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게 - 어느 은둔자의 고백
리즈 무어 지음, 이순영 옮김 / 문예출판사 / 2013년 10월
평점 :
절판


몸무게가 2kg이 늘었다. 평소에 3kg 정도만 더 줄여야겠다고 마음먹은 상태였는데, 오히려 2kg이 더 늘었으니 이제는 5kg을 더 줄여야 한다. 몸무게가 늘어가는 것을 굳이 체중계에 올라가지 않아도 알고 있다. 거의 한달 가까이 폭식을 하고 있었고 평소에 먹는 양보다 훨씬 많다는 것을 체중계보다 내 몸이 더 잘 알고 있다. 머릿속이 어지러울 때 보통 잠을 자려고 했던 것에 비추어보면, 이번의 폭식은 예외의 일이다. 한때 폭식으로 평균 몸무게의 10kg 정도를 늘여본 적이 있던 터라, 다시 그때의 몸으로 되돌아가는 것은 결코 원하지 않는다. 한 번의 경험으로 그 기억은 충분하다. 하지만 나를 비롯한 다른 이들이 음식으로 뱃속을 채우는 그 많은 이유들 중의 하나가 허기짐이라는 것을 알고 있다. 마음속에 채워 넣을 것이 제대로 작동하지 않을 때, 음식으로 뱃속을 채워 넣는다. 마치 음식이 그 모든 허기짐을 채워줄 수 있을 것 같은 착각이 든다. 말 그대로 착각이다. 뱃속에 채워진 음식이 순간적인 포만감은 줄 지언즉, 영원성을 주지는 않는다.

 

무엇이 시작이었을까. 이 남자, 아서 오프. 몸무게가 250kg에 육박한다. 그마저도 넘을지 모른다. 체중계에 올라간 지가 몇 년은 되었으니 아마도 그 정도일 거라 추측할 뿐이다. 한때 대학교수였고 불미스러운 소문으로 학교를 그만둔 뒤, 그는 은둔자가 된다. 집안에서 모든 것을 해결하는 방식으로 세상과는 철저히 고립된 생활을 한다. 움직이지 않았고, 우편물을 수거할 때 말고는 현관문 밖으로 나가지도 않았고, 대량의 음식을 흡입했다. 그리고 초고도 비만의 거구가 되었다. 그런 아서에게 유일한 소통의 대상은 20여 년 전에 알고 지냈던, 사랑했던 제자 샬린뿐이다. 둘은 그사이에 서로 얼굴을 본 적이 없다. 편지가 오고갔을 뿐이다. 그마저도 연락이 끊긴 상태에서 어느 날 샬린에게 전화가 온다. 자신의 아들의 대학 진로 문제에 대해 도움을 청하고 싶다고 한다. 그렇게 몇 번의 전화가 왔지만 그게 끝이다. 이야기는 거기서 멈춘다. 잠깐 아서를 설레게 했던 샬린 소식은 다시 끊어졌고 아서는 평소의 삶으로 돌아온다.

 

샬린의 아들 켈 켈러. 열아홉의 고등학생이다. 공부는 못하지만 야구는 잘한다. 대학이 아닌 야구로 진로를 정하고자 하지만 엄마는 대학을 원한다. 하지만 켈에게는 자신의 진로만큼이나 엄마의 상태가 걱정이다. 술과 약에 취해 거의 정신을 놓고 사는 엄마. 맨 정신일 때는 오직 자신의 대학 진로 문제만이 전부인 엄마. 엄마는 언제부터 술에 중독이 되었고, 엄마를 이 지경까지 만들어놓은 것은 무엇일까. 열아홉 소년이 짊어지기에는 이 환경이 상당히 무겁다. 내일이 보이지 않는다. 지금 켈에게는 야구만이 있을 뿐이다. 어떤 식으로든 이 위기를 극복해야 할 텐데...

 

철저하게 자기만의 세상에서 사는 것처럼 보이는 세 사람이다. 샬린, 켈, 아서. 술과 약에 중독된 샬린, 운동이 살길인 것처럼 보이는 켈, 음식만이 전부일 것 같은 아서. 고립된 하나의 세상에서 유일한 생존자들 같았다. 각자의 세상에서 혼자인 것 같은 사람들. 이들에게 뭔가 하나가 주어져야 한다면 오직 그것을 택하겠다는 마음처럼 보이는 한가지씩이었다. 이들에게 공통된 질문은 ‘왜?’였다. 무엇이 이들을 그렇게 만들었을까 하는 궁금증. 하지만 이미 알고 있다. 이야기가 계속될수록, 이들의 하루하루 모습이 계속될수록 비춰지는 것은 결핍으로 인한 그 빈 공간을 채워주고 있는 것이라는 것이다. 그게 각자에게 술이나 운동이나 음식으로 대체되는 것이다. 이들 모두 혼자였다. 가족이 있으나 없는 것과 같은 아서, 켈과 샬린은 모자사이지만 서로 조화를 이룰 수 없는 가족관계다. 모든 것은 처음 시작점으로 돌아가야만 한다는 것처럼, 처음의 모습을 보여준다. 제대로 완성되지 못했던 가족은 그 결핍의 모습을 계속 이어간다. 결핍은 외로움을 가져오고 그 외로움을 채워줄 것들로 가득한 중독을 만들어낸다. 그리고 계속되는 허기짐.

 

켈과 아서, 두 사람의 고백 같은 독백으로 계속되는 이야기 속에서 그 처음을 찾아낸다. 아서에게는 비만의 엄마가 있었고 아버지는 집을 나갔다. 지금까지도 아버지를 만나지는 않는다. 켈의 아버지는 켈이 4살 때 집을 나갔고 엄마인 샬린은 빈곤의 마을이 아닌 좋은 환경의 고등학교에 켈을 입학시킨다. 뭔가 점점 아귀가 맞지 않는 삶이 이어졌고, 지금 두 사람의 모습에 이르게 된 것이다. 쓰레기장 같은 집, 푹 꺼진 소파, 울리지 않는 전화벨, 집안에서 몇 발자국만 걸어도 숨이 차는 아서. 분위기가 어두운 집, 늘 TV 앞에서 술에 취한 채로 앉아있는 엄마, 자신과는 전혀 다른 환경의 동급생들을 바라봐야 하는 켈. 전혀 접점이 없는 아서와 켈이 서로 자기의 이야기를 하고 있는 그 사이에 샬린이 있었다. 샬린이 아서와 주고받는 편지들, 켈의 진로문제를 꺼내면서 시작된 통화 사이에 뭔가가 있다.

 

이야기는 점점 환기되는 듯, 조금씩 새로운 분위기를 만들어낸다. 아서의 집에 찾아온 청소용역인 욜란다의 등장은 고립된 삶을 즐기는 듯 보였던 아서에게 새로운 국면을 맞이하게 한다. 어쩌면 그 전에 아서를 방문하겠다고 말한 샬린이 시작이었는지 모른다. 소망하는 것을 채우지 못한 결핍이 만들어낸 샬린의 허황된 망상, 그런 샬린을 맞을 준비를 하는 아서. 별것 아닌 것처럼 보이는 두 마음은 외로움으로 고립된 삶을 살아가던 한 사람을 집밖으로 걸음하게 하는 계기를 만든다. 누군가의 등장을 받아들이고, 진심을 담은 이야기를 하고, 십몇 년 동안 움직이지 않았던 걸음을 내딛게 만들고 있다. 각자가 만들어낸 중독을 하나하나 떨쳐내게 하고 있었던 것이다.

 

이제 정말 혼자가 된 켈은 동급생들과의 다른 관계를 만들어갈 시선이 생긴 듯하다. 여자친구인 린지와의 관계가 어긋나고 멈출 것 같았는데, 의외의 전개에 희망적이 내일을 기대하게 한다. 소통의 좋은 예를 그대로 보여준 듯하다. 모든 것을 꺼내어놓고 이야기했을 때 형성되는 관계의 모습이었다. 자신의 아버지일지 모를 이에 대한 기대감이 사그라졌을 때 실망이 아닌, 세상을 배우는 시선이 채워졌다. 테스트에서 좋은 결과를 받지 못할 것을 예상하면서 차선의 선택을 준비한다. 자신이 가진 삶의 무게가 가늠이 되어졌을까. 온전하지 못한 가족이 만들어낸 삶의 공허와 결핍, 외로움이 이들 각자에게 준 것은 그리 반길만한 것은 아니었다. 세상과 소통하지 못할 것 같은 두려움까지 안겨주었으니, 결국은 버려야 할 것들만 안겨준 것이다. 아픔과 고통이 함께였지만, 많은 경험이 지나갔다. 아서의 비만은 점점 가벼워질 것 같고, 진짜 혼자가 된 켈은 단단한 심장으로 세상과 소통할 것 같다. 결국은 결핍이나 외로움, 삶의 무게, 모두가 자기 자신에게서 시작되고 자기 자신이 뛰어 넘어야 할 벽이라는 것.

 

어느 날 아침, 켈이 친구 디의 집에서 아침의 빛을 차단한 검은 커튼을 열었을 때, 알았다. 아, 이제 다시 시작이겠구나. 좋은 않은 결과를 받는 일에도 다시 어두워진 커튼을 열겠구나 싶었다. 혼자가 아닌 사람들 속으로 다시 뛰어들었으니, 같이 호흡하고 손을 마주잡을 수 있는 용기가 생겼지 않겠는가. 반면, 아서가 호스트가 될 디너파티도 궁금해진다. 욜란다와 함께 준비하는 음식들, 처음으로 찾아오는 손님들, 사람의 말소리가 들리는 집, 모두가. 사람과 함께 어우러지는, 자신이 예전에 살았던 삶 속으로 다시 들어가는 아서를 그리게 된다. 문 하나만 열면 되는 것이었는데, 너무 오랜 시간을 닫힌 문 너머의 것들을 안 보려 했던 것은 아니었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상당히 잘, 재미있게 읽히는 책이었으나 쉽지만은 않은 책이기도 했다. 켈과 아서. 두 사람이 있는 공간의 물리적인 거리만큼이나 접점을 찾기 어려울 거라 생각했다. 그런데 오히려 너무 다른 두 사람의 환경과 모습들이 두 사람의 공통점을 대변하고 있는 것처럼 보였으니 쉬울 리가 없다. 그렇게 다른 모습 안에서 뚜렷하게 보이는 것들이 내가 봐야할 것들이었다. 서로 다른 듯한 모습, 하지만 품고 있는 마음속의 허기짐, 그걸 채우는 방식들. 결국은 내가 나를 뛰어 넘어 그 시간을 극복해야 한다는 것. 무언가를 극복하고 회복해야 하는 순간에 만나기에는 더없이 좋은 이야기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6)
좋아요
l 공유하기 l 북마크하기찜하기 lthankstoThanksTo
 
 
 
다른 모든 눈송이와 아주 비슷하게 생긴 단 하나의 눈송이
은희경 지음 / 문학동네 / 2014년 2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일단은 읽어보고 싶어서 구매한다. 다가오는 (이미 시작되었는지도 모를) 봄과 함께 만나기 좋은 이야기가 펼쳐지길 기대해본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l 공유하기 l 북마크하기찜하기 lthankstoThanksTo
 
 
 
책 읽는 강아지 몽몽 - 제3회 비룡소 문학상 대상 수상작 ㅣ 난 책읽기가 좋아
최은옥 지음, 신지수 그림 / 비룡소 / 2014년 2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귀여운 몽몽 ^^ 책읽기를 좋아하는 강아지라는 설정이 재미있다고 생각했는데, 반대로 책읽기를 싫어하는 아이와 대조적으로 보이는 모습이 유쾌하게 그려질 듯... 책을 재미있게 대할 수 있는 마음을 배울 수 있을 듯하다. 아이의 눈높이에 딱 맞춤형으로.

댓글(0) 먼댓글(0) 좋아요(4)
좋아요
l 공유하기 l 북마크하기찜하기 lthankstoThanksTo
 
 
 

 

읽고 싶은 책을 모두 사는 데는 한계가 있다. 『미소 짓는 사람』에서 하는 말처럼 책 놓을 공간이 없어서 살인도 불사하게 될지도 모르고(웃음), 책 구입에 관련된 금전적인 문제의 해결도 힘들다. 내가 책 구입에 있어서 망설이는 이유 중의 하나는, 다 읽지도 못한 책이 옆에 쌓여있는데, 또 구매하면서 그 옆에 더 쌓이는 책의 모습이다. 상당히 스트레스다. 책을 좋아하지만 많이, 빨리 읽지 못하니 소화하기는 어렵고, 새로운 책이 나올 때마다, 혹은 뜻밖의 구간을 발견할 때마다 바로 구매로 이어진다면 아마 책으로 가득한 공간에 내가 서 있을 자리조차 없어질지 모른다. 그럼 무슨 소용인가? 내가 그 공간 안에서 함께 하지 못하면 그 공간을 차지하는 책이 무슨 의미인가 싶다.

 

도서관은 나의 이런 책 구매 욕구를 조금은 잠재워주는 곳이기도 하고, 시간이 허락할 때 서가 사이를 돌면서 마음을 가라앉히게 하기도 하고, 읽고 싶은 모든 책을 구매할 수 없는 경제적인 문제를 해결해주는 곳이기도 하다. 물론, 도서관에도 없는 책이 많다. 그런 경우, 직접 책을 구입하거나 기다릴만한 시간 여유가 있다면 희망도서로 신청하기도 한다.

 

도서관 이용한지 10년이 조금 못된 듯하다. 처음 여기 도서관을 이용할 때는 본관 1곳, 분관 1곳, 이렇게 두 군데였다. 그런데 몇 년 사이에 분관이 두 곳 더 생겼다. 거기에 구석구석 작은 도서관이 형성되었고... 내가 이용하는 도서관은 시립도서관 4곳이다. 각 도서관마다 비치된 도서가 다르기도 하고, 어떤 목적으로 가느냐에 따라 장소를 고르기도 한다. 조용하게 좀 더 머물고 싶을 때는 가장 최근에 개관한 4번 도서관에 가고, 조금 시끄러워도 가까운 곳에 빨리 다녀와야 한다면 2번 도서관에 간다. 조금 오래된 도서를 찾아야 할 때면 개관한지 가장 오래된 1번 도서관에 가고, 넓은 공간에서 숨 좀 쉬고 싶을 때는 본관으로 크게 지어진 3번 도서관에 간다. 작은 동네에서 도서관이 4군데나 있다는 게 불필요하다고 생각하면서도 사실 걸어서 이동할 수 없는 곳에 위치해 있다 보니, 필요한 장소에 적당하게 개관한 게 아닌가 싶기도 하다. 그 말은 즉, 하루에 도서관 4곳 모두 돌기 힘들다는 얘기이기도 하다. 그래서 가끔, 필요한 도서가 각각의 도서관에 흩어져서 비치되어 있을 때는 시간 넉넉할 때 아침부터 움직여야 한다. 그래도 다행이지 뭐. 도서관이 없다면, 책을 대하고 싶지만 여러 이유로 가까이 갈 수 없는 사람들 무지 많을 테니, 감사하게 생각하려고 한다.

 

허나~! 내가 내는 혈세로 움직이는 곳이니만큼, 조금 더, 잘, 운영되었으면 하는 바람이 있다. 도서관 몇 년 이용하면서 산전수전 공중전까지 경험했으니, 어떤 경우가 옳은 것이고 어떤 경우가 그릇된 것인지 알만한 입장이다. 원칙과 규정이 있으니 지켜야 한다는 것을 안다. 상황에 따라서 그 규정을 살짝 어기면서도 융통성이라는 것을 발휘하는 직원에게 음료수라도 한 개 사다주고 싶기도 한다는 거다. 물론 이용자가 생 때 쓰는 경우는 안 되겠지만.

 

 

도서관에 관련하여 기억나는 몇 가지가 있다.

- 가끔 소장하고 있는 도서가 너덜너덜 해질 때가 있다. 일명 쩍벌이 책이 되었다가 페이지가 우수수 떨어지기 직전인 상태. 그럴 때는 미안한 마음으로 도서관에 들고 간다. 그리고 출납 데스크에 있는 남자 직원에게 호침을 박아달라고 공손히 부탁한다. 그럴 때, 호침도 박아주고 깔끔하게 호침 위에 테이프까지 붙여주는 직원도 있다. 도서관이나 책방에서는 엄청 큰 호침이 있다. 아무나 못하고 힘을 많이 써야 해서, 도서관에서도 여자 직원은 잘 못한다고 했다. 일부러 해야 할 일이 늘어난 것이니 나도 미안하지만, 고맙기도 하다. 그래서 굳이 고맙다는 말과 함께 음료를 가져가기도 한다.

- 도서가 연체되었다고 했다. 대출한 도서가 없는데 연체가 되었다니? 확인해보니 내가 알지도 못하는 책이 내 이름으로 대출되어 있고 오랜 시간을 연체중이었다. 그 당시 오랫동안 도서관을 이용하지 않았던 터라 당연히 신경 쓰지도 않았었다. 전화로 해도 될 것을 도서관까지 달려가서 확인했다. 분명히 내 이름으로 대출 되었고, 연체중이었다. 날짜와 시간을 보니 내가 도서관에 책을 반납하고 나간 이후였다. 나는 그 시간에 도서관에 있지도 않았고 그 책은 제목도 들어보지 못한 책이라고 했다. 담당자는 내 말에 귀를 기울이지 않았고 연체중이라는 말만 반복했다. 나는 책을 찾아봤냐고 담당자에게 물었다. 담당자는 귀찮다는 표정으로 나를 쳐다봤다. 한참을 어영부영 같은 상황만 반복되다가 나도 모르게 언성이 높아졌다. 너무 억울해서 이대로 가만히 당할 수만은 없다는 생각뿐이었다. 그러니 화가 나고 언성이 높아지는 건 당연한 일. 담당자가 그때야 사태의 심각성을 알았나보다. 안면을 싹 바꾸더니, 죄송하지만 잠시 기다려 달라고 했다. 그렇게 몇 분이 더 흘러서 내가 제대로 폭발하기 직전, 담당자가 벌게진 얼굴로 서가에서 내가 연체중이라는 책을 찾아왔다. 정말 황당한 상황. “내가 연체중인 책이 거기에서 뭐하고 있었대요?” 너무 어이가 없어서 말이 비비 꼬아서 나온다. 담당자는 연신 죄송하다는 말만 한다. 미처 확인하지 못했다면서. 나는, 나에게 사과하지 말라고 했다. 당신의 사과를 받을 생각이 없다고 했다. 대신, 당신의 이름은 분명하게 기억하겠다고 말했다. 관련부서 통해서 정식으로 항의하겠다고 했다. (하지만 그렇게 하지는 않았다.) 그 담당자 아직도 그 도서관에서 일한다. 그 이후로 나를 봐도 눈길을 피한다. 내가 진상짓(게시판에 글 올릴까봐) 할까봐 한참을 걱정했을 듯하다.

 

 

이동도서관

이곳 시립도서관에서 운영하는 이동도서관이 있다. 대형 버스 안을 개조해서 만든, 말 그대로 이동하는 도서관이다. 이곳 말고도 다른 시에서도 운영하는 곳이 많다고 들었다. 보통은 주택가나 아파트 밀집지역, 시립도서관과 거리가 있어서 쉽게 이용 못하는 사람들, 특히 어머님들을 위해 운영하는 듯하다. 시립도서관의 축소판인데 비치된 도서의 비중이 좀 다르다. 어린이책과 소설류가 60% 정도, 40% 정도는 그 외 분야의 도서다. 차량에 싣고 다닐 수 있는 도서 양의 한계가 있으므로 주기적으로 신간을 입고하면서 한 번씩 차량 내 책 정리를 한다. 대출 빈도수가 낮은 도서나 찾는 사람이 없는 너무 오래된 도서는 따로 빼서 도서관 보관실에 보관하고 그 빈자리에 신간을 채워주는 방식이다.

 

운행 시간은 2주에 한 번씩 지정된 장소로 찾아오는 방식이다. 그러면 그때 이미 대출한 도서는 반납하고 다시 도서를 대출할 수 있다. 정차 시간은 장소나 이용자 빈도수에 따라 조금씩 다른데, 보통 한 장소에 30분 정도 머무른다. 나는 주로 시립도서관을 이용하니까 특별한 경우가 아니면 이동도서관을 이용하는 빈도수는 낮은데, 꼭 이동도서관에만 있는 도서도 있기에 가끔 필요한 경우에 일부러 시간 맞춰 찾아가기도 한다. 근데 정말, 시간이 허락되지 않아 움직임이 자유롭지 못한 사람들에게 이런 방문형 도서관은 좋은 것 같다.

 

 

앞문으로 올라서면, 바로 운전석 뒤쪽에 도서출납 데스크가 있다. 차량 운행하시는 기사님과 도서관 직원 한분, 이렇게 두 분이 함께 다닌다. 상당히 친절하시다. 특히 도서관 직원은 나이가 좀 있으신 여자분인데, 어머님들과 얘기도 잘 통하고 아이들에게 살갑게 대하셔서 이용자들이 좋아하고 편하게 대한다. 전에 공인근무자나 다른 직원이 다닐 때는 엄청 불친절해서 도서관 홈페이지에 직접 불만의 글을 올린 사람도 있었다. 이용자의 입장에서 내가 그 직원에게 아무런 유감이 없음에도 불친절이 그대로 보였다. 다시 이용하고 싶지 않을 정도로... 그러니 다른 사람 눈에는 그게 안보였을까.

 

 

 

내부에 들어서면, 이렇게 되어 있다. 오른쪽 고스톱 방향으로 돌면, 문학이나 에세이, 실용서가 있다. 정면으로 보이는 곳에는 철학이나 경제경영서적, 역사서적, 인문서가 있고, 마지막 왼쪽은 유아동 도서가 있다. 아무래도 이용대상이 어머님들이다 보니까, 아이들 책을 많이 대출해가시더라. 어머님들은 주로 소설이나 에세이, 실용서를 많이 보시는 것 같고...

 

 

 

 

 

 

 

 

 

 

나는, 제법, 착한, 이용자다. ^^

- 서가 사이를 돌면서 책을 찾을 때 유독 내 눈에 띄는 것은 제자리를 찾지 못한 책이다. 직원이 실수로 잘못 꽂았거나, 이용자가 고의적으로 다른 자리(자기만 아는 익숙한 자리)에 꽂아둔 책이 내 눈에 들어오면 그냥 지나치지를 못 한다. 굳이 꺼내서 제자리를 찾아준다. 검색해보면 비치된 자료인데 제자리에 없는 책들이 있다. 그런 책들은 장서점검을 하지 않는 이상 찾기 힘들다. (이곳 도서관은 보통 1~2년에 한 번씩 장서점검을 한다.) 비치된 자료인데 찾지도 못하고, 그러니 대출도 못하고... 필요한 책이라 굳이 발걸음을 한 상태에서는 화가 나기도 한다. 하지만 어쩌나. 결국 찾지 못하고 오는 경우가 대부분인 걸. 그런 경우를 경험하다 보니 나도 모르게 제자리를 찾지 못한 책을 보면 가만히 있지 못하는 것 같다. 누군가 나 같은 경험을 하지 않도록, 찾는 책이 제자리에 있었을 때 눈이 번쩍 뜨이도록... ^^

 

 

 

 

- 여러 이용자가 책을 대하다 보니, 책이 내 책처럼 블링블링하지가 않다. 어느 날 도서관에서 대출해 온 책을 보니 앞뒤가 쩍벌이더라. 나도 모르게 본능이 앞선다. 가끔 내가 가진 책도 쩍벌이가 될 때 내가 수술을 해주고는 하는데, 그 수술을 도서관의 책에게도 해주는 것이다. 끝이 뾰족한 풀로 얇게 발라서 덮어주고, 무거운 사전 같은 것으로 꾹 눌러준다. 그럼 언제 나 쩍벌이였나 싶게 감쪽같이 붙는다. ^^

 

 

 

 

 

- 대출한 책을 연체하면, 연체일수만큼 대출이 불가능하다. 그건 약속을 지키지 않은 사람이 당연히 감당해야 할 몫이다. 그런데 연체자가 감당해야 할 몫을 떠나서, 그 책이 필요한 또 다른 이용자를 생각해보면 연체는 가능하면 하지 않는 게 맞다. 연체하고 싶어서 연체하는 사람은 없겠지만... ^^ 꼭 필요한 책이었는데 앞서 대출한 사람이 한 달이 넘게 반납하지 않은 적이 있어서 기억난다. 결국 언제 반납될지 모를 그 책을 기다리지 못하고 책을 구입했었다. 내가 낸 세금이 괜히 억울해지는 순간이다.

 

 

이런 양심 없는 이용자는 되지 말자.

- 예전에 나는, 내가 가진 책에 밑줄을 그어가면서 본 적이 있다. 대부분 그렇게 봤다. 그런데 언젠가부터 내 책을 접지도 않고, 밑줄은 더더욱 긋지 않고, 겉표지가 때가 탈만한 색이면 비닐 옷을 입혀주기도 한다. 가지고 있는 책이 많지 않으니 시간 날 때 할 수 있는 일이겠지만, 그래도 나 같은 독자가 많다는 것을 알고 있다. 내 주변에 이런 독자들 있는데... ^^

 

도서관에서 대출한 책이 이런 경우 나는 막, 화가 난다.

밑줄이 좍좍 그어져있다. 내 책으로 뭘 하든 그건 각자의 마음이지만, 공동으로 사용하는 책에 굳이 저러고 싶을까 싶은 마음에 우울해진다. 저 한 페이지만 그런 게 아니고, 책 전체가 저 정도였다. 밑줄에 괄호에 메모까지... 저 정도로 밑줄을 모든 페이지에 그어놓을 정도로 글귀가 좋으면(필요하면), 메모하던지 스캔이라도 뜨던지, 무리해서라도 구매를 하던지... 안타까운 일...

 

 

 

 

 

 

 

가능하면, 규정은 지키자는... ^^

- 도서관 자료실에 들어갈 때는 음식물 반입 금지다. 뚜껑 있는 음료수는 허용해 주는데, 냄새가 풍기는 음식이나 뚜껑 없는 음료는 반입금지다. 냄새 때문에 다른 이용자들에게 불편을 주기도 할 것이고, 음료를 흘려서 책을 상하게 할 수도 있으니 예방 차원에서 정해진 규정일 것이다. 그런 의미라니 지키지 못할 이유가 없다. 다만, 술 먹고 도서관 이용하는 것은 좀 자제해줬으면 한다. 책을 고르고 바로 대출해서 나가면 누가 뭐라고 하지 않지만, 자료실에 공동으로 사용하는 테이블에서 술 냄새 풍기면서 몇 시간을 머무는 것은 견디기 힘들다. 대낮에 술 드시고 오신 어떤 할아버지가 생각나서 언급해 본다. 들어오셔서는 신문을 3시간도 넘게 읽다가 가신다...

 

 

 

역지사지의 마음으로 생각하게 된다.

내가 도서관 직원이었다면? 내가 도서관 이용자라면? 내가 다른 이용자라면?

서로가 유감스러운 일 안 생기면 좋겠지만, 내가 경험해보니 의도하지 않았어도 유감스러운 일이 생긴다. 나 역시도 그런 경험해봤고, 시행착오를 거쳤다고 생각한다. 그럴 때, 순간적으로 화를 내거나 흥분하지 말고 천천히 생각해보면 한발 뒤로 물러서서 대화할 수 있는 공간이 생긴다. 물론 그렇게 되지 않는 경우도 있다. 그럴 때는 어쩔 수 없이 이성을 앞세워 조목조목 따지는 일이 발생하겠지. ^^ 하지만 일반적으로 서로의 입장을 조금만 생각하면, 서로 얼굴 붉어지거나 언성 높일 일은 생기지 않을 수가 있다. 민망한 기억에 서로 눈길 피하면서 다닐 필요도 없다. 본의 아니게 나는 도서관에서 그런 유감스러운 경험을 많이 한 듯하다. 여기서 다 말하지 못한 일들도 있으니까. 그럴 때마다 꼭 한 번은 생각해봐야겠다고 마음먹는다. 그 상황을 바꿔서 한 번은 생각해보고 다음 행동으로 넘어가자고...

 

 

오늘, 미처 반납하지 못한 책이 있어서 미친듯이 불어대는 칼바람 속에서 도서관 문 닫기 바로 직전에 다녀왔다. 너무 열심히 뛰어갔던지 등에서 땀이 다 나더라.

도서 반납을 하려고 자료실에 들어갔더니, 담당자와 이용자(학생) 사이에 실랑이 중이었다. 그 이용자가 내가 경험했던 일과 똑같은 상황을 마주하고 있어서 나도 모르게 지켜보게 되었다. 이용자의 입장도 알겠고, 담당자의 처리 결과도 알겠더라. 결과는 바뀌지 않을 것이라는 것도 안다. 이용자의 안타까운 마음은 알겠지만 어떻게 해줄 수 없는 문제였고, 담당자의 융통성으로도 처리할 수 없는 문제였다. (전산 시스템 자체가 도서 바코드를 읽어줄 수 없게 되어 있으므로, 그래서 이용자가 원하는 도서 자체가 대출이 안 될 것이므로...) 해결 방법은 딱 하나였다. 그 도서관이 아니라 다른 분관으로 가서 해당 도서를 대출해야만 하는 것. 그런데 그 학생은 아마도 그 동네에 위치한 그 도서관만을 이용하는가 보다. 다른 분관으로 갈 생각을 안하고 있었다. 그렇다고 해서, 그 자리에서 발만 동동 구르고 있어야 해결될 일이 아니니... 그냥 안타까울 뿐...

돌아오는 길은 갈 때와 다르게 조금 천천히 걸어왔다. 내 경험과 똑같은 이용자를 보고 나니, 나도 오래 전 겪었던 이런 저런, 크고 작은, 기억들이 생각나서 끼적여 본다...

 

 

 

 


댓글(2) 먼댓글(0) 좋아요(14)
좋아요
l 공유하기 l 북마크하기찜하기 lthankstoThanksTo
 
 
세실 2014-02-22 22:5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도서관 이야기 재미있어요!
책을 직접 보수도 해주시는 착한 이용자시네요^^
역지사지 명심하겠습니다~~~

구단씨 2014-02-23 23:29   좋아요 0 | URL
항상 그런 것은 아니고요.... ^^
시간이 될 때나, 제 기분 내킬 때 하는 정도거든요.
사실은, 성격 때문일 수도 있고요. ^^
 
젠틀 매드니스 - 책, 그 유혹에 빠진 사람들
니콜라스 A. 바스베인스 지음, 표정훈.김연수.박중서 옮김 / 뜨인돌 / 2006년 1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오랫동안 망설이던 책을 반값할인이라는 좋은 타이밍에 구매한다. 상당한 두께를 자랑하는 만큼, 읽는 재미가 더해지지 않을까 기대해본다. 어쩌면 내가 그동안 생각해왔던 책에 대해 또 다른 해석을 만날 수도 있지 않을까...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l 공유하기 l 북마크하기찜하기 l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