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누가 살다 간 여름일까 문학동네 시인선 97
권대웅 지음 / 문학동네 / 2017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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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무 익숙한 이름인데,

그래서 나는 그의 시집을 오래전부터 본 느낌이었다.

이상하게도,

그는 14년 만에 내는 시집이라고 했다.

그럼 내가 본 그의 시는 어디에서였던가...

 

가을에 만나기 좋은 제목에 반해서 구입했다.

막상 펼쳐보니, 제목이 잘 어울리는 시들로 가득했다.

너무 짧은 분량에 괜히 서울해지려는 시집이다.

 

 

휘어진 길 저쪽

 

세월도 이사를 하는가보다

어쩔 수 없이 떠나야 할 시간과 공간을 챙겨

기쁨과 슬픔, 떠나기 싫은 사랑마저도 챙겨

거대한 바퀴를 끌고

어디론가 세월도 이사를 하는가보다

 

(중략)

 

어디로 갔을까 그 세월의 바퀴는

장독대와 툇마루와 굴뚝을 싣고

아버지의 문패와 배호가 살던 흑백텔리비전을 싣고

초저녁별 지나 달의 뒤편 저 너머

어디쯤 살림을 풀어놓은 것일까

 

(중략)

 

내 마음속 깊은 골목 맨 끝 집

등불 속에 살고 있는 것들

오, 어느새 그 속으로 이사와

아프고 아름답게 반짝이며 자라고 있는

세월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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