여래상은 보지 못했다. 역시 아는게 부족했다.

절에 가면 가장 큰 건물에 들어가서 절하고 오는 것 밖에 모르고

부처님의 수인정도만 알고 있으니 절마다의 특색이 뭔지 암자가 어딘지

 부처가 어딨는지 무엇이 아름다운지 모른 탓이다.

그리고 아직 가보지 못한 곳도 이렇게 많다니 내내 순천 선암사와 송광사를 혼자 여행해보야지 하며 계획만 세웠다. 조계종과 천태종만 아는 나에게 태고종의 절이라는 선암사에 가서 천연기념물로 지정된 매화도 보고 뒤깐에서 시원하게 볼일도 보아야겠다. 역시 꽃은 육안으로도 아름다워야 하지만 향기가 있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매화를 높이 산 이유를 짐작할 수 있다. 벚꽃은 너무 아름답지만 향기가 없어 가끔은 꽃에게 진실됨을 묻기도 하기 때문이다.

선생님의 답사기를 읽을 때마다 젤로 아쉬운 것은 내가 운전을 못하는 사람이라는 것이다.

운전을 잘하는 남편에게 멀리까지 운전해서 절구경 가자하기엔 미안한 맘이 들고

산사는 또 산속에 있어 대중교통으로 쉬이 가지 못하기에 맘만 급하게 된다.

 

땅끝 해남에서 만날 수 있는 대흥사와 미황사도 꼭 가보고 싶은 곳으로 맘속에 저장한다.

그 곳에서 차를 좋아한 추사의 흔적을 만난다면 더욱 반가울테니 말이다.

개심사 속 이야기는 또 얼마나 재밌는지..개심사는 근래 청벚꽃 겹벚꽃으로 아름다운 곳이라

몇해전에 다녀왔다. 산신각으로 가는 길목에서 스님방 문앞에 이제 그만 -> 저리가라는 뜻의

글씨에 한번 웃고 "개심사 좋다고 소문내지 말라며 사람떼가 얼마나 무서운지 아냐는

 주지스님의 말에 또 한번 웃는다. 그런데 사람들은 용케도 좋은 곳은 금방 알아 구름떼처럼

몰려간다. 주지스님은 지금 개심사의 봄이면 어떤 생각을 하실지 가히 궁금하다.

그리고 보령 성주사터 이야기도 인상깊었다. 불교의 국가를 지나온 과거를 기억한다면 

많은 절이 사라졌다고 생각하면 아쉬운 맘도 들고 그 터를 가지고 거꾸로 그 과거를

그려보는 과정들을 만나게 되면 실로 불사의 힘은 대단하구나 하게 된다.

지금의 커다랗고 높은 교회들이 미래에는 이런 절터와 같이 기억이 될지도 모르겠다는

우스운 생각도 해보게 된다. 늘 처럼 내발을 디딛는 여행은 하지 못하지만 늘 해박한 지식으로

공간을 사랑하고 자연을 사랑하고 나무를 사랑하고 건축을 사랑하는 유홍준 작가님의

산사순례도 참 좋았다. 남북관계도 좋아진다고 하니 마지막에 소개되어진 2개의 북한의 절도

멀지 않은 미래에 꼭 가볼 수 있기를 소원한다.

 

학교에서 배운 역사적인 지식으로는 연결하기 어려운 절을 중건한 스님들의 이야기나 불교적인

이야기는 빠르게 이해가 되지 않았지만 한가지는 정확하게 인지했다.

우리나라의 산사는 더할 나위없이 아름답다.

그리고 그 곳에서 나는 아는만큼 바라보는 아는 것의 기쁨을 만끽하는 순례를 해야겠다는  

소박한 다짐을 할 수 있는 계기를 만들어 이 책에 깊히 감사한다.

 

 

그러나 예술미라는 인공적인 아름다움과 문화미라는 정신적인 가치는 그 나름의 훈련과 지식 없이 쉽게 잡아낼 수 있는 것이 아니다. 그런 의미에서 사람은 "아는 만큼 느낀다."고 할 수 있다.
114쪽

수덕사 대웅전 건축은 그 구조와 외형이 아주 단순하다. 화려하고 장식이 많아야 눈이 휘둥그레지는 현대인에게 이 단순성이 보여주는 간결한 것의 아름다움, 꼭 필요한 것이외에는 아무런 수식이 가해지지않은 필요미는 얼른 다가오지 않는다. 179쪽

철따라 바뀌는 꽃과 나무는 우리의 정서를 더없이 맑게 표백시켜준다. 그 꽃을 보고도 아름다움을 감지하지 못하는 서정의 여백이 없다면 국보도 보물도 그저 돌덩이, 나뭇조각으로만 보일 것이다. 255쪽

절집이건 서원이건 여염집이건 우리는 관객의 입장이 아니라 사용자의 입장에서 그 집을 살펴야 그 건축의 본뜻을 알게 된다. 그리고 바로 이 점, 남에게 으스대기 위하여 치장하는 것이 아니라 사용자의 편의에 입각하여 배치할 줄 아는 당연한 슬기를 이 시대 우리는 마땅히 배워야 한다. 338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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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전출처 : 작가와의만남님의 "<살아, 눈부시게!> 김보통 저자와의 만남"

<2명> 아만자를 사랑하는 아들과 함께 꼭 김보통 작가님의 실물을 영접하고 싶어 신청합니다. 그때도 혹시 강아지 모자 쓰고 강연하시는 건 아니겠죠? mbc에서 새로하는 구내식당찾아가는 프로에서도 이 강아지를 그리고 윤덕원의 인생라디오에 월요일마다 나오셔서 온에어로 보는 라디오를 클릭해도 김보통 작가님의 얼굴을 못 봐서 자꾸 상상만 하게 되어요. 아만자최고 이번 책도 최고예요. 고민아닌 고민은 동행할 중학생인 아들과 어떻게 하면 갈등을 최소화하고 사춘기바다를 헤쳐나갈수 있을까요? 방학이라 엄청 싸우고 있거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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