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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쨌든 밸런타인 - 제7회 창비청소년문학상 수상작 ㅣ 창비청소년문학 60
강윤화 지음 / 창비 / 2014년 3월
평점 :
아이를 키우다 보니, 청소년문화의 흐름에 대해 촉을 세우게 된다. 자칫 엄마의 부주의때문에 사춘기시절의 질풍노도와 같은 시간을 외면하면 안되겠다는 생각때문에 더 그렇다.
이 책속에 등장하는 6명의 청소년들의 모습은 연령대는 비슷할지라도 각자 가지고 있는 성향은 달랐다.
엄마끼리 친구인 관계로, 자신들도 둘도 없는 절친인 재운과 유현, 쌍둥이 형제인데 서로 너무 다르기에 물과 기름처럼 따로 노는듯한 홍석과 진석, 같은 반인데도 말 한마디 나누지 않고 살아가는 다정과 이수가 그 주인공이다.
어린시절 아픈 경험이 있었기에 결코 평범하게 살아가기 힘들어, 그 자체가 항상 고민이고, 그렇기에 극단적인 방법을 선택하고픈 유현, 그런 그를 항상 지켜보며 애닳아 하는 재운.
같은 부모밑에서 태어났지만 결코 성격이나 성향이 같을수 없음은 알지만, 누구때문에 다른 한사람이 투명인간 취급받는다면 그건 그사람에게 더할수 없는 상처가 될 것이다. 진석이 아마도 그랬을 것이다. 뭐든 잘하는 홍석, 진석이 홍석 앞길에 장애가 된다고 생각하는 몰상식한 잣대때문에 진석은 제뜻을 더 발휘 못했을지도 모르겠다.
과학고에 떨어져 일반고로 오게 된 홍석, 그는 학교내에서 진석과 아는척도 하지 않을 정도다. 그둘은 참 많이 비껴가 있었다. 어쩌다 같이 태어났을뿐이라는 홍석이나, 일반고에서는 자신이 튀어야 하므로 결코 튈 생각을 하지 말라는 진석이나. 그둘의 거리를 좁히기 위해서는 더 많은 시간과 같이 뭔가를 도모하는 일이 많이 있어야 함을 생각하게 했다.
이 책을 읽으면서 설마? 하는 생각이 들었던 부분은 걸레라는 단어를 사용하는 대목이었다. 이런 속어를 아이들이 과연 뜻을 알고 사용하는 것일까 하는 의구심도 들었고, 어찌보면 어른들인 우리가 정말 입조심, 말조심해야 한다는 생각도 갖게 했다.
같은 반인데도 말한번 섞지 않은 다정과 이수를 봐도 저렇게 삭막하게 지낼수도 있구나 싶었다. 같은 공간내에서 그 누구보다도 더 오랜 시간을 함께 하는 친구인데도, 말을 한번 안했다니.
학교생활에 열정적인 모습인 다정도 밖에서 봤을때는 지극히 평범하면서도, 자신의 앞가림을 똑부러지게 하는 학생으로 보이지만 그 내면에는 뭔지 정확하게 이거다 싶지는 않지만 아무튼 존재감을 드러내야 한다는 압박감에 시달리고 있었던 다정. 동성을 좋아하는 감정을 숨기기 위해서 애써 남학생들과 어울리는 통에 말도 안되는 오해를 받는 이수.
우리는 현실을 외면하고픈 마음이 있기때문인지, 소설이나 영화속 등장인물들은 우여곡절을 겪더라도 그들이 원하는 일들을 제대로 잘 이뤄냈으면 하는 해피엔딩을 바라게 된다. 그렇지만 요즘들어 느끼는 것인데, 결코 작가들도 현실을 외면하지 않는다는 사실이다. 어쩜 그들의 모습에 내 모습을 투영시켜볼수도 있고, 또 흔들리고 주저앉을때도 있고, 포기해버리는 사람도 나오기는 하지만 인생은 계속 된다라는 것을 보여준다.
어떤 모습으로 학창시절을 보냈든, 졸업후 어떤 길을 걸어갈지 다 제각각인 아이들이 함게 하는 졸업식에서 다정이 말한 내용은 졸업하는 아이들뿐만 아니라 인생을 살아가는 우리네에게도 큰 영향을 끼쳤다. 우리는 항상 자라고 있을 것이고, 행여 정체감이 들었을 경우에는 잠시 멈춰서서 자신이 얼만큼 움직였는지 돌아보라는. 절대로 제자리걸음은 아닐거라는 말이 큰 감명을 줬다. 그러면서 뒷걸음질은 될수 있음 하지 말자라는 생각도 하게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