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Book] [합본] 평탄했으면 좋겠어 (전2권/완결)
권화록 / 누보로망 / 2017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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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부터 눈길을 잡아끄는 여주인공 때문에 참 특이한 캐릭터를 만났다고 생각했다. 남자주인공인 신지헌의 말처럼, 이렇게 산만한(?) 여주인공을 만난 건 아마도 처음인 것 같다.

 

지난 연애의 찌질함에 현재 솔로인 인영은 친구 재형의 결혼식에서 눈에 들어오는 남자를 놓치지 않겠다고, 다른 친구들보다 선점할 것이니 다들 먼저 덤비지 말라고 엄포를 놓는다. 눈에 불을 켜고 이 예식장의 모든 남자를 살펴볼 것이라는 다짐이라도 하는 듯했다. 그러다 보고야 말았다. 재형의 남편에게 인사하는 하객, 신지헌을. 친구의 결혼식도 눈에 들어오지 않는다. 오직 그의 동선에 인영의 시선이 따라갈 뿐이다. 그러다 잠깐 친구의 결혼식에 한눈(?)판 사이에 그는 사라진다. 오늘 결혼한 친구를 닦달해서 쟁취한 신지헌의 전화번호를 받고도 한참 망설이다가 연락을 했는데, 잘못 받은 전화번호였다. 친구를 죽이네 살리네 욕이 나올 것 같지만 참고 진짜 신지헌의 전화번호를 다시 받는다. 그런데 이상하다. 그렇게 어렵게 받아낸 전화번호를 앞에 두고도 연락하지 못한다. 포기하고 싶지는 않지만 먼저 연락을 하는 데 망설인다. 왜? 먼저 들이대는 여자를 상대가 싫어하지 않을까 하는 염려증 때문에.

 

첫눈에 반한다는 걸 믿지 않았던 여자가 결국 그 첫눈에 반함을 인정하는 순간을 처음부터 드러냈는데, 앞에서도 말했지만 여주인공 인영의 캐릭터가 참 신선하다. 하고 싶은 말 다하는 솔직함에 컬크러시 생각해도 좋겠지만 그것과는 조금 다른 분위기다. 지헌의 표현 그대로 산만한 성격이라고 밖에는 안 보였는데, 그게 지헌에게는 오히려 장점으로 다가온 듯하다. 솔직한 성격, 내숭 없이 그대로 내보이는 게 인영의 장점이자 매력이라고. 오히려 곰 같은 남자 지헌이 인영과 대조적으로 보이는데, 그게 닮지 않은 두 사람을 서로에게 끌어당기는 역할을 하지 않았을까 싶기도 하다. 인영의 많은 부분을 지헌이 받아주고 이해해주는 걸 보면 잘 어우러지는 조합이 아닐까 싶기도 하고.

 

그렇게 두 사람이 연애를 시작하고 2년이 흐른 상태에서 ‘결혼’이 화두가 된다. 이 정도 연애했으니 결혼하자는 지헌과 결혼 생각이 없으니 연애만 하면 안 되겠느냐는 인영. 달달하게 해왔던 연애가 한순간 깨지는 소리가 들리는 듯한데, 마냥 헌신적일 것 같은 지헌의 노력으로 둘은 결혼을 결심한다. 이제 현실 속 결혼으로 뛰어들어야 하는데, 아... 이 순간 소설은 엄마가 즐겨보는 막장드라마로 전환한다. 지헌의 엄마는 전형적인 시어머니 캐릭터로 등장하는데, 그나마 소설이 중심을 잡는 건 지헌의 노력과 인영 부모님의 털털하고 시원한 성격 때문이다. 뭔가 홀리듯 상황을 이끌고 가는 인영의 부모님은 약간은 코믹 캐릭터에 순수하고 재미있는 사람들이고, 지헌은 약속했던 것처럼 인영을 위해 노력하는 남자이자 남편이 되려고 하고. 그런데 좀 이해 불가한 것은 지헌의 엄마만큼이나 인영의 이기적인 태도였다. 서로 합의점을 찾지 못하고 있을 때, 무조건 ‘나에게만 맞춰!’ 하는 것보다 같이 노력하는 태도를 보여야 하지 않나? 인영은 전자였다. 자기가 생각하기도 싫고 감당하기도 싫은 것들로 지헌에게 일방적인 을의 자세를 바랐던 것 같다. 뭐, 나중에는 인영도 변하고 두루두루 맞춰가는 길로 발길을 향하지만, 현실에서 이런 여자를 만나는 건 참을 인자 백만 스물두 개를 그리면서 인내심을 길러야 할 판이다.

 

그렇게 혼란스럽고 뒤죽박죽인 시간을 흘러 맞이한 행복의 순간, ‘평탄했으면 좋겠어.’라고 읊조리던 말처럼 두 사람, 두 가족이 잘 어우러져 살아가길 바라게 된다. 처음 인영이 지헌을 발견한 순간, 지헌에게서 봤던 후광이 눈앞에 그대로 비추는 듯해서 웃음이 나는 소설이다. 그 남자를 잊지 못해서, 그 남자에게 연락하지 못해서 생긴, 서른살 여자의 상사병이라니... ㅋㅋ

 

그나저나 아무리 생각해도 인영이 캐릭터 참 특이할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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