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륜 스님의 행복 - 행복해지고 싶지만 길을 몰라 헤매는 당신에게
법륜 지음, 최승미 그림 / 나무의마음 / 2016년 1월
평점 :
절판


이 책을 읽는 내내, '나에게는 왜 그렇게 어려웠을까?' 하는 생각을 계속했다. 타인과 연결된 관계의 어려움이나 앞날의 걱정이 주는 공포, 내가 겪는 가족과의 갈등, 세상일의 많은 것이 누구에게나 어려웠을 거다. 그 모든 일 역시 내려놓음으로 달라질 것을 안다. 그 '내려놓음'의 다양한 의미와 형태도 잘 알겠는데, 한 번도 쉽지 않았다. 말로는 가능한데 마음이 따라가지 못하는 건 스님의 말씀처럼 욕심 때문인지도 모른다. 내가 바라는 것만큼 채워지지 않아서 더 무거워진다는 결론을 얻게 하는 책이다. 정말 가능할까? 매번 의심의 눈초리로 이런 글을 대하면서도 한 번 더 확인하고 싶었다. 불가능하다는 대답을 듣고 싶지 않다는 바람으로.

 

3주마다 아버지를 모시고 병원에 간다. 한번 가면 5~6시간을 검사와 진료로, 치료받고 기다리는 시간이 이어진다. 갈 때마다 지친다. 병원 가기 며칠 전부터 스트레스가 극에 달한다. 그게 뭐 어려운 일이라고, 부모한테 그걸 못하나, 라고 말하는 사람이 있겠지. 그 부모와 어떤 관계이냐 하는 게 문제다. 우리집의 가장은 엄마였고, 부모도 엄마였다. 우리 형제들은 한 번도 가장이고 부모였던 적이 없던, 존재 이유를 몰랐던 아버지에게 분노하며 자랐다. 이제 와 몸이 병들어 힘들어지니 가족들에게 뒤처리를 던져놓고 아버지 대우받으려 한다. 항상 화가 났다. 특히 남겨진 가족인 엄마와 나는, 오래된 집의 한겨울 웃풍에도 방문을 열어놓고 잠을 자야 할 정도의 열을 품고 산다. 그런 화를 끌어안고 매번 아버지를 병원에 모시고 가는 건 나다. 갈 때마다 생각한다. 왜 내가 해야 하지? 죽을 것처럼 하기 싫은데, 미칠 것 같은데... 웃긴 건, 이렇게 하는 것 말고는 이 상황의 답이 없다는 거다. 아무리 화가 나고 욕이 나와도 변하지 않는다는 것. 그러니 계속 이렇게 가는 수밖에 없다고 생각했다. 내 안의 화를 끌어안고 이 모든 게 끝날 때까지.

 

아버지와 나는, 병원 대기실에서도 누가 보면 일행인지 모를 정도로 떨어져 앉는다. 유독 대기 시간이 길었던 어제, 멀찍이 떨어져 앉은 아버지를 보니 꾸벅꾸벅 졸고 계시더라. 갑자기 왜 그랬는지 모르겠다. 아버지의 그 모습을 한참 바라보는데 기분이 이상해졌다. 시한부로 죽어가는 몸, 제대로 걸을 수 없어 지팡이에 의지하고, 부실한 치아로 죽을 넘기고, 의사가 하라는 대로 하지 않으면서도 죽음을 두려워하는 모습을 보고 있자니 내 가슴이 싸해졌다. 싸움도 복수도 되지 않을 상대를 앞에 놓고 지금 내가 무얼 하는 건가 싶었다. 순간, 미움과 분노로 가득 채운 지금 내 마음이 너무 불행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제대로 한번 웃어보지도 못하고 좋은 시간 흘려보내고 있다는 두려움까지. 변하지 않을 아버지의 모습과 이 상황에 나의 불행과 화가 겹쳐 보였다. 이대로라면 나는 아버지가 돌아가실 때까지 한순간도 행복해지지 않겠지. 내 안의 화가 사라질 날이 없겠지. 아니, 아버지가 돌아가셨다고 해도 이 화가 수그러들지 장담할 수 없을 듯하다. 그때는 또 그때의 분노와 후회가 나를 갉아먹을 것만 같다. 결국, 행복을 위해서 과거도 미래도 아닌 지금 이 순간의 마음을 바꿀 일만 남았다는 건가?

 

결국 모든 상처는 그 기억을 붙들고 있는 나의 마음속에 있습니다. 우리가 괴로운 것은 누가 상처를 줘서가 아니에요. 상처받을 일이 아닌데 상처받고, 그 상처를 내면에 품고 있다가 때때로 꺼내보면서 괴로워하기 때문입니다. (85페이지)

 

그때 자꾸만 생각나는 말. 작년에 만났던 신경과 선생님도 그랬고, 지난달에 만난 친구도 그랬다. 조금만 내려놓으라고. '내려놓으면 같은 문제가 재발하지 않지만, 현실회피는 재발한다'며 이제는 스님까지 내려놓으라고 한다. 틀린 말은 아니지만 쉽지도 않기에 반복해서 듣는 말이다. 그 내려놓음이 누구에게나 같은 모양으로 적용되는 건 아닐지도 모른다. 그래서 어렵다는 것일 테고. 어제 하루 내가 아버지를 지켜보면서 했던 생각을 떠올려보니, 조금은 알 것 같다. 풀리지 않은 상태로 계속 기다리기에는 내 인생이 너무 안쓰러워진다는 것을. 내가 내려놓은 것들로 내 위안을 찾아야 한다는 것을. 한 번에 이루어지지 않을 거다. 쉽지 않을 것도 안다. 그동안 많이 겪어봤으니까. 다만, 그 과정의 어려움이 조금씩 옅어지기를 바라면서 믿고 싶은 거다. 불가능이 아닌 가능이라는 말로 나를 채우고 싶어져서다. 가까이서 악다구니 써가며 싸울 때는 안 보이던 것이, 지금처럼 한 발 떨어져서 보니 다르게 보일 때가 있다. 이렇게라도 하나씩 배워가며 조금씩 내 안의 불행을 걷어내는 일. 그게 지금 내가 해야 할 일이다. 걷어낸 불행의 자리에, 행복이 조금씩 채워지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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