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심히 하지 않습니다]를 읽고 리뷰 작성 후 본 페이퍼에 먼 댓글(트랙백)을 보내주세요.
열심히 하지 않습니다 - 격하게 솔직한 사노 요코의 근심 소멸 에세이
사노 요코 지음, 서혜영 옮김 / 을유문화사 / 2016년 3월
평점 :
구판절판


사노 요코의 글을 많이 읽지 않았다. 온전히 한 권을 완독하지도 않았다. 이런저런 책들을 조금씩 들춰보면서 만난 게 전부다. 내가 접한 저자의 전작들을 보면, 조금 연륜 있고 조금 더 느긋한 느낌이 많았다. 할 말 다하지만 밉지 않은, 가볍게 말하는 듯하지만, 무게가 있는, 그렇게 세월의 흔적이 많이 쌓인 사람이기에 가능한 분위기를 만들곤 했다. 『열심히 하지 않습니다』는 사노 요코가 40대에 쓴 수필집이라고 한다. 그 말을 들어서 그런지, 좀 더 나이 있는 이야기라기보다는 이상하게 조금 더 발랄하게 들리는 말이 많았다. 그렇다고 해서 저자의 전작들과 큰 차이가 있는 건 아니다. 그저 순간순간 느껴지는 어떤 것들이 저자의 젊음(?)을 더 느끼게 한다는 것이다.

 

솔직한 게 저자의 매력이다. 하고 싶은 말을 하는데 주저하지 않는 듯하다. 때론 그런 게 모든 병의 약이 될 수도 있다는 것을 알아서인지, 나는 저자가 쏟아내는 말들에 대리만족을 느끼기도 했다. 어느 순간 꽉 막혀버려 답답함이 가득 채운 내 안을 툭 터트리게 해준다고 해야 할까. 때로는 까칠하고 때로는 푸근하기도 한 저자의 말에 시원해지고 즐거워진다. 마음의 여유로움이 찾아올 때가 많다. 자기의 어린 시절을 이야기하며 추억에 잠기게 하고, 숨기고 싶은 부끄러운 일들을 아무렇지도 않게 털어놓으며 웃게 한다. 이런 창피함 따위 뭐 별거냐 싶게 툭툭 털어내게 하는 마법을 부린다. 어떤 부분에서는 너무 자유로운 저자의 마인드가 부러워서 배우고 싶어질 정도였다. 인간적인 면모가 저자를 참 따뜻한 사람으로 만들고, 가볍고 편하게 말하는 것 같지만, 그 안에 저자만의 삶의 깊이와 사색이 가득하기도 하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조금 오버해서 말하자면, 가끔은 찾아가서 상담받고 싶은 때도 있다. 강하고 직설적인 호된 말로 회초리를 맞을 것 같지만, 오히려 그게 필요해서 그 앞에서 말문을 열고 싶은 생각이 들게 한다. 우리 살아가면서 필요한 게 참 많지만, 말과 마음으로 어루만져주는 어른의 통찰이 필요한 경우에 만나고 싶은 사람이 사노 요코다. 물론 내가 만난 건 저자의 글이 전부지만, 그 글로 저자의 진심과 솔직함이 느껴졌다면, 그거면 된 거 아닌가. 비싼 돈 내고 진료받는 전문의의 처방보다 저자의 한 문장이 직방의 효과를 거두는 처방전이 될 수도 있다는 것을 이제는 아는 나이니까.

 

저자의 말투가 익숙하다. 시크한 것 같은데 너무 건조하지도 않고, 무심한 듯한데 다정한 기운이 풍기는 느낌. 요즘 말로 츤데레 같은? ^^ 저자의 추억 속 이야기부터 일상, 소소한 경험들까지 솔직하게 꺼내면서 하는 많은 말이 전하고 싶었던 건, 너무 애쓰며 살지 않아도 즐거울 수 있고, 급하지 않게 여유로운 삶을 그릴 수 있다는 말 아니었을까. 그렇지. 인생 뭐 있어. 웃기도 하고 울기도 하면서 사는 게 인생이지. 오늘 울었다고 내일 울지 말란 법은 없잖아. 무지개처럼 다양한 색을 그리는 듯한 저자의 이야기가 그런 즐거움을 준다. 숨 막히게 달리듯 뭔가에 쫓기듯 살지 않아도 뭐, 괜찮아요, 같은 말.

 

그녀에게 속한(?) 많은 대상. 남자, 가족, 친구, 소설과 영화, 여행 같은... 보면서 흥분하고 열이 나는 감정 이입도 재밌고, 소소하게 들리는 가족 이야기는 괜히 뭔가 더 그립게 하고, 인생 잘 살게 도와주는 친구의 존재는 듬직하다. 누군가는 한 마디 할지 모를 그녀가 사는 방식이 즐거워 보인다. 그녀가 들려주는 평범하게 살면서 즐겁게 나이 들어가는 모습을 살짝 닮고 싶기도 하다. (내 성격상 그녀와 닮을 수 없는 부분이 분명 존재하므로 살짝만... ^^) 중요하다고 생각했지만, 별거 아닌 일, 사람과 사람 사이의 공기가 가져야 할 무게와 신뢰 같은 게 어떤 인생을 만드는지 적나라하게 보여주는 그녀만의 삶의 방식이 재밌다. 어떤 한마디 말보다 그저 평범하게 들려오는 이런 이야기에서, 울고 웃으며, 진지하고 심각해지지만 부담 없이, 용기를 얻는다. 산다는 건, 어떻게든 살아지는 거 아닐까 하는 무한 긍정의 결론을 얻게 하는 그녀만의 메시지가 듣기 좋다.

 

 

* 알라딘 공식 신간평가단의 투표를 통해 선정된 우수 도서를 출판사로부터 제공 받아 읽고 쓴 리뷰입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2)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