왕으로 산다는 것 - 조선의 리더십에서 국가경영의 답을 찾다
신병주 지음 / 매일경제신문사 / 2017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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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판절판


모든 것을 누리는 자리라고 생각하곤 했는데, 유독 독살설이 많은 게 조선의 왕들이다. 쉽고 편한 자리가 아니라는 것을 새삼 확인하는 순간이다. 미처 다 알지 못했던 그들의 삶을 들여다 보는 좋은 기회가 될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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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잔 이펙트
페터 회 지음, 김진아 옮김 / 현대문학 / 2017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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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실을 드러나게 하는 능력이 있다면 정말 알고 싶은 순간이 많다. 그 순간들은 대개 궁금했지만 다 알지 못해서 대처하지 못하게 되는 결말로 이루어진 때였다. 주인공처럼 진실을 밝히는 능력이 있다면 그 순간들을 잠깐 보고 싶은데, 가려야만 하는 이유가 있을 거로 생각하면 이대로가 나을지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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버라이어티 - 오쿠다 히데오 스페셜 작품집
오쿠다 히데오 지음, 김해용 옮김 / 현대문학 / 2017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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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그의 장편을 즐기던 독자라면 이번 신간이 별미처럼 느껴질 듯하다. 어이없으면서도 이상하게 끌리고야마는 이야기가 그의 장편의 매력이라면, 이번 작품집은 짧고 굵은 웃음의 종합선물세트일 것 같다. 웃기면서 진지하기가 쉽지 않은데 그는 그걸 해낸다. ㅎㅎ 궁금하고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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닥터 브라우니
김지운 지음 / 주니어김영사 / 2017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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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참 배가 고플 때 읽어서 그런가, '브라우니'라는 단어가 등장할 때마다 코끝에서 달콤한 냄새가 맡아지고, 목으로 침이 막 넘어간다. 아, 진짜 배고팠어. 그런 때 부드럽고 달달하고 촉촉하게 입안으로 들어오는 브라우니는 상상하니 침이 고이지 않는 게 오히려 이상할 정도였지. 초콜릿 색깔로 어두컴컴하게 보일 외모일지라도, 그 맛은 컴컴한 것과는 전혀 다른 환한 달콤함 아니겠어? 생각만 해도 또 배가 고프다... ㅠㅠ

 

 

소아과 선생인 브라운. 모두 닥터 브라운이라고 부른다. 그런데 이 선생님 초콜릿 빵을 너무 좋아하는 거야. 갈색 곰의 몸으로 어린이 환자들에게 공포를 심어주기에 충분한데, 어째 식성은 이렇게도 아이들 입맛에 딱 어울리는지 몰라. 그 외모가 주는 무서움만 아니라면 아이들에게 더없이 환영받을 선생님일 텐데... 특히 아이들은 병원 가는 거 정말 싫어하잖아. 아무것도 안 해도, 주사를 안 맞는다고 해도 막 무섭기부터 하니까 말이야. 생각해보면 나도 주사 진짜 무서웠어. 지금도 무섭다니까. 그러니 아이들은 병원이 얼마나 무서운 곳이겠어. 설상가상 선생님 외모가 한 번에 확 잡아먹게 생긴 곰으로 보이니, 이걸 어쩌면 좋아.

 

 

브라운 선생님은 그게 슬펐던 거야. 자기는 아이들을 너무 사랑하는데, 부드러운 브라우니를 너무나도 좋아하는데 아이들이 자기 맘을 모르는 거지. 자기도 알고 보면 달콤하고 부드러운데, 왜 아이들이 자기를 무서워하는지 몰라서 힘든 거야. 그런 꿀꿀한 기분으로 브라운 선생님은 그날도 자기가 가장 좋아하는 브라우니를 먹고 잠들었어. 달콤한 꿈을 꾸면 좋겠다는 바람으로 쿨쿨 잤어. 그런데!! 다음 날 아침 브라운 선생님은 화들짝 놀라고 말았지. 브라운 선생님이 브라우니로 변해버린 거였어. 어떻게 이럴 수가 있지? 브라운 선생님은 몸을 숨겨가며 병원으로 갔는데, 차마 간호사나 환자들을 바로 마주할 수가 없었던 거야. 자기가 브라우니로 변한 걸 들키면 어쩌나 계속 걱정이 된 거지. 돼지 간호사도 코를 킁킁거리지만 알아채지 못한 게 다행이었어. 그리고 환자들이 한 명씩 계속 들어왔지. 고양이는 브라운 선생님이 유독 오늘 푹신하게 보인다고 좋아했고, 강아지는 브라운 선생님에게 맛있는 냄새가 난다고 좋아했어. 그리고 토끼. 토끼는 브라운 선생님을 가장 무서워했는데, 토끼는 보자마자 바로 알아챈 거야. "앗! 선생님. 혹시 브라우니가 되신 거예요? 브라우니는 제가 제일 좋아하는 빵인데……" 이런, 이런. 토끼는 브라운 선생님이 브라우니로 변해서 무서워하지 않게 된 거지. 그게 너무 기뻐서 브라운 선생님은 몸에서 브라우니 한 조각을 뚝 떼어 토끼에게 주었어. 나는 여기서 그냥 빵 터져버린 거야. 자기 몸의 한 조각을 뚝 떼어주면서 '맛있게 먹어~' 하는 목소리가 막 들리는 거 같잖아. ㅎㅎㅎ

 

 

병원이 마냥 무서운 곳이 아니라는 것을 알려주려는 이야기로 들리는데, 살면서 병원 한 번도 드나들지 않을 수가 없다. 어른들도 가기 싫어하는 병원을 아이들이라고 즐겁게 다닐 수 있을까. 게다가 울음마저 바로 전염되는 것 같은 소아과에서 아이들을 달래고 어르며 진료하기는 쉽지 않을 것 같다. 조카들 데리고 몇 번 간 적이 있어서 소아과의 분위기를 모르지 않는다. 진찰받기도 전부터 칭얼거리고 싫다고 거부하고, 울기까지 하는 아이를 달래기가 힘들기도 하다. 이 책은 그 공포를 달콤하고 포근한 이미지로 바꿔주려 애쓴 흔적이 보인다. 병원은 이런 곳이고, 선생님은 이렇게 따뜻하고 친절한 사람이며, 진찰받는 게 무섭고 어려운 일이 아니라는 걸 브라우니의 달콤함으로 설명한다. 피해갈 수 없는 곳이기에 외면보다는 적응이 필요하다. 좋은 경험으로, 일단 무서워서 울기보다는 이런 분위기의 병원을 들려주는 것도 효과적인 방법 같다. 겉모습이 무섭게 생긴 갈색 곰 선생님이지만, 아기 토끼도 좋아하는 브라우니를 가장 좋아하는 걸 보면 마음은 아기와 같으니 공감대 형성도 될 거고, 아이들의 눈높이에서 이해 가능한 상상의 모습까지 그리면서 호기심을 갖게 한다. '브라우니를 먹고 잤더니 브라우니가 되었다는 게, 말이 돼?'라고 할 수 있겠지만, 아이들의 상상력에는 통하는 이야기다. 그러면서 자기 몸에서 브라우니를 떼어주는 모습을 떠올려 봐. 웃기지 않아? (나만 웃긴가?) 그때 문득 그런 생각이 드는 거야. 브라운 선생님은 자기 몸에서 그렇게 브라우니를 다 떼어주면 나중에 어떻게 되는 거지? 하는 걱정이... ㅠㅠ

 

달콤하고 부드러운 브라우니 한 조각으로 아이들의 시선이 변할 수도 있다는 기분 좋은 상상에, 병원을 설명하는데 좋은 도움이 될 것 같다. 조카들이 지금보다 더 아기였을 때가 자꾸 생각난다. 주사를 찌르지도 않았는데, 주삿바늘만 보고서도 주사 열대 맞은 것처럼 울어대던 모습이... ㅋㅋ 병원 무서워하는 아이들에게, 병원을 가기 전에 한 편의 동화로 읽어주면서 마음을 변화시키는 방법으로 안성맞춤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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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래 들여다보는 사람 - 한국화 그리는 전수민의 베니스 일기
전수민 지음 / 새움 / 2017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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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니스 본섬 안의 교통수단은 오로지 배다.

배가 아니면 베니스의 골목길을 지날 수 없다.

배를 타고 골목길을 거니는 동안, 시간은 거꾸로 흐른다.

작은 배들은 베니스의 과거와 현재의 시간을 은밀하게 이어준다. (53페이지)

 

 

베니스, 물 위에 뜬 집들이 전혀 생소하지 않은 곳이지만 저 큰 미술관 건물까지...

베니스 사람들은 초대형 궁전이라도 물 위로 띄울 수 있는 이들이다. (195페이지)

 

물이 무서워서 생존 수영조차 배우지 못한 나에게, 물 위의 도시 이야기는 이상했다. 무서우면서도 호기심 부른다. 베니스. 어디 고전이나 영화에서 그 멋스러움을 더 뽐낼 것 같은 이름. 보통의 여행 에세이가 사진으로 형용사를 대신하며 풀어가는 글이라면, 저자의 글은 그냥 담백한 일상을 담은 느낌이 더 강하다. 베니스에서의 한 달이 저자의 일상을 크게 변화시키지는 않았겠지만, 목적을 두고 머문 그 시간 동안 그녀의 노트에 채워진 글은 한국행 비행기를 타면서 무언가가 더 보태져 있을 듯하다. 저마다 다양한 이유로 여행한다. 쉬기 위해, 간절한 무언가를 보기 위해 어딘가로 발걸음을 뗀다. 여행이 직업인 사람은 그보다 더 많은 시간을 낯선 곳에 담을 것이다. 저자는 자신의 그림을 위해 떠났다. 좋은 기회였다. 타국의 생활이 쉽지 않았겠지만, 지독한 길치의 저자가 생활하기에 두렵기도 했겠지만, 어딜 가든 있는 좋은 사람들 틈에서 저자의 마음과 그림은 더 따스해지지 않았을까.

 

평범하다면 평범할 수 있지만, 저자가 그림의 길로 가기까지 무난하지 않았던 이력이 먼저 눈에 들어온다. 사표를 들고 간 날 승진을 했다는 소식에도 사표를 내고 나온 저자의 마음을 한번 들여다보고 싶었는데, 굳이 그러지 않아도 될 것 같다. 조금 더 나아진 직장생활보다 저자의 가슴속에서 아우성쳤던 간절함이 더 큰 목소리를 낸 것일 테니까. 그렇게 그녀는 그림을 그리는 사람이 되었고, 꾸준히 그렸다. 그녀만의 독특한 화풍(?)으로 사람들의 시선에 저절로 담긴 작품들이 태어났다. 실제로 이 책에 수록된 그녀의 그림 몇 점을 보면서 내내 동화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림이 꼭 동화책 속의 삽화 같았다. 그만큼 괜히 흐뭇하면서 포근한 웃음이 입가에 머물게 한다는 뜻이다. 화가라는 이름에 어떤 거리감이 느껴지는 어쩌나 걱정을 좀 했는데, 기우였다. 저자가 들려주는 베니스에서의 한 달은 엉뚱하면서도 친근했다. 낯선 곳을 여행하는 자의 느낌으로 보면 우리도 그러지 않을까 공감하게 되고, 장면이나 사물을 보면서 상상 같은 이야기를 꺼낼 때면 독특하다는 생각도 든다. 아마도 후자의 느낌이 저자를 더욱 예술가로 살게 하는 게 아닐까 싶다.

 

유서 쓰기가 취미인, 항상 죽음이 가까이 있다고 느끼는 저자가 향한 그곳, 베니스. 출발할 때부터 그녀는 또 한 번 죽음을 화두에 두고 이야기를 시작한다. 누군가에게 건네질 저자의 이 일기는 그렇게 묘하게 펼쳐진다. 여행이 목적이 아니라 그림을 그리기 위해 향한 곳에서 비슷한 사람들과 함께 한 달을 보낸다. 그곳에서 모인 동료들의 이야기가 들려올 때마다 참 자유롭다는 생각이 들더라. 틀에 박힌 사고가 아니라, '이렇게 해도 되지 않아?' 라는 변형이 자연스러운 사람들의 집합 같은 느낌. 예술가란 다 그런 마인드가 바탕이 되는 건가 하는 의문도 들면서, 한편으로는 그런 자유로운 사고가 아니면 그들의 머릿속의 것들이 어떻게 예술이라고 표현될 수 있을까 싶기도 했다. 낯선 곳에 모인 그들이 함께 어우러지고, 각자의 역할처럼 주어진 임무를 해내며, 같은 식탁에서 마주 앉아 나누는 마음이 애틋해졌다.

 

사실, 책을 읽으면서 에세이를 우선순위로 선택하게 되지는 않지만, 꾸준히 계속 읽게 되는 건 이런 마음 때문이다. 누군가가 들려주는 이야기로 공감하고 싶은 어떤 순간을 찾아내고 싶은 일, 다양한 사람들의 숨겨진 마음이 들키는 순간을 포착하는 즐거움, 거기에 매일 왕복하는 공간을 떠나 이렇게 멀리 있는 어떤 곳의 풍광까지 함께하고 있노라면, 지금 떠나지 못하고 듣지도 못하는 답답한 마음을 조금은 풀어놓게 된다. 이상하게도 대부분 타이밍은 청개구리 같았다. 여행을 즐기지 않지만, 어딘가 가까운 곳이라도 다녀오고 싶다고 말할 때마다 그보다 더한 일이 갑자기 발길을 붙잡는다. 아무렇지도 않게 훌훌 떠나고 싶은, 멀리도 아닌 근처의 어디로도 못 가게 마음을 묶어놓는 거다. 집 근처의 철길을 지나는 기차만 봐도 후련해지지 못한 마음을 조금만 풀어달라는데, 그것도 안 된다며 막고 있는 상황을 보고 있자면, 이런 책은 하나의 약이 되기도 한다. 어떤 사람을 알아가는 일에 마음을 쏟고, 그 사람이 들려주는 장소에 관심을 두면서, 나와는 전혀 다른 성향의 사람이라도 가까이하고 싶은 간절함이 생긴다. 가만히 저자의 이야기를 듣고 있자면, 그렇더라. 나와 매우 다르다. 나는 상상력 보다는 있는 그대로의 네모반듯한 것을 좋아하는 것부터 달랐다. 물이 무서운데도 저자가 보여주는 베니스의 물빛을 보면서 설렜다. 금방이라도 그 물이 나에게 덤벼들 것 같으면서도 내 안의 답답함을 잠재우고 있었다. 은근히 시원한... 그래서 더 저자의 작업을 응원해주고 싶었다. 저자가 보내온 베니스의 곳곳을 잘 보았으니, 이제는 그녀가 그린, 그릴 많은 작품이 궁금해진다.

 

 

부라노 섬은 총천연색이다. 집도 배도 알록달록하다. 짙은 안개 때문이다.

집으로 돌아오는 어부들이 안개 속에서 길을 잃을까, 빨강 노랑 파랑으로 도시를 꾸몄다.

우울한 안개가 명랑한 도시를 만들었다. (95페이지)

 

한지에 그린다고 했다. 말로만 듣고는 어떤 느낌인지 잘 모르겠던데, 이 책 속에서 그녀가 한지에 그림을 그리기 위해 작업하는 과정이 간단하게 나오는데, 마음과 시간이 충분히 필요한 일이었다. 한지에 색을 입히는 일, 또 다른 색으로 그림을 그려 넣는 일이 생각했던 것보다 간단하거나 쉽지 않아 보였다. 밑그림 없이 표현하는 저자의 방식 때문이기도 하겠지만, 그 방식 때문에 저자의 그림이 더 부드럽게 보이는 것 같다. 위에서 말한 것처럼, 동화 속 삽화처럼. 사진은 사진대로 찍어두고 그림은 그림대로 그 부드러운 분위기를 풍기며 그녀의 손에서 태어나고 있었다. 알록달록해서 동화 속 마을 같은 부라노 섬, 금빛으로 빛나던 베로나의 야경, 시장이나 아케이드에 모인 사람들의 표정을 들여다보는 일, 한국과 다른 물감으로 저자를 곤경에 빠트렸던 화방, 그곳에서 마음을 나누는 예술 하는 친구들, 무엇보다 그곳에서 피어나는 저자의 마음. 새롭고 다정한 뭔가 계속 이어질 것 같은 기분이 든다. 봄이 오는 지금의 설렘과 닮기도 하고 다르기도 하는, 계절과 상관없이 찾아오는 따뜻한 감각들이...

 

 

베니스의 물빛, 하늘빛, 그리고 범고래의 몸빛.

마음을 잔잔하게 해주는 빛깔들이다. (103페이지)

 

한달 동안의 베니스. 입주 작가로 선정되어 전시까지 하게 된 행운이 그냥 찾아오지 않았으리라. 그동안 열심히 살아왔으니, 그림에 향하고자 노력해왔으니 이루어진 결과일 것이다. 그 한 달의 시간을 끝내고 돌아온 한국에서 그녀는 지금 어떻게 그림과 함께 살아가고 있을까. 베니스에서의 한 달이 그녀에게 무엇을 안겨 주었을까. 지중해의 물빛이 발휘한 힘으로 또 다른 상상과 재치, 기발함으로 그림에 다가가고 있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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