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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심장을 향해 쏴라
마이클 길모어 지음, 이빈 옮김 / 박하 / 2016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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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들어 자주 생각하는 게 있다. '모든 일에는 전조가 있다'는 말이다. 어떤 일이 일어났을 때 '갑자기' 일어나는 경우는 거의 없다고 생각하게 한다. 몸이 아픈 것도, 어떤 문제가 일어나는 것도. 대개 전조를 보이지만 그 전조를 발견하지 못하거나 무시한다. 그럴 리가 없어, 아직은 아닐 거야, 하는 마음의 안심이 그 위험을 감지하는 걸 막는다. 나에게도 그렇게 전조를 무시하다 일어난 일들이 몇 가지 있지만, 여기서 그 얘기는 안 해도 될 것 같다. 그게 중요한 건 아니니까. 마이클 길모어가 전하는, 사형수 가족의 이야기는 그 전조와 비슷하면서도 다르다. 그의 형 게리가 살인자가 된 건 이미 예견되어 있던 게 아닐까 싶은 위험스러운 생각이 들면서도, 그 전조가 마이클에게 적용되지 않아서 다행이라고 생각하고 싶기도 하다.

 

길모어 집안에서 폭력과 학대가 시작된 이야기를 편하게 들을 수 없었다. 한 살인자의 가족으로, 동생으로 살면서 그가 파헤쳐간 그의 가족의 역사는 평범하지 않았다. 오랜 시간 지속한 길모어 집안의 폭력과 학대의 역사는 게리가 그런 괴물이 된 이유를 비춘다. 잠깐의 기간이 아닌, 그의 부모와 조부모, 증조 부모까지 그 뿌리를 두고 있다. 아버지는 가족에게 지속해서 폭력을 행사하는 사람이었고, 어머니는 자비와 용서를 모르는 모르몬 교도 부모 밑에서 자랐다. 저자가 그 시간에 아버지와 함께하지 않았던 게 행운이었을까. 혹시 저자가 아버지의 그늘에서 계속 자랐다면 또 한 명의 범죄자가 되지는 않았을까? 적나라하게 파헤치는 저자의 길모어 가족 역사는 끔찍했다. 게리가 괴물이 되었던 배경에 일조하지 않았을까 싶다. 물론 한 가정의 이런 모습이 그 안에서 자란 아이를 모두 범죄자로 만들지는 않을 것이다. 하지만 이런 부모, 환경이 아이의 성장에 악영향을 미치는 건 어느 정도 맞는 말 같다. 비단 저자가 들려주는 길모어 가정의 이야기뿐만 아니라, 내가 직접 보고 들은 주변 사람들의 모습에서도 발견할 수 있어서다.

 

사형제도가 거의 사라지던 때 부활한 사형제도의 첫 번째 사형수가 된 게리 길모어. 이미 게리의 이야기가 한번 나왔음에도 저자는 형의 이야기를 쓸 수밖에 없었다. 어떤 근원을 찾아내어 정리하고 싶었던 걸까? 아니면, 이 모든 저주 같은 흐름을 끊어내고 싶은 걸까? 저자의 형들은 변해간다. 그들 중 게리의 살인은 그들이 변해가는 과정에서 드러낸 위험의 경고처럼 보였다. 사형대에 오름을 선택한 게리의 마음이 무엇을 말하고 싶었는지도 궁금했지만, 결국 저자가 하고 싶은 이야기는 모든 것을 드러내고 싶었던 듯하다. 이렇게 한 번 다 쏟아내고, 자기가 속한 가족의 역사를 풀어내고 나면 게리의 잘못도, 자기 가족의 어둠도 조금은 걷히지 않을까 싶은... 물론 어디까지나 나의 생각이다. 저자가 이 책으로 건넨 이야기가 어떤 의미를 가졌을지는 저자 자신만이 알 테니까. 다만, 이 이야기로 우리가 듣고 느끼게 되는 게 있다는 건 부정할 수 없다. 어떤 범죄자의 탄생 이면에 상당히 다양한 배경이 있을 수 있지만, 그 가족, 그 부모의 영향으로 기인하는 경우, 남겨진 자리에서 나는 무엇을 할 수 있는지 고민하는 일. 거기에 저자 자신의 인생에서 실패했다고 여기는 부분의 답을 찾는 일까지. 아프지만 꼭 한 번은 확인하고 싶은 일이었는지도 모른다.

 

한 마디로 표현할 수 없는 책이다. 동시에 여러 가지 말로 대신하고 싶은 책이기도 하다. 죽음이 끝일 것 같았는데 그것도 아니었고, 이쯤에서 끝이었을 것 같은 이야기는 또 다른 이야기를 물고 늘어졌다. 읽는 중간 중간, 나의 어떤 이야기도 꺼낼 수 있을 것 같았는데 선뜻 말문이 트이지 않아 답답한 마음으로 읽기도 했다. 누군가의 고통스러운 이야기를 듣는다는 건 역시 쉬운 일이 아닌가 보다. 적나라한 그들의 가족사가 분명 어떤 답을 줄 것 같았는데 그렇지도 않았다. 분노가 일기도 했다가, 시무룩 절망하기도 하면서 기분이 널을 뛰고 있었다. 결국, 끊어낼 수 없는 고리로 연결된 게 우리 운명인 건지, 가족이라는 굴레에서 시작된 운명을 거둬낼 수 없다는 건지... 저자의 글은 끝났는데, 나는 이제부터 이 글이 시작하는 것만 같다.

 

 

 

* 알라딘 공식 신간평가단의 투표를 통해 선정된 우수 도서를 출판사로부터 제공 받아 읽고 쓴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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