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의 연대
수잔 글래스펠 지음, 차영지 옮김 / 내로라 / 2021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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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날, 조용한 시골 마을에 살인사건이 발생한다. 보안관 피터스 씨가 헤일 씨와 함께 사건의 장소 라이트 씨 집으로 간다. 남편 라이트 씨가 침대에서 죽어 있었고, 유일한 목격자이자 가족인 아내 미니는 남편의 죽음을 몰랐다고 한다. 이 상황에서 아내는 당연하게(?) 용의자가 된다. 그럴 수밖에. 밖에서 침입한 흔적도 없고, 그 집에는 부부만이 살고 있었으니까. 이 사건을 담당하는 검사와 헤일 씨는 사건 현장에서 단 하나의 단서라도 놓칠까 봐 구석구석 파헤친다. 보안관 피터스가 혹시라도 그 현장에서 뭐라도 발견할까 싶어 아내까지 동반하고, 혼자서 그 집을 둘러볼 용기가 없던 피터스 부인을 위해 이 사건의 신고자인 헤일의 아내 마사까지 함께 현장에 모이게 된 상황이다.


라이트 씨 집은 평소에 봐도 음침해 보였는데, 이곳에서 살인사건까지 일어났다고 하니 더 어둡고 음산한 곳으로 보인다. 더군다나 라이트 씨가 자던 침대에서 밧줄에 목이 감긴 채로 죽었다고 하니, 이 기괴한 장면을 그리는 집이 좋아 보일 리가 없다. 시신 발견자가 봤을 때도, 담당 검사가 봤을 때도 아내가 용의자가 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확실한 범인으로 만들기 위해서는 증거가 필요한데, 아직 완벽한 범인이 될 증거를 찾지 못했으니 답답하기도 할 테다. 그런데도 그 집에 모인 남자들은 자신만만하게 살인의 증거를 쫓으며 용의자인 미니의 삶을 안타까워하는 여자들을 비웃는다.


발견 당시의 모습을 설명하던 헤일 씨의 말을 끝으로 남자들은 사건의 단서를 찾아다니고, 마사와 피터스 부인은 사건 용의자가 미처 정리하지 못하고 떠난 주방을 서성인다. 병에 담기다 말고 쏟아져 내린 설탕 가루, 선반에 놓여있다가 추위에 깨져버린 잼 병. 뭔가 다급한 상황이 펼쳐졌을 거란 예상이 되는 주방의 장면에 여자들은 생각한다. 유난히 더웠던 그 여름에 잼을 만드느라 애썼을 텐데 이렇게 깨져버려서 속이 상했을 미니의 마음을, 정리하다 말고 쏟아버린 설탕을 허무하게 바라봤을 미니의 눈빛을. 또 한 번 남자들은 비웃는다. 이 상황에서 잼이 담긴 병이 깨져버린 거나 이야기하고 있다면서. 글쎄, 같은 공간에 같은 이유로 모인 사람들인데, 무엇이 이들의 생각을 이렇게나 전혀 다른 방향으로 이끄는 것일까.


“수건이 더럽네요. 제 역할을 충실히 해내는 주부는 아니었던가 봐요. 부인들이 봐도 그렇지 않나요?” (55페이지)


보안관은 식탁 앞으로 다가와 헨더슨 검사에게 물었다.

“자네 우리 안사람이 뭘 챙겼는지 확인해 보겠나?”

헨더슨 검사는 피터스 부인이 챙겨놓은 앞치마를 집어 들고는 웃으며 말했다.

“글쎄요. 부인들께서 뭐 크게 중요한 물건을 고르셨을 것 같지는 않군요.” (131페이지)


아무도 신경 쓰지 않았다. 그 집에서 마음을 누르며 살아왔을 미니의 시간을 바라보지 않았다. 그녀 남편의 무심함은 하늘을 찔렀고, 어느 곳에도 마음 둘 곳 없었던 그녀의 시선을 붙잡지 못했다. 그런 그녀가 정말 남편을 죽였을까? 만약 그녀가 정말 범인이라면 왜 그랬을까? 사실은 그 이유가 어렴풋하게 떠오르기도 하지만, 그렇다고 그게 살인사건의 면죄부가 되지는 않을 테다. 다만, 어떤 마음을 이해하고 싶은 간절함이 있다. 사건 현장을 둘러보던 남자들이 미처 보지 못한, 생각할 필요가 없던 마음이 여기에 있다. 두 여자는 미니의 주방을 살펴보면서, 남편의 사망 이야기를 전하면서도 멍하니 앉아 있었다던 의자를 보면서 미니의 삶을 반추한다. 마사는 알고 있었다. 결혼 전 그녀의 삶이 어땠는지, 얼마나 빛나고 밝았는지를. 그녀의 주방 한쪽에서 문이 부서진 새장을 보고 미니를 연상하지 않았을까? 어쩌면 새장의 부서진 문은 지금 미니가 뚫고 나갔던 거라고. 그렇게밖에 이 공간을 벗어날 수 없던 그녀의 삶이 이제야 비로소 보였다고 말이다. 평소 그 집을 지나치면서도 한 번도 현관문을 두드리지 못했던 것을 후회하는 마사. 노래하는 새처럼 맑을 목소리를 뽐냈던 미니의 지난날을 이제야 기억해낸다. 맞아, 그녀는 그런 사람이었지. 그녀의 지난날은 그렇게 빛이 났었지.


한 남자가 죽었고, 남자의 아내가 용의자로 몰린 실제 일어난 사건에 기반을 두었다고 한다. 저자는 당시 기자였는데, 이 사건을 대대적으로 보도했다. 저자가 이 사건에서 보고 싶었던 건 아내가 남편을 살해했다는 사건 자체가 아니라, 범인으로 몰린 아내가 어쩌다가 그런 상황까지 오게 되었는가 하는 문제였다. 여자의 인생이 남자의 부속품처럼 여겨지던 시대였다고 말하지 않았으면 좋겠다. 그 시대 안에서도 인간의 삶이 있고, 한 개인의 존재 이유가 분명하게 있다. 그렇기에 두 여자가 미니의 주방에서 주고받았던 눈빛, 섣부른 손놀림을 이해하게 된다. 엉망이 되었던 조각의 마감 처리, 바구니 아래에 깊게 숨겨놓았던 작은 상자의 존재를 그녀들이 다시 감출 수밖에 없던 마음을 이렇게 읽는다. 미니는 남자들이 찾아낸 어떤 증거 하나로 살인자로 낙인찍힐지 몰라도, 그녀에게 마음을 보내는 어떤 여자들의 연대를 기억해줬으면 좋겠다. 저자가 실제 사건으로 이렇게 독자들에게 전하고 싶은 마음도 비슷하리라 믿는다. 어딘가에서 비슷한 고통을 가진 이들이 있을 테고, 그들에게도 전해지는 이 공감은 구원이 되리라고.


공감이나 이해 같은 말이 얼마나 힘이 될까 생각한 적이 있다. 며칠 전에 봤던 어느 방송에서, 심한 고통에 스스로 목숨을 끊으려고 했던 방송인의 말이 생각난다. 그를 정말 아끼고 사랑하는 사람들 덕분에 다시 용기를 얻어서 살아갈 힘을 냈다는 그의 모습에, 누군가는 정말 힘이 된다면서 문자를 보내기도 한단다. 그 고통을 이겨내고 행복하게 살아가는 모습을 보며 자기도 용기를 얻고 있다면서, 고맙다고 말이다. 그 말이 무슨 의미인지 얼마만큼의 위로로 다가오는지 안다. 우리는 서로 얼굴도 모르고 보이지 않는 곳에서 이렇게 얘기하고 있지만, 그 마음만큼은 크기를 따질 수 없는 연대의 힘을 가진다. 이 소설을 읽고, 미니의 삶과 두 여자의 공감을 우리가 가슴에 담고 있는 것처럼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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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으로 돌아가는 길 ㅣ 비룡소의 그림동화 314
리타 시네이루 지음, 라이아 도메네크 그림, 김현균 옮김 / 비룡소 / 2022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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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울하고 힘들 때 읽어서 그런가. 아빠가 아이에게 전하는 작은 희망의 말 한마디 한마디가 새롭게 들려온다. 그래, 괜찮겠지. 좋아질 거야. 어떤 주문은 희망이 되기도 하면서, 살아갈 모든 것이 되기도 한다. 꿈을 꾼다는 게 얼마나 중요하고 필요한 일인지, 그 꿈이 만드는 희망이 우리를 어떻게 살아가게 하는지 보고 있노라면, 정말 나를 부르는 한줄기 마법이 보이는 것 같기도 하다.


누구나 나와 비슷한 감정으로 이 책을 읽기 시작했을 것 같다. 저자는 2015년 시리아 내전 중 튀르키예 해변에 떠밀려 온 아이 알란의 기사를 보고 이 이야기를 시작했다고 한다. 4년을 걸쳐 우리 앞에 나타난 이 책은 지금도 계속되는 난민의 상처와 아픔을 들려주면서, 우리와 멀지 않은 곳에서 벌어지는 이 기막힌 일에 관심을 불러일으킨다. 남의 이야기가 아니라 우리 곁의 이야기로 남겨두기 위한 저자의 노력에 독자의 눈길은 깊어진다. 우리는 인간이고, 살아가야 할 시간이 남겨져 있고, 꿈을 꾸어야 할 의무와 권리가 있으니까 말이다.



오늘도 끝나지 않는 전쟁은 총성 소리를 불러온다. 더는 견딜 수 없어 아빠를 아이와 집을 떠나기로 하는데, 이 탈출이 쉽지가 않다. 폭설에 몸이 빠져들어도, 먹을 게 없어서 굶주린 날에도 이 여정을 멈출 수는 없었다. 그 길 끝에서 그들이 도착한 곳은 경계와 장벽이 없는 곳. 괜찮겠지? 이제 그들은 여기서 행복한 미래를 꿈꾸겠지? 하지만 난민이라는 이름의 그들을 받아주는 곳은 없었다. 어디로 갈 수 있을까. 그들을 맞이하는 건 천막이 즐비한 난민수용소였다. 거기에 머물면서 그들을 받아줄 곳을 찾아야만 했다. 그동안 어떻게 살아야 할까 싶었는데, 아빠는 아이에게 희망을 놓지 않는 방법을 가르쳐준다. 지금 절망의 순간을 걷고 있는데도, 이 비극의 순간을 재미있게 느끼게 해주려고 애쓴다.


그 상황에서 나는, 아이에게 이 그림책 속의 아빠처럼 말할 수 있을까? 이 탈출을 숨바꼭질이라고 말하며 가방 안에 잘 숨어있으면 된다고, 그들을 막아선 군인이 두려울 만도 한데 이 완벽한 나라에 초대장을 두고 와서 들어갈 수 없었다고, 아무도 그들을 맞아주지 않아서 절망한 순간에도 그들을 맞이하려고 준비하는 시간이라고 말하는 아빠. 읽으면서 혹시 이 아이가 지금의 현실을 그대로 받아들이고 있으면서 모른 척하는 건 아닐까 생각하면서도, ‘척’이 아니라 정말 몰랐으면 좋겠다는 바람도 품어본다. 아직은, 이 아이에게 이 지독한 세상의 모습 그대로 보여주는 게 겁이 난다. 아니라고, 아이 아빠의 말처럼 시간이 걸리는 것뿐이라고 말하고만 싶다. 기다리는 일이 힘들겠지만, 적어도 이 현실을 모르고 있다면 꿈과 희망을 품으며 이 순간을 견딜 수는 있을 테니까.



난민 생활도 그대로 보여주고 있었다. 많은 사람이 같이 머무는 곳이니, 무얼 하나 하려고 해도 긴 줄에 서야 했다. 이를 한번 닦는데도 긴 줄을 서야 했고, 한번 씻으러 갔다가 오는데 발에 진흙을 다시 묻혀야 했다. 다시 또 긴 줄을 서서 밥을 먹어야 했고, 혹시나 딱딱한 빵 한 조각이라도 떨어트릴까 봐 전전긍긍했다. 학교도 너무 작아 번갈아 가면서 가야 했다. 이런 일상이 정말 우리의 삶이란 말인가? 아이는 세상에서 가장 깨끗한 나라, 이탈리안 피자와 파스타, 아이스크림을 먹을 수 있는 순간, 세상에서 가장 좋은 나라가 있다는 핀란드를 꿈꾼다. 날마다 학교에 가서 진짜 공부를 하고, 최고의 멋진 장난감이 있는 덴마크 장난감 공장을 상상한다. 세상에서 가장 행복한 아이들은 그곳에 있단다.


아이가 몰랐으면 했지만, 알고 있다. 서야 할 줄이 많으니 제때 할 수 있는 게 없다는 것을. 점심때가 되어야 아침을 먹고, 아파서 기다리는 사이에 병은 낫는 일을 경험하면서, 이곳에서 벗어나는 일이 쉬운 게 아니라는 것을. 그러는 사이 알게 되는 건 더 많아진다. 그들이 받아야 할 도장의 색깔이 바뀌기를 바라면서 그 공간의 삶을 버틴다. 그러면서도 놓치지 않는 아이의 마음이 있다. 떨어진 빵을 재빠르게 주우면서도 그곳에 함께 있는 쥐를 위한 빵조각을 살짝 내려놓는다. 이 마음은 뭘까 싶을 때 아빠가 아이에게 건네던 말들이 생각났다. 전쟁으로 그들이 떠나오던 순간부터 난민촌의 생활에 이르기까지 힘들고 불편했던 모든 장면에서 아빠는 아이에게 희망을 품을 수 있는 말만 들려준다. 어떻게 그 순간에 그럴 수 있을까 하는 마음이 읽는 내내 맴돌았는데, 그러지 않고서는 이 아이의 미래를 그릴 수 없다는 생각이 미치자 고개가 끄덕여진다. 현실은 난민촌에서 언제 벗어날지 모를 절망의 순간뿐이지만, 그래도 언젠가 이 아이가 살아갈 세상은 난민이 없는 세상이 되지 않을까 하는 기대.



난민의 현실을 구체적으로 표현하고자 오랜 시간 자료를 찾고 기록했다는 저자의 노력이 그대로 묻어나는 책이다. 그림 분위기는 물론이고, 문장 하나하나가 이들의 참혹함을 그대로 보여주면서, 때로는 희망을 놓지 않고 살아가야 할 이유를 들려준다. 언젠가 우리는 경계가 없고 장벽이 없는 곳에서, 마음껏 배우고 자유를 누릴 수 있다고. 읽는 우리도 간절히 바라게 된다. 그들이 바라는 그곳으로 갈 수 있기를, 상상하던 꿈을 이룰 수 있기를 말이다. 전쟁과 아름을 우리 사는 동안에 더는 느끼지 않는 세상을 보고 싶다.


#집으로돌아가는길 #리타시네이루 #비룡소 #그림책 #난민 #어른이함께읽는책

#자유 #상상 #희망 #꿈 #책 #책추천 #책리뷰 #어린이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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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안관은 아내가 겁이 나는지 같은 여자 한 명이 함께해주기를바라고 있다며 서글서글한 말투로 설명했다. 그런 이유로, 마사헤일은 모든 일을 제쳐두고 당장에 따라나설 수밖에 없게 된것이다.
"마사! 서둘러!"
루이스 헤일의 다급한 목소리가 들려왔다.
"다들 추운 데서 기다리시잖아!"
서둘러 현관을 열고 나가니, 앞자리에 남자 셋과 뒷자리에여자 하나를 태운 마차가 기다리고 있었다.
뒷자리에 올라탄 마사 헤일은 찬바람이 새어 들어오지 않도록 옷깃을 여민 뒤 옆자리의 피터스 부인을 바라보았다. 일년전 지역사회의 모임에서 인사를 나눈 적이 있었지만, 아무리 기억을 더듬어 보아도 보안관의 아내로는 보이지 않는다고 생각했던 것 말고는 생각나는 특징이 없었다. 피터스 부인은 키가작고 왜소하며 목소리도 흐릿했다. 피터스 보안관 이전에 근무하던 고먼 보안관의 부인은 목소리부터 우렁차고 힘이 있어서그 말이 곧 법이고 규칙인 것처럼 느껴졌었기에 더욱 비교되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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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아버지가 가만 보이 걱정이라. 이래서,

“며느라, 니가 와 얼굴이 와 철색(鐵色)이 지노?” 이러카이,

“예, 아버지예 제가 방구를 몬 뀌서 그랬읍니더.” 카더란다.

“야, 야, 방구로 뀌라. (…) 방구로 안 뀌고 살 수가 있나? 방구로 뀌라.”


“새이(올케)는 저 모퉁이 기둥 잡고, 아범은 앞 기둥 잡으소.” 이래 카거든. 이놈우 방구가 얼매나 크게 낄란지 그러 카이께네, 그 시아버지 앞 기둥 잡고, 신랑캉 모퉁이 기둥 잡고 있으니께, 방구를 한 대 펑 터자 놓이께, 집이 꺼떡하게 넘어가 뿌거든.


또 이쪽으로 끼 노이까 이쪽으로 집이 꺼떡한다 말이지. 집을 이리 자빠치다가 저리 자빠치다가 그마 집이 다 찌그저 가거든. 어떻기(어찌나) 보골이 나는지 “에레이 빌어무을 거 이년을 데려주야 되겠다.” 인자 데리다 주러 간다. (우렁이 각시는 당신이 아는 그런 이야기가 아니다 중 방귀쟁이 며느리 27~28페이지)

 

시집온 며느리가 처음과 다르게 얼굴색이 썩어가고 있더라. 이를 이상하게 본 시아버지가 이유를 물었다. 며느리가 방귀를 뀌지 못해서 그렇다는 말에, 시아버지 너그럽게 방귀를 뀌라고 한다. 방귀, 그게 뭐라고 사람을 이렇게 얼굴색까지 변하게 한단 말인가. 그래서 며느리 방귀 뀔 준비를 하며, 시집 식구들 모두 모아 집안의 기둥 하나씩 잡고 있으라고 하니, 며느리 방귀 우습게 알고 이게 무슨 준비인가 싶었겠지. 자, 이제 카운트다운~ 빵빠라바라빵! 며느리의 방귀 한방에 집이 이쪽으로 쓰러지고, 다시 또 한방에 저쪽으로 쓰러지고. 오메, 세상 이런 방귀는 또 처음 보네. 뭔 놈의 방귀가 집을 무너뜨릴 정도의 폭탄급이란 말이냐. 안 되겠다. 이 며느리 방귀 한 번만 더 뀌면 길거리로 나앉게 생겼네. 같이 못 살겠으니 친정으로 데려야 주야 쓰겠네.


속이 다 시원해서 박장대소하며 읽었다. 방귀, 이게 뭐라고. 나를 힘들게 하는 이놈의 방귀를 박살을 내 버리자고 생각했는데, 이 며느리 이야기 읽으니 속이 뻥 뚫리는 것 같더란 말이다.


“방귀가 마려워.”

“화장실로 가.”

“소리가 들릴 거잖아.”

“그래도 화장실로 가서 해결해.”

“싫은데. 나는 그냥 여기서 뀌고 싶은데?”

“그건 안돼. 우리 사이에 방귀는 아직인 것 같아.”


신경 쓰는 일 생기면 변비에 시달리고, 언제나 배가 빵빵하게 부풀어 오른 상태다. 그러다 가끔 터지는 방귀가 내 속을 좀 시원하게 해주곤 했다. 결혼하고 나니 남편 앞에서 방귀를 뀌지 못하겠는 거라. 남편은 처음부터 방귀는 트지 말자고 했고, 나는 그럼 방귀가 마려우면 어떻게 하냐고 했더니 화장실이나 방으로 들어가서 뀌고 나오라고 하더라. 그럼 냄새는 어쩔 거냐고 했더니, 그것도 같이 해결하고 나오라나? 어쩌란 말이여. 방귀를 뀌란 말이여 뀌지 말란 말이여. 그렇게 시간이 흐르고 아직도 나는 방귀를 편하게 못 뀌고 있는데, 오래된 이야기 속 방귀쟁이 며느리 이야기가 이렇게 즐거울 수가 없다. 얼마나 방귀를 참으면 얼굴색이 철색이 되고, 참았던 방귀를 얼마나 시원하게 뀌었으면 집이 쓰러질 정도냔 말이다. 이 부분을 남편한테 읽어주면서, 방귀를 참으면 이렇게 된다고 했다. 내가 방귀를 참다가 뀌면 우리 집이 공중분해 될 수도 있다고. 그래도 싫단다. 방귀 트는 사이는 되지 말자고. 마침 그때 TV에서 방송인 박수홍 부부가 나왔는데, 박수홍은 아직도 다른 사람 앞에서 방귀를 뀌지 않는다고 했고, 아내는 진즉에 방귀를 텄다고 한다. 그것도 분명하고 확실하게, 빵! 남편과 이 장면을 같이 보면서, 저렇게 방귀를 귀엽게 트는데 너무 즐겁지 않냐고 했더니 알아서 하라고 하대. 이거 방귀 터도 괜찮다는 말, 맞지?


우리가 흔히 알던 옛이야기가 여성 서사 중심으로 들려오는 책이다. 전래동화 구술 채록본의 일부로 구성된 책인데, 입말 그대로 들려주다 보니 문장을 한참 읽어야 무슨 말인지 들린다. 그래도 끝까지 읽게 되는 건 그동안 우리가 알던 동화의 결말이 아니어서 재밌다는 거, 여성의 시선으로 다시 보는 동화여서 해석도 다르게 들려올 수밖에 없다는 거다. 그 흔한 예가 <선녀와 나무꾼>이 아니었던가. 이건 매체에서도 흔하게 들었던 여러 범죄(?)의 증거가 되기도 하니, 아마 지금도 여러 방향에서 새롭게 접근할 작품이 될 것 같다. 그렇다고 한 가지 방향에서만 다가가는 것도 아니다. 우리가 함께 살아가면서 봐야 할 것들, 남자와 여자가 아니라 인간 세상에서 들여다봐야 하는 문제까지 언급한다. 그동안 우리가 알던 옛이야기가 어린이 교육용으로 재구성되며 교훈적인 내용으로 전해진 것에 비해, 구술로 전해 내려오는 이야기는 좀 더 심오하기도 하다. 여성의 삶을 더 깊게 비추기도 한다. 아마 앞에 몇 페이지만 읽어도 웃고 울면서 계속 페이지를 넘기게 될 거다.


신랑의 상식으로 여자는 ‘원래’ 고기 같은 건 안 좋아하고, 누룽지를 밥보다 더 좋아하며, 식구들의 다음 끼니를 남기려고 대궁밥에 만족하는 사람이다. 그런데 아내가 감히 건장한 남자처럼 먹으려 드니 이거 야단났다. ‘된장녀’나 ‘김치녀’처럼 제 몫을 챙기고 입치레를 하면 집안 살림, 나라 살림을 어떻게 불리겠는가. 더구나 밥을 양껏 먹고 기운이 솟구쳐 남자를 업신여기기라도 하면 더 큰 낭패가 아닌가. 그는 아내의 숨은 욕망을 들춰내고 뱃구레를 시험하기로 한다. (우렁이 각시는 당신이 아는 그런 이야기가 아니다 중 밥 많이 먹는 색시 51~52페이지)


<밥 많이 먹는 색시>는 진짜 웃기는데, 눈물이 나게 서글프다. 밥 많이 먹는 게 죄가 되나? 결혼한다는 게 같이 살아갈 배우자를 곁에 두는 게 아니라, 무임금 노동자 한 명 들이는 일인가? 남편의 함정에 걸려들어 남편이 권하는 대로 밥을 양껏 먹었고, 남편은 분을 못 이겨 아내를 때려죽인다. 곧 남편은 ‘첫 마누라와 달리 숨 쉴 만큼만 먹으면서 부모 조상 잘 섬기고, 집안 살림 일구고, 남편 기죽지 않도록 잠자리 해 주고, 아들을 쑥쑥 낳아 줄 여자를 사방으로 구하러 다닌다. 그러다가 바라던 대로 입이 벌레 주둥이만큼 작은 여자를 찾아내’는데... 이번에는 남편 입맛에 맞는 아내를 구했을까? 깔깔깔깔~ 나는 이 부분부터 뭔가 반전이 일어나지 않을까, 두 번째 아내가 결코 남편이 찾는 이상형(?)이어서는 안 된다고 굳게 믿으면서 읽었잖아. 남편이 뭔가 의심하기 시작할 때부터 나는 그 의심을 밝혀줄 증거가 절대 드러나면 안 된다고 빌고 또 빌었단 말이야. 남편은 아내가 적게 먹는다는 걸 알았다. 그가 원하는 대로 살아주고 있다고 믿었는데, 이상하다. 아내는 분명 적게 먹는데, 이상하게 쌀이 줄어들어. 막 줄어들고 있다는 거지. 뭘까. 그러다가, 몰래 아내를 훔쳐보다가 놀랐잖아. 이럴 수가!


쌤통이다. 아무리 여러 번 결혼하고 여러 번 아내를 쫓아내고 죽인다고 해도, 그가 원하는 여자는 찾지 못할 거라는 저주를 걸면서 이야기가 끝나기를 바랐다. 실제로 이 이야기의 결말은 여러 버전이 있지만, 아내와 화해하거나 행복하게 지냈다는 결말은 못 들었다고 한다. 아마도 그의 입맛은 완벽하게 찾아줄 수는 없다는 것을 그는 죽을 때까지 알지 못한 채로 살았을 테다.


우렁이 각시 이야기도 그렇고, 대부분 우리가 들어왔던 동화는 행복하게 잘 살았다는 결말이었다. 대부분 남성이 요구하는 여성을 등장시키거나, 한없이 착하고 말 잘 듣는 여자나 아들을 그려놓는다. 실제 이야기 속의 여성은 자기 욕망과 존재감의 목소리를 가진 존재들이었다. 부잣집의 고명딸은 음식 위에 장식이 되는 고명이 아니었다. 동물의 간을 빼먹으며 자기 원하는 것을 가질 줄 아는 사람이었다. 가족의 가장이라는 이유로 폭력이 용서되는 것도 아니며, 아무런 사과 없이 다가와서도 안 된다. 가족 안의 남성이 무시하고 함부로 대했던 딸에게 미안하다는 말조차 아까워하는 당신은 가족도 아버지도 아니다. 두 손을 잃은 채로 쫓겨난 색시는 우물가에 모인 여성들에게 이해받고 도움받았다. 여성이 세상을 대하기 위해서는 연대하는 마음이 우선이었던가. 이야기 속 악역 전담이었던 계모나 시어머니도 재해석되어 어머니의 의미를 다시 읽어야 할 때인 듯하다. 가부장제의 굴레에 갇힌 채로 인간 대접받지 못했으나, 분노와 서러움을 담은 여성의 이야기는 이렇게 우리 곁에 남아있다. 성차별의 문제가 아니라, 같이 잘 살아갈 세상에 관심 두어야 할 이야기라는 거다.


내용도 주제도 너무 다양한 이야기가 이 작은 책에 담겨있다. 처음에는 입말이 눈에 익지 않아서 힘들었는데, 읽다 보니 이제는 이 문장들이 오디오북처럼 들린다. 누군가의 입을 통해 생생한 목소리로 라디오 드라마 듣는 기분? 아니면 조선 후기 실력 좋은 전기수가 다녀갔거나. ^^


어쨌든, 이 책이 참으로 고맙네. 나는 이제 시원하게 방귀를 뀔 거다. 빵! 빵빵!! 빵빵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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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미호 식당 4 : 구미호 카페 ㅣ 특서 청소년문학 30
박현숙 지음 / 특별한서재 / 2022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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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이 세상에서 살아가면서 한 약속이 중요하다(약속 식당, 229쪽)’라고 말하던 여운이 아직도 남아 있다. 우리가 간절히 바라야 할 것은 지나가 버린 시간에 머문 약속이 아니라, 지금 여기에 머무는 순간의 약속이 더 중요하고 지켜져야 한다는 것을. 굳이 이런 말을 다시 떠올리는 이유는, 알면서도 자주 잊고 살기 때문이다. 아는데 잘 안 되는 것. 알면서도 망설이다가 놓치고 마는 의미들 말이다. ‘구미호 식당 시리즈’의 네 번째 이야기 ‘구미호 카페’에서 그 의미를 한 번 더 만난다. 우리가 살면서 잊지 말아야 할 것들, 내가 어떤 사람으로 살아가야 하는지 묻는 이야기에 빠져들어 간다.


우연히 설문 조사에 응했던 성우는 받아든 전단에 홀린 듯 구미호 카페를 찾아간다. 달이 뜨는 날만 문을 열면서, 죽은 사람의 물건을 파는 곳이다. 카페에서 파는 목록치고는 좀 이상하지? 어쨌든, 뭐든 가게 주인 마음이니까 그렇다 치고. 더 이상한 건, 카페에 드나드는 사람들이었다. 성우는 미심쩍은 이 카페를 며칠 지켜보던 중, 학교에서 짝사랑하던 ‘지레’를 본다. 성우만큼 지레도 이 카페의 물건이 필요했던 걸까.


달이 뜨는 날만 문을 여는 이곳, 구미호 카페에서는 죽은 자의 물건을 판다. 무슨 카페가 이런가 싶지만, 뭔가 또 의미가 있을 것 같아서 이들의 행태를 지켜보게 된다. 카페의 주인 ‘심호’는 불사조를 꿈꾼다. 카페의 직원 ‘꼬리’는 정해진 규칙대로 손님을 대한다. 카페에 진열된 물건은 모두 죽은 자의 물건이며, 그 물건을 필요한 사람에게 되판다. 가격은 얼마냐고? 그건 카페 주인에게 물어보시고. 성우나 지레가 이 카페에서 무엇을 샀을까 하는 게 더 궁금했다. 며칠 카페를 살펴보던 성우는 누군가의 다이어리를, 지레는 빨간 털장갑을 산다. 물론 지레와 성우는 서로를 알아챘지만, 아는 척하지 않는다. 카페의 규칙 또 하나, 카페에서 일어난 일은 밖에서 말하지 않는다. 카페에서 서로를 봤다고 해도 카페에서의 일을 묻지 않는다.


이 카페의 물건에 무슨 힘이 있는 걸까? 각자 산 물건에는 저마다 원하는 것을 이뤄주는 마법이 있다고 한다. 그 소원을 어떻게 이뤄주는 건지 모르겠지만, 물건마다 정해진 가격은 그들이 가질 수 있는 시간이었다. 더 궁금한 건 성우가 산 다이어리와 지레가 산 빨간 장갑에는 무슨 힘이 있고, 카페에서는 어떻게 알고 이 아이들에게 딱 맞는(?) 물건을 팔았느냐 하는 거다. 여기에서 카페의 규칙 하나 추가. 카페에서 물건을 사면, 정해진 시간 동안 간절히 바라는 삶을 살 수 있다는 것. 어때? 이 정도면 구미호 카페에 한번은 방문해보고 싶은 마음이 들 것 같은데. ^^


아이들이 사간 물건과 아이들이 간절히 원하는 것 사이의 연결이 어떻게 이뤄질지 기대되면서 읽게 된다. 이 시리즈가 언제나 그렇듯 죽은 이와 연결되는 지점이 있기 마련인데, 이번 작품에서는 죽은 자의 시간을 현재를 사는 자가 이어간다. 죽은 자의 물건이 전달하는 의미를 현재 이 물건을 손에 든 자가 해결하듯, 죽은 자의 시간을 마무리하는 느낌이라고 할까. 처음 시작은 호기심에, 그 물건을 손에 들고 자기가 간절히 원하는 것을 이룰 수 있다는 말에, 의심 반 믿음 반으로 바라는 것을 말해버리고 기다린다. 이뤄져라, 이뤄져라. 그리고 이루어진다. 성우는 사촌 재후가 지레에게 반지를 준 것을 보고 돈벼락을 맞길 바라고, 지레는 빨간 장갑에 얽힌 사연을 다시 떠올려주길 바란다. 구미호 카페를 찾은 다른 사람들에게도 그들이 원하는 물건을 사고 바라던 게 이뤄진다. 하지만 말이다. 그 소원은 끝은 어디일까 궁금하지 않나? 그렇게 이뤄진 게 끝이 되는 게 맞나? 그 이후로 더 바라는 게 없는 삶을 만들 수 있을까.


구미호 카페를 방문해 내가 원하는 시간을 살 수 있다는 달콤한 제안에 귀가 솔깃해진다. 살면서 마주치는 여러 상황에서 정말 부러웠던 게 있지 않았던가. 공부 잘하는 아이가, 돈이 많은 사람이, 사랑을 이룬 커플이, 예쁘게 생긴 외모가, 자기 미래를 찾은 사람 등 부러운 것투성이였다. 나는 안 되는 게 그들은 어떻게 다 가능했던 것일까 부러워서 미칠 것 같은 때. 그럴 때 구미호 카페의 제안은 그냥 지나치기 어려울 테다. 그런데 말이다. 이 책을 읽고 나면 어김없이 우리에게 찾아드는 깨달음이 있다. 바라던 것을 얻기 위해 치러야 하는 게 분명히 있다. 시간, 돈, 마음 같은, 우리가 반드시 내야 할 금액을 잊지 않아야 한다. 게다가 그런 부러움에도 결코 내 것이 될 수 없는 게 있다는 사실과 그렇게 구매한 것이 온전히 내 것이 될 수 없다는 거다.


한없이 이뤄질 줄 알았다. 구미호 카페를 찾은 사람들이 원하던 것을 얻고 만족할 줄 알았던 나의 예상은, 재후의 모습을 보고 완전히 빗나갔다. ‘오호라, 이 녀석도 구미호 카페를 찾아갔던 거군.’ 섣부른 나의 판단은 가장 중요한 메시지를 놓치고 있던 거다. 며칠 동안 비를 쫄딱 맞고 들어온 재후의 모습은, 그 아이가 간절히 바라는 게 잘 이뤄지지 증거로 여겼다. 구미호 카페의 물건이 제힘을 발휘하지 못하는 거라고, 그래서 재후가 실망하고 불안한 마음에 방황하는 거로 생각했던 거다. 아니었다. 그건 재후의 간절함을 이루기 위한 다른 방향의 과정이었다. 스포일러가 될까 봐 많은 말은 하지 않겠다. 다만, 이 작품 속 아이들이, 구미호 카페를 찾은 이들이 발견하게 되는 건, 소원을 이루는 그 자체가 아니라 과정이었다. 우리가 어떻게 성장하고 배워가는지, 세상을 어떻게 마주하며 살아가야 하는지 묻고 답하는 이야기였다.


남의 시간은 결국 내 것이 될 수 없었고, 내 삶을 책임지고 나아가야 하는 건 나 자신이었다. 내가 간절히 원하는 것 또한 내가 이뤄야 할 일이었다. 그렇게 이뤄가는 인생의 과정에서 누군가의 도움을 받을 수도 있겠지만, 그 중심에는 항상 내가 있어야 했다. 누군가 가진 것을 부러워하거나 탐내는 게 아니라, 내게 주어진 이 순간의 최선이야말로 내가 만들어가는 내 삶이다. 구미호 카페에서 팔았던 것은, 부러움이 넘치는 남의 시간이 아니라, 내게 주어진 시간을 최선으로 채워가는, 자기 삶이었던 거다. 잠깐이나마 구미호 카페 앞에 서서 무슨 물건을 사고 무슨 소원을 빌어볼까 생각했던 게 부끄러워진다. 이 나이를 먹고도, 아직 배워야 할 게 너무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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