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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야 연애
미몽 지음 / 마루&마야 / 2017년 5월
평점 :
품절
어찌보면 참 평범한 책이다. 뚜렷하게 악조가 나타나 두주인공의 사랑을 방해하는 것도 아니고, 스펙타클하게 사건들이 터져주는 것도 아닌,
정말 물흐르듯 시간속에 두주인공이 일상을 살아가는 내용이다.
그런데도 난 이 책을 읽으며 눈시울이 시큰해지는 장면들이 몇몇 있었다.
아마도 남주나 여주나 그들 마음속에 존재하는 상처들을 들여다보려니 그랬던 것 같다.
만약 내가 유명연예인을 만나 어떤 형태로든 말을 섞고, 얼굴을 직면했다고 했을때 심장이 얼마나 떨릴까?
그런데도 여주 오은수는 덤덤했다. 그냥 의사니까 아픈 환자를 치료하는것 그 이상은 아니었다.
왜라는 이유가 붙지 않고, 궁금해하지 않는 은수의 태도에 호기심이 일고, 그 호기심이 커지다 보니 관심이 되고 호감이 되고 사랑이 되어가는
남주 백규진.
규진은 대한민국이 알아주는 유명 연예인이다.
어느날 갑자기 만난 은수가 계속 머릿속에 맴돌고, 또 우연이 겹쳐 인연이 되려고 그랬는지 은수와의 자잘한 만남이 이뤄질수 밖에 없는
상황이다.
뇌속에 있는 종양때문에 정신이 오락가락하는 규진모. 그렇지만 너무나도 힘들게 자신을 키워왔던 어머니의 인생을 알기에 그는 절대 어머니가
휘두르는 폭행(?)을 비켜서려 하지 않는다. 피하지 않고 고스란히 받아냈고, 그 아픔을 스스로 삭히며 왜 좀더 어머니를 포근히 안아드리지 못했나
후회를 할뿐이다.
이런 그에게 봄바람처럼 스며든 은수라는 존재는 또 누구인가.
지독하게 하루를 살아가는 응급의학과 4년차다. 그녀는 자신의 일에 결코 흔들림이 없었고, 자신이 해야 할 일을 뒤로미루지도 않았고, 불의에
타협하지도 않았고, 자신에게 딴지를 거는 동기의 비수같은 말에도 덤덤하게 응대를 할뿐이다. 그 강한 멘탈이 참 부러울따름이었다.
요양원에 갇혀 지내다시피 하는 규진엄마를 잠깐이라도 새로운곳을 선보이려 하는 은수의 예쁜 마음이 너무 좋았다.
온전한 정신일때, 자신이 아들 생일까지 못살것을 인지한 규진모는 미역국을 끓인다. 병이 너무 깊어 고기 한점도 제대로 못삼키는 엄마의
앞에서 규진은 고기를 잔뜩 입에 넣고 잘 먹는 모습을 보여준다. 그 심정은 어땠을까?
미안하다고, 부탁한다는 말을 건네는 규진모에게 은수는 말한다. 어떻게 하는 것이 잘하는 것인지 모르겠으나, 배고프지 않게, 춥지않게,아프지
않게 옆에서 안아주고 다독여주고 함께 할거라고.
그말을 듣고 규진모가 그런다. 하늘나라에서 은수엄마를 만나게 되면 딸이 아주 잘 컸다고 말해주겠다고.
별것 아닌 대화였는데, 난 가슴이 너무 아팠다. 떠나는 사람이나, 남겨지는 사람이나 서로를 위하는 마음이 진하게 보여 좋았다.
유명연예인인 백규진과의 연애스캔들이 터져 병원내 생활까지 힘들어졌던 은수는 그때도 피하거나 숨지 않고 정면돌파를 꾀한다. 어디서 그런
담대함이 나타나는 것인지.
난 사무실에서 전화로, 또 행여 면전에서 정상적이지 않은 말과 행동을 보이는 사람을 만날라치면 어떻게 해야 할지 매번 망설이게 되고, 매번
큰소리가 안나는 쪽으로 결과를 도출하기 위해 나자신을 죽이는 편인데.
서로의 아픈 상처까지 다독여주고, 위로해주고, 변함없는 사랑을 하는 규진과 은수의 사랑이야기가 참 따뜻해서 좋았고, 어떤 악조가 없어
평온하게 읽을 수 있어 또 좋았던 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