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홀로서기
엘레나 페란테 지음, 김희정 옮김 / 지혜정원 / 2011년 7월
평점 :
구판절판
여자라면, 정말 생각하고 싶지도 않은 주제가 아닐까 싶다.
남편과 사랑하는 아이들만을 위하며 어찌보면 자신을 희생하며 가정을 일구어가던 정말 지루하다 싶을 정도로 평온한 어느날 남편으로부터 이별통보를 받게 된다면...
처음에는 믿지 않을 것이고, 그다음엔 부정할것이고, 그다음엔 증오할것이고, 그다음엔 자기연민에 빠져들고 좌절하게 될 그런 수순을 너무나도 완벽하게 밟는 그녀의 모습이 왜 그렇게도 애달프게 보이던지.
드라마나 영화를 보면, 몇년을 집안에만 있다가 정말 어느날 아침에 생각지도 않았던 이별을 하고, 사회라는 그 큰 경쟁사회속에 떠넘겨진 여자주인공들이 처음에는 우여곡절을 겪지만 나중에는 어디서 그런 파워가 나왔는지 모르겠으나, 일도 성공하고, 심지어는 자신보다 나이도 어리고, 배경도 화려한 남자와의 사랑까지 쟁취하는 일이 허다하다.
그렇지만 결코 현실은 그러하지 못하다는 것을 알기에, 한숨이 지어진다.
먹을것 다 먹고, 식탁을 치우는 자리에서 헤어지자고 통보하는 남편을 어떻게 받아들여야 할까? 남편의 이별통보를 처음에는 대수롭지 않게 생각했던 올가가, 결국은 남편이 무려 20살이나 어린 이웃집 딸과 사랑에 빠진 사실을 알아냈을때 그 황당함과 모멸감은 아무리 그녀가 새로운 인생에 성공을 했다하더라도 쉽사리 잊혀지지 않을 것 같다.
모름지기 만남에도 격식을 갖추고 예의를 갖춰야겠지만, 헤어지는 방법에 있어서도 최소한의 예의를 갖춰야 하지 않나 싶다. 아니, 꼭 필요하다고 본다.
그렇지만 올가의 남편은 너무나도 비겁한 방법을 택했고, 자신의 행복과 사랑을 위해 결혼생활 15년과 함께 자신의 아이들까지 나몰라라 하는 비인간적인 행동을 취했다.
남녀가 이별하는데 있어서 어느 한쪽만의 잘못이 100%라 할수는 없지만, 물론 올가가 너무나도 안일하게 살았을지도 모르겠으나, 이별통보를 하고 이별과정에 이르기까지 마리오는 자신만을 생각했기에 그에게 더 큰 잘못이 있지 않나 싶다.
어쩔수 없이 자신의 결혼생활이 끝났다는 사실과 남편의 배신을 철저하게 느끼는 순간 올가는 자신에게 왜 이런일이 일어났는지 이유를 알아보려 애썼고, 결혼생활을 되짚어가며 유년시절의 아픈기억들까지 생각해내 그 고통이 컸다. 그리고 그만큼의 분노와 증오가 남편과 세상에 돌려졌고, 매순간 쏟아져나오는 욕설과 비난을 제어못하는 상황에 이르렀다.
머피의 법칙이 올가를 따라다니는 것은 아닐까 싶을 정도로 그녀는 설상가상 남편에게 숨겨진 여자의 존재를 알아냈고, 키우던 개가 알수 없는 이유로 죽음의 고통에 맞닿아있고, 아이가 열병으로 쓰러지지 않나, 현관문이 고장나지를 않나... 자신의 분노에 섞인 독한 말때문에 친구들이 떠나지 않나...
그렇지만 역시 여자는 강인한 정신력의 소유자라는 것을 올가가 보여줬다. 어처구니 없는 상황에 맞닥뜨렸을때, 그때부터 능수능란하게 우왕좌왕하지 않고 민첩하게 대응한다면 그게 어디 사람이겠는가? 슈퍼우먼이지.
아무튼 올가는 다시 일어섰다. 그리고 그녀의 전남편이자 비겁자인 마리오는 끝까지 비겁함의 정점을 찍어줬다. 자신과 새로운 여자 카를라와의 관계악화를 막기 위해 아이들까지 이제 올가의 몫으로 돌리려 했으니 말이다.

올가에게 자신을 더 이상 사랑하지 않냐고 묻는 이유는 뭘까? 무슨 심리에서 비롯된 질문이었을까?
"내가 속았고 버려졌고 비참하다고 느꼈을때 널 제일 많이 사랑했어. 우리가 함께했던 어떤 순간보다도 널 더 원했어."라고 말하는 올가를 상상하며 얼마나 마음이 아파오던지.
그리고 마리오를 제대로 이해했기때문에 더는 사랑하지 않는다고 말하는 올가의 모습에서는 묘한 승리감이 느껴졌다.
인생을 살면서, 결혼생활을 하면서 항상 좋은 날만 있을수 없듯이 제대로 살고 있는것일까 하는 회의가 드는 것은 남녀 누구에게나 똑같은 것인데, 마리오는 그순간의 의기소침을 가족이 아닌, 다른 곳에서 해결하려 했으니 그야말로 비겁하다 해야 할 것 같다.
아무튼 험한 인생역정을 이겨냈고, 물론 앞으로 그녀가 살아갈 날들에 또다른 암초들이 기다리고 있을지 모르겠으나, 그래도 씩씩하게 자신을 사랑하며, 아이들을 보듬어 안고 잘 살거라는 믿음을 줬다.
올가 화이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