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은주 - 진주를 품은 여자
권비영 지음 / 청조사 / 2014년 3월
평점 :
절판
<덕혜옹주>의 작가 권비영의 너무나도 오랜만의 신작이라 기대가 컸다. 과연 은주에서는 어떤 모습을 보여줄까 하는 기대치가 최고조에 달해있었기에 책을 덮는 순간 약간의 실망감이 오기는 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살아있네~라는 생각을 하게 했다.
은주는 우리사회속에서 흔히 만날수 있는 지극히 평범하면서도 참 아픈 상처를 꽁꽁 싸매고 있는 여자였다.
온순하고 조용한 성품으로 다문화센터에서 봉사활동을 하는 은주를 보면 절대로 그녀의 상처를 짐작하기 힘들다. 그렇지만 그녀는 다른누구도 아닌 부모의 폭력에 대항하지 못한채 그저 끌어안고 있는 상처가 있다.
그녀의 고통을 아는 친구 엄마인 지숙은 과거 자신에게 도움을 청했던 동생을 외면했던 상처가 있기에 더 은주를 포용하고 이해하고 보듬어준다.
다문화센터에서 만나게 된 에민이라는 터키유학생. 그와 사랑을 하면서도 그 사랑을 키워볼 자신이 없다. 자신에 대한 믿음이 없었기에 에민을 어느 선 이상으로는 들여놓지 않았고, 그런 은주의 모습에 갈등하게 되는 에민.
곪은 상처는 언제고 터질수밖에 없듯이 은주는 가출을 하게 되고, 자신의 제주도로의 가출이 실패하자 이번에는 에민의 고향이 터키로까지 가출을 감행한다. 어찌보면 그 온순했던 은주가 살고싶어서, 살아야겠다는, 숨통을 열어보이고 싶다는 의욕이었을것이다.
그곳에서 그녀는 에민의 아버지는 이 세상 모든 사람들이 제각각의 고통과 상처를 가지고 있으며, 그것을 어떻게 해소하고 풀어가느냐에 따라 인생이 달라진다는 것을 알려준다. 은주는 자신의 상처를 드러내놓고 치유하기 시작했고, 또 사람으로 받은 상처는 다른 무엇도 아닌 사람으로 치유됨을 또 보여준다.
터키에서 이제껏 맛보지 못했던 자유를 누려가던 은주는 아버지가 위독하다는 소식을 접하고 다시 한국으로 돌아온다. 그리고 알게되는 자신의 존재에 대한 사실.
은주는 아마도 새롭게 태어날것이다. 그렇다고 하여, 자신의 가족들을 외면하지는 않는다. 그들에게도 자신과는 다른 그들만의 상처가 잠재되어있음을 알게 되고, 그 상처를 보듬어안음으로써 자신의 응어리졌던 마음을 풀어낼수 있을 것이고, 조금씩 관계가 개선되는 가족의 모습을 갖춰갈것이란 믿음을 선사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