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Book] 애인 있어요
다온향 / 이지콘텐츠 / 2017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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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애인' 키워드에 충실한 소설. 내용도 뻔하다. 아닌 척하지만 나는 오래전부터 너를 좋아했다, 그런데 이제는 참지 못하겠어서 고백하고 말았다, 관계가 어그러지는 게 싫어서 너를 친구 이상으로 대하지 못하겠다, 등등. 굳이 말하지 않아도 어떻게 전개될지 눈앞에서 그려진다. 그런 소재의 소설이 가져야 할 무기는 역시, 뻔하면서도 지루하지 않게 이끌어가는 능력이라고 해야 할까. 안 봐도 이미 결말 다 아는 걸 굳이 계속 읽을 이유는 없으니까 말이다. 그래서 흥미를 떨어트리지 않고 끝까지 밀고 가는 거, 그게 가장 중요하지 않을까 싶다. 그런 의미로 보면 이 소설은 알면서도 페이지를 넘기게 되지만, 너무 몰입하면서 재미를 느끼는 것도 아닌, 어정쩡한 분위기였다. 의외로 등장인물이 많아서 각 커플의 이야기를 듣는 재미도 있긴 했지만, 어디까지나 개취. 등장인물들 모두에게 할애한 분량 때문에 주인공 커플이 더 돈독해질 수 있는 구석구석의 에피소드가 탄탄하지 못한 느낌도 있다.

 

스물셋. 오총사의 집합은 여전했다. 집합의 이유도 똑같았다. 정원의 실연을 위로하기 위한 자리였으나, 모두가 심드렁했다. 정원이 실연당하는 게 어디 하루 이틀 일이더냐. 이번에는 차이는 시간이 좀 빨랐을 뿐이지 뭐, 별다를 게 없었다. 그래서 친구들도 그러려니 하고 술이나 마시고 있던 그때. 늦게 나타난 은표는 그런 정원의 상태를 알면서도 뭐라고 하지 않았다. 다만 부어라 마셔라 하면서 뻗어버린 정원을 가만히 데려다줄 뿐이었다. 이때부터 감지가 된다. 아, 은표가 정원을 오래전부터 좋아하고 있었군! 아니나 다를까. 은표는 오래전에 이들이 어린 마음으로 우정을 쌓아갈 때부터 정원을 좋아하고 있던 거다. 그게 성인이 되고 이십 대의 중반을 향해가는 지금 마음을 술렁이게 한다. 고백할까? 말까? 술 취한 정원을 업고 가는데 제정신이 아닌 정원과 제정신인 은표는 이야기한다. 서른이 되어서도 각자 짝이 없으면 서로 애인해주자고. 그리고 7년 후. 오총사는 서른이 된다.

 

서른이 되었다고 오총사가 어디 가랴. 동건만 애인이 생기고 나머지 네 명은 여전히 솔로였다. 그게 그들 사이에 문제가 되는 것도 아니었다. 다만, 은표의 정원을 향한 갈증만 커가고 있을 뿐이다. 밤바다를 보러 갔던 그때, 정원이 갑작스레 응급실을 찾게 되면서 싹이 튼 은표의 마음은 더는 참을 수 없게 된다. 그날 이후로 은표는 정원을 자기 여자로 만들기 위해 고군분투하고, 남들 앞에서도 그 마음을 감추지 않는다. 이미 게임 끝인데 뭘 더 가리고 말고 할 거야. 그때부터 정원과 은표 싯구싯구하는 장면들이 빠짐없이 등장하는데, 자고로 어른의 연애란 이런 것이다, 하고 알려주기라고 하고 싶은 건지. 스물셋 그때는 말도 못 하고 가슴앓이 했던 것이, 지금은 노골적으로 표현하면서 누가 봐도 민망한 건 잠시였다. '너네도 알 건 다 알잖아?'라는 눈빛으로 대신 말하며 당당하게 그들의 연애를 즐긴다.

 

이 와중에 어렸을 적에 은표에게 고백했다 거절당한 하정과 도대체 무슨 생각을 하고 사는지 모를 주혁의 관계가 화기애애해지는데, 한번 말 꺼내기가 어려워서 그렇지 일단 말을 하고 나면 직선적이고 적나라해지는 게 이들 오총사의 매력인가 보다. ^^ 애들이 거침이 없어. 망설이고, 아프고 슬퍼하고, 후회도 하는 이들이지만, 결국 자기가 한 선택 앞에서는 거리낄 게 없어지잖아. 그에 따른 책임도 알고. 그러니 당연하게 당당해도 되고. 남들 앞에서 '나, 애인 있어요!'라고 우쭐하며 말하는 이들의 표정이 저절로 그려진다. 그래도, 니들 애인 있어요. 그래서 뭐, 어쩌라고? (좋겠다... 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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