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드나잇 저널 - 제38회 요시카와 에이지 문학신인상 수상작
혼조 마사토 지음, 김난주 옮김 / 예문아카이브 / 2017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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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지금 대한민국. 종편 채널의 기자가 발견한 태블릿PC로 사람들은 영원히 숨겨졌을지도 모를 어마어마한 진실을 마주하고 있다. 여대생들의 목소리는 입시 비리를 파헤치는 문을 열었다. 몰랐다면, 아니 짐작했으면서도 더 깊이 알려고 하지 않았다면, 우리는 지금 아무것도 모른 채로 고요한 세상을 살아가고 있을지도 모른다. 공부만 열심히 하면 입학시험에 통과하겠지 싶은 간절함으로, 피땀 흘려 번 돈으로 낸 세금이 우리 삶을 더 안정되게 해주기를 바라면서...

 

한 가지 사건에 관해서 온갖 사람들이 취재한 것을, 독자적인 관점에서 검증하고 비평하는 것, 그것이 바로 저널리즘이다. 그러나 실제로 그런 신념을 가진 저널리스트는 많지 않다. 그러니 신문을 읽는 우리도 쓰여 있는 기사를 그대로 받아들일 것이 아니라, 항상 의문을 품고 읽어야 한다. (112페이지)

 

언론이 쏟아내는 모든 말을 믿지 않았다. 그때그때 달랐다. 새로운 사실을 알게 되면서 저런 일도 있구나 하는 상황이기도 했고, 어떤 때는 그게 전부가 아닐 거라는 것으로 판단하며 거짓이라고 생각하기도 했다. 어떤 이슈가 터지면 또 무엇을 감추려고 저러나 싶었다. 한편으로는 믿지 않을 수도 없었다. 매체가 전하는 정보는 세상과 통하는 하나의 창구가 되기도 하니까. 그렇다면 그런 정보는 누가 전하나. 기자들이다. (외압이 없다는 전제하에) 어떤 의문이나 제보가 감지되면, 발로 뛰고 눈으로 확인하고 기록하면서 진실을 전할 거다. 이제껏 그렇게 믿어왔고, 앞으로도 그래야 하는 게 그들의 역할이자 사명이겠지. 하지만 그 분야에 종사하지 않는 이들은 그 취재 과정이나 자세를 다 알 수 없다. 같은 경험을 하지 않으면 모른다는 공식이 여기서도 적용된다. 그래서 이 소설이 더 궁금했다. 그들이 바라는 특종을 위해 뛰는 오늘의 모습은 어떤 걸까. 그들이 취재하려고 달리는 모든 하루가 어떻게 돌아가는지 듣고 싶었다. 진실을 좇아 한밤중에도 취재에 나서는 기자 세계를, 신문기자로 활약했던 작가의 경험 때문에 더 생생하게 그릴 수 있겠다고 기대했다. 그러니 더 듣고 싶어지는 건 당연하다.

 

7년 전 아동 유괴 살인 사건이 발생했다. 취재 중에 살아있는 피해자를 죽었다고 치명적인 오보를 낸 주오 신문. 그 책임으로 본사에서 지국으로 밀려나고 부서를 옮긴 사람들이 있다. 바로 그들, 기자 고타로와 후지세, 히로후미의 현재 모습이 등장하면서 소설은 시작한다. 특종 기자 고타로는 주오 신문 지국에서 일한다. 그는 여전히 특종에 목말라 있지만, 지국으로 돌면서 그 기회는 계속 멀어져간다. 어디 본사에 있을 때만 하려나. 그래도 그의 기자 정신은 변하지 않았다. 오래 전의 실수 때문에 오히려 더 공정하고 확인에 확인을 거듭하면서 기사를 신중히 처리한다. 실수는 한 번이면 족하다. 그 실수로 피해자 가족은 고통스러웠고, 사람들은 주오 신문의 보도를 신뢰하지 않았다. 무엇보다 기자 자신의 마음에 치명적인 주홍글자가 새겨졌다.

 

그러던 중 또다시 아동 유괴 사건이 발생한다. 이번에는 고타로가 있는 사이타마. 도쿄가 아니었지만, 사건은 7년 전과 비슷하다. 이상하다. 이미 7년 전 사건의 범인은 사형을 당했는데? 무엇이 그 사건과 자꾸 연결해서 생각하게 하는 건지 알 수 없다. 그러면서 7년 전에는 미처 확인하지 못했던 단서를 고타로가 다시 파헤치기 시작한다. 수법이 비슷하다. 어쩌면 동일범일지도 모른다. 계속되는 의심은 이 사건이 단순하지 않음을 시사한다. 하지만 취재를 하면 할수록 뭔가 계속 가려진 느낌이 든다. 뭘까? 뭐가 자꾸 안개가 낀 것처럼 이 사건을 투명하게 만들지 못하는 건지 모르겠다. 그래도 취재는 계속된다. 더는 특종 때문에 불확실한 내용을 전하지는 않으리. 마지막까지 취재와 확인을 거듭하면서 진실을 전하는 것에 목적을 두겠다고 마음먹는다.

 

한번 펼치면 도중에 내려놓는 게 쉽지 않을 정도로 가독성이 좋은 소설이다. 기자들의 취재 과정이 흥미롭게 들린다. 오랫동안 닫힌 어떤 문을 열고 들어가서 그 안의 모습을 샅샅이 훑은 느낌이랄까. ‘아, 기자는 이렇게 취재하면서, 이렇게 정리하고, 마지막까지 이런 긴장감을 놓지 않는구나!’ 싶었다. 물론 그게 전부는 아닐지도 모른다. 눈으로 읽히는 맛이 그러했으니 그런가 보다 하는 거다. 막상 현장에서 뛰는 느낌은 이보다 더한 긴장감은 물론이고 더 급박하게 돌아가는 상황일 듯하다. 사건의 흐름을 따라가다 보면 추리소설을 읽는 것 같지만, 그 이면에서 취재에 열을 올리는 기자들의 모습을 놓치지 않으려 애쓴다. 그들이 기사를 쓰는 목적은 단 하나. 진실을 세상에 알리는 것이겠지. 그러나 그 과정에서 보이는 여러 사람의 거짓말이나 침묵은 각자의 이익을 위해서였다는 게 씁쓸했다. 각자의 입장을 아주 모를 것도 아니기에 말이다. 기자는 진실을 파헤치기 위해 취재해야 하고, 경찰은 사실 공개의 적정한 선을 두고 수사해야 하는 이유가 있을 것이며, 목격자 역시 자기가 위험해질까 봐 다 말하지 못하는 게 있을 거다. 동료 기자도 마찬가지였겠지. 여러 가지 생각이 들면서 화가 나기도 하지만, 결국에는 진실 규명을 위해 무엇을 추구해야 하는지 알아가는 그들의 모습은 인상 깊었다.

 

무엇보다 기자의 취재 과정이 의외였다. 그냥 사건이 터지면 달려가서 인터뷰하고 기사를 쓰는 줄 알았는데, 그런 게 아니더라. (물론 그런 경우도 있겠지만...) 씨앗을 뿌리듯 정보원을 만들고, 싹이 트길(정보원의 입이 열리기를) 기다린다. 상황에 따라 다르겠지만, 그렇게 틔운 싹을 근거로 기사를 쓰기도 한다. 그때 정보원과의 관계가 틀어지기도 하지만, 그 관계가 틀어지더라도 내보내야 한다는 필요성이 있다면 기사로 써야 한다.

 

신문기자에게 무기는 쓰는 것이다. 취재 대상 입장에서는 반드시 허락을 받고 쓰는 기자가 안심할 수 있으니 무슨 얘기든 하게 될 것이다. 그러나 지금까지 취재 대상에게 쓰지 않겠다고 약속한 상태에서 질문한 적은 없었다. 오늘처럼 ‘잠시 기다리겠다’고 말하는 정도에 그쳤다. (323~324페이지)

 

7년 전의 오보를 바로잡을 기회라 여기고 달려든 주오 신문의 기자들. 고참 베테랑 기자부터 신입 기자까지 다양한 기자가 등장하는데, 이들이 가고자 하는 길은 하나였다. 진실을 알리는 게 저널리즘의 본질임을 잊지 않는 것. 실오라기 같은 단서라도 끝까지 매달려 확인하는 것만이 진실을 향해 가는 길이라는 거다. 클릭 한 번에 쏟아지는 많은 정보를 뒤로하고, 한밤중에라도 사건 현장을 발로 뛰어다니는 그들의 열기를 전한다. 사실을 보도한다는 기자의 사명감과 사실을 전함으로써 다음 범죄를 방지할 수 있다는 믿음, 진실을 밝혀내면서 사회 정의를 위해 일한다는 자긍심이 그들을 채운다. 그 배경에 어린 소녀들의 유괴·살인 사건을 심어두고, 사건은 사건대로 흐르면서 형사들의 추적을 그린다. 그 사건의 취재를 위해 뛰는 기자들의 고군분투가 소설의 주제다. 독자는 그 추리 과정을 즐기면서도 기자 세계가 어떻게 돌아가는지 확인하는 재미까지 얻는다. 신문이나 TV 뉴스에서 보는 소식들이 이런 과정을 거치고 이런 정리로 우리에게 들리는구나 싶었다. 그렇게 흐른다는 걸 모르진 않았는데, 직접 듣고 보니 더 생생한 느낌을 지울 수가 없다. 총과 칼 대신, 펜이 무기가 되어 휘두르는 전쟁터였다. 그 펜으로 누구 가슴을 찌를 수도 있고 눈물 나는 감동을 줄 수도 있다. 그 안에서 필수가 되어야 할 게 정확한 정보 전달이다. 인터넷 클릭 몇 번에 확인하는 정보들이 속도는 빠를 수 있겠지만, 검증되지 않은 정보도 많기에, 그래서 일어나는 문제들은 또 누구를 아프게 하고 누가 책임질 것인가.

 

현직 기자들이 추천했다는 말이 이 소설에 신뢰를 얹는다. 소설로의 재미도 있었지만, 역시 그들(기자) 세계의 모습을 잘 전달했다는 믿음도 있을 거다. 진실을 파헤치는 고타로와 그의 동료들의 의지가 그래도 믿을 만한 세상이라는 기대를 품게 한다. 잘못을 인정하고 바로잡으려는 노력, 올바른 정보 전달이 최우선이어야 한다는 것. 세상을 바꾸는데 그 사실 전달이 속하고 있음을 시사한다. 스마트한 시대에 구식 취재 방식이라고 할지 모르지만, 이런 모습이야말로 우리가 진실을 접하는 방식일 테다. 그 방식이 사람을 구하고, 죄를 묻고 있으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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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범
가쿠타 미츠요 지음, 박귀영 옮김 / 콤마 / 2017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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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말 어려운 단어다. 평범. 그 평범을 이루며 사는 게 정말 힘든 일이라고 생각하는데, 우리 인생에서 일어나는 대부분 일은 그 평범한 일상에서 시작된다. 모든 순간의 오늘이 모여 채우는 인생을 가쿠타 미쓰요의 글로 다시 한번 확인하는 시간이 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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흩어지는 마음에게, 안녕
안희연 지음 / 서랍의날씨 / 2017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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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대의 명랑한 우울, 우울한 명랑이라는 저자의 말이 어떤 느낌인지 조금은 알 것 같다. 마치 당연하다는 듯 시작된 그녀의 여행이 20대를 어떻게 보내게 했는지 들려준다. 그렇게 삼십대로 넘어가면서 지금쯤 저자는 그 시간의 기록이 자기 인생을 품어가는 걸 보고 있는지도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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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깨비 포토에세이
화앤담픽쳐스.스토리컬쳐 지음 / 알에이치코리아(RHK) / 2017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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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깨비‘라는 소재가 이런 분위기도 낼 수 있구나 싶어서 좋아했던 드라마. 끝으로 갈 수록 좀 서운하게 진행되는 부분이 있었지만, <도깨비>는 그 서운함을 누를 정도로 흥미로웠던 드라마로 남을 듯하다. 그 여운을 이어가도 싶다면 포토에세이도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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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진명의 한국사 X파일
김진명 지음, 박상철 그림 / 새움 / 2017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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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을 읽지 않으며 살아왔다고 생각했는데, 기억을 더듬어보니 나는 그의 소설 『무궁화 꽃이 피었습니다』를 구판 출간 때 읽었더라. 그 소설을 원작으로 한 영화도 봤다. 지금 찾아보니 참 오래된 영화던데, 아마, 그때 나는 소설의 흥미를 영화로 이어가려고 봤던 것 같다. 그 작품을 시작으로 한동안 그의 소설을 꾸준히 읽었다. 역사에 문외한인 내가 그나마 역사에 접근하는 방법이었던 거다. 요즘에야 그의 작품을 덜 읽기도 하고(그때보다 출간작이 적기도 하고), 비슷한 분위기의 소설들이라 피해가려고도 했지만(사실이 그러하니 고백한다), 이번 신간 『김진명 한국사 X파일』을 읽다 보니 그의 작품을 다시 찾아봐야겠다는 생각이 든다. 그동안 읽었던 그의 작품을 대하는 자세가 달라진 거다. 한 편의 소설이 완성되기까지 수많은 자료조사가 필요하다는 걸 몰랐던 건 아닌데, 그가 여러 곳으로 향한 발걸음은 소설을 위한 자료조사인 것도 맞지만, 무엇보다 그가 찾으려 애썼던 우리 역사의 진실을 이렇게 마주하고 보니 소설이 소설로만 보이지 않는다. 추측건대, 그는 독자들에게, 더 넓게는 대한민국 국민에게 이런 마음을 전하고 싶었던 게 아닐까 싶다. 우리 역사를 지키는 이도, 오랫동안 계속된 역사의 오류를 바로잡을 이도 오직 우리뿐이라고 말이다.

 

이 책은 저자의 그런 마음으로 태어난 소설의 배경이 되기도 하고, 그가 어떤 간절함으로 취재해왔는지 확인시켜준다. 읽기 쉽게 그림으로 구성되어서 더 빠른 이해를 부른다. 모두 7장으로 구성하여 그가 그동안 의문을 갖고 파헤쳐온 우리 역사의 뿌리를 듣게 한다. 가장 먼저 한국의 한(韓)은 어디서 왔는지 파헤친다. 한 씨의 유래를 찾은 것부터 시작한 게 중국 역사의 한 부분으로만 여겼던 그 이름을 대한민국의 역사에서 발견하게 되다니 신기하기도 하고 놀랍기도 하다. 그건 우리가 가진 역사의 기록이 거의 없는 데서 비롯한 일이기도 하기에 안타까운 일이다. 기록이 없었거나 기록이 사라졌거나 둘 중 하나겠지만, 역사의 진실은 기록에서 증명한다는 것 또한 무시할 수 없는 일이라는 걸 거듭 강조하는 것이리라.

저자가 임나일본부 조작의 역사를 파헤친 소설 『몽유도원』을 취재하면서 밝힌 사실로 일본의 교과서에서 임나일본부설을 빼게 하는 실마리가 되었다. 사실 이 부분 읽으면서 (이 책에서 소개된 다른 근거들을 보면서도) 한 나라의 역사학자들이 분명하게 진실을 드러내는 것보다 자기 나라의 위신을 살리는 게 먼저라는 사고를 갖는데 놀랐다. 소설로만 대할 때와는 달랐다. 진실을 알고서도 묻어버리려는 마음은 학자가 지녀야 할 자세를 덮기도 하는구나 싶어서 씁쓸했다. 그렇게 덮여진 진실들은 또 얼마나 될까 싶어서 의심이 자꾸 쌓이기도 하고...

『황태자비 납치사건』을 읽으면서도 많이 흥분했었는데, 그 소설의 배경이 되는 자료를 찾아다니던 작가의 노고를 이 책으로 듣고 보니 더 아팠다. 명성황후 최후의 순간을 그리는 일은 소설로만 머물기를 바라지 않게 된다. 그가 그 순간을 찾으러 다니면서 발견한 진실은 말로 표현할 수 없는 고통이었다. 한 나라의 왕비가 어떤 모습으로 죽어갔는지, 진실을 밝히겠다는 학자조차도 차마 있는 그대로 서술할 수 없었음을 확인한 순간 말문이 막혔다. '사간'이나 '사후능욕'이 아니라, 에조보고서에 기록된 그대로 '칼로 몇 군데 상처를 내고 발가벗긴 후 국부검사를 했다'는 만행을 확인하게 된 거다. 이 소설의 일본 출간이 무산된 이유를 알 것도 같다. 작가는 무엇보다 일본인에게 읽혔으면 하고 바랐겠지만, 역사의 기록조차도 자기에게 유리한 대로 드러내놓은 정도라면 이 소설이 불러올 파장을 알기 때문이겠지.

박정희의 죽음을 김재규의 반란 정도로만 여겼는데, 그가 찾은 박정희 죽음의 진실은 뜻밖이었다. 이미 소설로 읽을 당시에도 놀라웠는데, 그의 진실 추적 과정을 듣고 보니 판도라의 상자가 열린 것처럼 으스스했다. (이 부분은 그의 소설 『1026』에서도 자세히 서술되어 있다) 박정희 죽음에 가려진 배후와 진실을 듣고 보면, 수많은 '만약'을 떠올리게 된다. 만약 박정희가 죽지 않았다면 대한민국의 현재는 어떠했을까, 만약 박정희가 핵 개발을 성공했더라면 우리는 북한과 어떤 관계가 되었을까, 등등. 그는 이미 오래전에 죽었지만, 여전히 그의 흔적이 남은 채로 진행되는 대한민국의 오늘을 떠올려본다.

김정남 암살 사건으로 떠들썩한 요즘이다. 그만큼 북한의 지도자 김정은에 대한 관심도 높다. 또 누가 죽어 나갈까, 북한의 정권은 어떻게 흐르는가, 하는 궁금증이 생기기 시작했는데, 저자가 말하는 북한 정권의 내막을 듣고 보니 더 궁금해지더라. 정말 김정은이 실세일까? 김정은은 그가 마음먹은 대로 정권을 휘두르고 있는 게 맞나? 뉴스로 접하는 소식이 전부였던 나에게 저자의 설명은 북한 내부 구조와 그 안에서 힘을 발휘하는 이들의 모습을 보게 한다. 여전히 다 알 수 없는 곳이 북한이지만, 폐쇄된 그곳의 흐름을 이렇게나마 접할 수 있다니 다행이다.

함흥차사를 오래된 속담 정도로만 생각했던 나에게, 저자가 전하는 진실은 놀랍기도 했고 권력 앞에서는 부모·자식도 없다는 씁쓸함을 안겼다. 『하늘이여 땅이여』에서 이미 드러났지만, 태종(이방원)이 아버지 태조 이성계를 유폐시키면서 들을 욕을 차단하고자 만든 유언비어였다니... 역사가 살아남은 자의 기록이라고 생각하면 전혀 이상할 것도 아니겠지만, 그 내막을 알고 다시 보는 역사는 우울하다. 꼭 그렇게 해야만 했나 싶을 정도로, 권력을 위해서는 역사 왜곡도 아무렇지도 않구나.

 

 

 

한자의 주인을 찾는 문자의 기원을 둘러싼 역사 전쟁도 흥미롭다. 마지막 장인 이 내용은 『글자전쟁』에서 확인한 바 있다. 이 내용 역시 그 뿌리가 대한민국이라는 것을 찾아낸다. 그래서일까. 한 번씩 이런 내용을 확인할 때마다 궁금해진다. 도대체 우리가 모르는 우리 역사, 왜곡되어 관심조차 없는 역사가 얼마나 많을까 하고 말이다. 그런 궁금증에 이어, 그렇게 감춰진 우리 역사를 찾는 일은 여전히 진행 중이어야 한다는 과제를 떠올려본다. 저자가 하는 말, 저자가 발 벗고 나선 행동 역시 그 과제를 수행 중인 거다. 이 책의 마지막에서 저자가 하는 말도 같은 맥락이다. 저자는 우리가 길든 역사의식에서 벗어나 자각과 이성의 눈으로 역사를 보고 현실을 봐야 한다고 말한다. 그가 관심 두고 끈질기게 취재한 역사를 우리에게 들려주는 이유도 똑같다. 역사의 진실을 파헤치기 위해 25년 동안 뛰어다닌 그가 소설이란 기록으로 들려주려는 흔적을 이렇게 확인하고 보니, 그의 소설이 태어나기 위해 참 많이도 애썼구나 싶다. 게다가 하나의 이야기로만 남는 게 아니라, 역사까지 관심 두게 하니 소설 그 이상의 역할을 해왔던 것 아니겠나.

 

혼란스러운 정국에 한국사 열풍이 이는 건 낯설지 않다. 그건 아마도 사람들의 간절한 마음이 그대로 드러난 게 아닐까. 현재의 오류를 바로잡고 제대로 된 나라에서 살아갈 방법을 찾고 싶은 바람이 담긴 듯하다. 넉 달이 넘게 계속되는 혼란스러운 현실에 지친 우리가 찾아야 할 것을 역사에서 보고 싶은 거다. 역사 속 우리는 이런 위기를 어떻게 극복해왔는지 듣고 싶기도 할 테고, 수많은 문제의 해결을 어떻게 이뤄내어 오늘의 대한민국까지 이어져 왔는지 확인하고 싶은 거라고. 그 안에는 왜곡된 역사도 포함된다. 저자가 취재로 밝혀온 역사의 진실을 드러냄으로써 오해와 오류를 바로잡은 일들을 이렇게 증명하는 게 힘이 된다. 오늘의 오류를 바로잡을 기회, 힘, 의지가 있음을 말하고 싶은 게 저자의 진심이라고 생각하고 싶다. 쉽고 편하게 읽게 만들어진 이 책이 마냥 쉽게만 다가오지 않는 이유다. 마음이 무겁다. 그의 노고를 확인하게 되어 미안하면서도, 내가 사는 이 시간이 어디서 비롯되어있는지 깊게 생각해보려 하지 않았기 때문에... 반성과 기회의 시간을 동시에 만드는 책이다.

 

기존 출간된 그의 소설과 함께 읽으면 더 많은 이해와 공감을 불러올 것이니, 기회가 된다면 그의 소설과 함께 차근차근 읽어보길 권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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