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 반장 똥 반장 연애 반장 초승달문고 28
송언 지음, 윤정주 그림 / 문학동네 / 2012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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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가 다니던 학교는 시골의 한 초등학교였는데요. 저는 개구쟁이 남학생과 학교 운동장으로 통하는 계단에서 장난을 하고 있었습니다. 막 뛰어 내려가고 있는데 뒤에서 비명이 들렸습니다. 같이 장난하던 남학생이 급하게 저를 쫓아오느라 계단에서 구른 게지요. 어린 마음에 얼마나 놀랐던지. 아마도 초등학교 3~4학년 때쯤이 아닌가 하는 기억이 있습니다. 다음날 그 남학생은 당연한 것처럼 팔에 커다란 깁스를 하고 나타났어요. 나 때문에 그런 건가 싶어 겁이 나서 가슴이 막 뛰는데 그 친구는 아주 어른스럽게 아니라고, 괜찮다고 말해주어서 안심했던 기억이 납니다.

 

언제나 그렇듯 오래 전 시간의 기억을 들추어내는 것은 추억이란 이름으로 우리를 미소 짓게 합니다. 우리가 그렇게 지내왔던 한 순간의 웃음과 추억들을, 지금을 살아가고 있는 아이들에게 발견할 때 신기하면서 또한 기분 좋은 웃음을 만들어내지요. 그 주인공들은 우리의 아이들일 수도 있고, 공원을 지나다가 뛰어노는 모르는 아이들을 수도 있고요. 이 책 속의 아이들처럼 정말 개구쟁이를 볼 때일 수도 있습니다. ^^

 

 

2학년 3반의 친구들이 등장합니다. 이 책의 주인공인 황동민, 황동민의 마음을 뺏어간 예쁜 여자 친구 구예슬, 2학년 3반의 첫째가는 개구쟁이 오광명, 오광명의 단짝 말썽쟁이 임진수, 욕을 하다가 별명이 썩은 떡이 되어버린 썩은 떡, 그리고 나이가 백오십 살이라는 소문의 주인공 털보선생님, 그리고 다른 친구들이 있습니다.

 

 

사건은 2학년 3반의 반장선거에서부터 시작합니다. 황동민은 반장이 되고 싶어서 열심히 선거준비를 하는데요. 반장에 당선되면 피자 10판을 쏘겠다고 공약을 걸면서 아주 감동적인 연설을 준비합니다. 정말 반장이 안 되면 큰일 날 것만 같습니다. ^^

저 역시도 황동민의 연설에 반해버렸습니다. 이런 실내화 한 짝을 천장을 향해 던지면서 황동민은 이렇게 외칩니다.

 

 

“저 실내화 바닥이 닳아 없어지도록 열심히, 열심히 우리 반을 위해 뛰겠습니다. 여러분, 저 황동민을 반장으로 뽑아 주십시오!”

아, 이 얼마나 감동적인 연설입니까. 그 감동이 친구들에게도 전해졌는지 황동민은 반장에 선출이 되고 자신이 마음에 두었던 구예슬을 여자 반장으로 임명합니다. 그리고 황반장이라는 이름을 얻습니다.

 

 

그렇게 하루하루 학교생활을 이어가는가 싶었는데, 황 반장은 한 사건의 주인공이 됩니다. 학교에서 똥을 참지 못해 결국 옷에다가......... 슬프게도 오광명이 말했던 똥 반장이라는 별명을 하나 더 갖게 됩니다. 어우~ 냄새. 바지에다가 똥을.......

 

 

어찌어찌 똥 사건은 넘어가는가 싶었는데, 황 반장에게 또 하나의 별명을 만들어주는 사건이 등장합니다. 바로 황반장의 연애사건이지요. 황반장이 좋아하는 구예슬을 실수로 안아버린 일이 생기고, 구예슬을 좋아하던 황반장이 구예슬에게 특별한 감정을 표현하면서 황 반장은 연애반장이라는 달콤한 별명을 하나 더 갖게 됩니다. ^^

 

 

 

처음부터 끝까지 황반장의 모습에 눈을 뗄 수 없게 하는 이야기에 한참을 웃게 됩니다. 이 아이의 엉뚱함과 웃음 나는 에피소드로 채워진 학교생활, 그리고 친구들의 이야기가 삶의 한 일부분이어서 행복하다는 느낌도 들게 합니다. 이 개구쟁이를 혼내주어야 하는데, 기가 막히고 어이가 없어서 웃음부터 만들어내니 혼내주는 것이 조금은 참아지기도 합니다.

 

반장 선거 공약에 걸어놓은 피자 10판은 오늘날 우리 아이들의 학교에서 보던 모습들이었습니다. 선거 공약이라기보다는 선출 되고나서 기분 좋음에 한턱 쏘는 것처럼 보였으면 더 좋았을 것을 하는 아쉬움도 조금 있었습니다. 하지만 아이의 순수한 마음에서 나올 수 있는 먹을 것에 대한 생각이려니 하고 한번 웃어넘기게 됩니다. 특히나 저는 실내화를 교실 천장에 던져 보이던 제스처가 정말 탁월했다는 생각이 듭니다. 준비된 연설에서 보일 수 있는 행동일 거라 생각합니다. 아니면 황반장의 기가 막한 순발력일까요? ^^ 구예슬에 대한 마음을 커플 팔찌로 표현하는 모습에서는 콧방귀를 뀌어주고 싶었습니다만, 제가 황반장의 사랑을 방해할 수는 없지요. 그렇게라도 구예슬에 대한 마음을 표현하는 황 반장을 응원해주어야겠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

 

동화책을 보면서 이렇게 마음에 들어와 웃음과 추억을 한꺼번에 주는 캐릭터는 참 오랜만에 만나봅니다. 저자 후기를 보니, 저자이신 송언 선생님께서 직접 경험한 학교생활이 이 이야기를 더 생생하게 들려주고 있는 것만 같습니다. 그래서 그 감동과 재미가 더 활기차고 눈앞에 보이는 것처럼 들려왔었나 봅니다. 그 말썽쟁이 녀석들의 이야기가 동화로 이미 태어나기도 했던데요. 찾아서 읽어봐야겠다는 생각을 불끈~! 했습니다. 안 읽어보면 이 아이들의 이야기가 궁금해서 미칠 것만 같거든요. ^^

 

그 나이여서 볼 수 있는 모습들이 있습니다. 이 책 속에서 만난 황반장이나 황반장의 친구들의 이야기가 그렇습니다. 그 나이의 아이들이기에 보여줄 수 있는 행복한 모습이지요. 시간이 지나고 이렇게 어른이 되어봐야만 알 수 있고 느낄 수 있는 모습들과 감정들이라는 생각을 많이 갖게 합니다. 정말 기뻤습니다. 이 아이들이 들려주는 재미를 같이 경험하게 해주어서 좋았고, 오래전 기억을 떠올리며 누군가의 안부가 궁금해지기도 해서 반가웠습니다. 그 시간 속의 그 친구들, 선생님들, 지금 어디서 어떤 모습으로 살아가고 있을까요……. 그리워지는 한때의 시간을 떠올리게 해주는 책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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