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고 있는 사람에게 어떤 말을 해주어야 할지 몰라, 그런 경우 자주 당황한다. 위로가 서툰 내가 어려워하는 부분이다. 어느 소설이나 영화의 한 장면처럼, 울지 말라고, 네가 울면 어떻게 해야 할지를 모르겠다고 말하는 모습을 보이면 손발이 오그라들 것 같다는 독자(관객)들에게, 그 순간 꼭 손발이 오그라들지만은 않는다고 말해주고 싶다. 손발이 아니라 심장이 오그라들 수도 있다고...

 

뭐라고 말해야 할지 몰라서 막막한 그 마음을 알 것 같기도 하고, 분명하게 표현하지 못하는 감정의 애매함 같은 게 있다. 어설픈 위로는 아무 도움이 안 될 것 같고, 다 안다고 ‘척’하기에는 거짓말이니까 싫고, 부정적인 답이 나왔는데 무한긍정으로 잘 될 거라고 헛된 희망을 주고 싶지도 않다. 그런데 사람인지라, 그 마음이 어느 하나로 정확하게 꽂히지 않음을 알고 있으니, 어려운 거다. 어깨를 다독이며 뭔가 기운을 실어주고 싶은데 너무 막연해서 할 말이 없고, 어느 순간부터 말을 아끼고 닫아버리는 습관이 쓸데없는 토닥임마저 멈추게 하는 순간들...

 

‘그렇더라.’는 한 마디에 기어코 눈물을 흘리는 사람 앞에서 조용히 듣고만 있었다. 내가 그렇게 말하는 순간 눈물이 나고야 말았다는데, 무슨 말을 더 해야 할지 몰라 침묵했다. 괜한 말을 꺼내서 미안해지려고 한다고, 눈물도 아까우니 울지 말라고 말하면서, 지금 너에게 할 말이 없어서 침묵하고 있는 나를 이해해 달라고 했다. 괜찮다고, 지금은 그게 어울린다고 말하면서 오히려 나를 다독이는 너에게, 그때, 차마 입 밖으로 나오지 못한 머릿속 말들을 전해야겠다고 생각하면서 이메일 주소록을 뒤졌다. 남아 있다. 아직. 몇 년 전에 저장해둔, 그 짧은 주소 하나가 그렇게 반가울 수가...

 

힘든데, 힘들다고 말할 자격이 없는 것 같다면서 표정으로 많은 말을 하는 사람에게, 나는 지금 이 순간의 말보다 아무 말 없이 지켜보는 쪽을 택했다. 그때 그 순간 내가 할 수 있는 최선의 방법인 것 같아서. 그 밝음에 항상 내가 웃곤 했는데, 아닐 것 같은 사람이 어느 순간 전해져온 쓸쓸함이 몇 배로 몸을 불리고 있다. 왜 이런 것은 쓸데없이, 쉽게도 덩치를 부풀리는지 모르겠다. 허락도 없이 자기 맘대로... 아무리 바빠도 허무해지고 멍 때리는 시간은 생기더라는 내 말에 피식 웃더니 울음을 멈춘다. 그러게 말이야. 그러더라고. 정신이 없었는데 이런 순간이 참 잘도 찾아오더라고, 라면서...

 

복잡한 일이 좀 정리되면 만나러 갈 테니, 맛있는 걸 사달라고 했다. 내가 뭔가를 사달라고 하는 말, 특히 그게 음식이라면 더더욱 어렵게 꺼낸 말이라는 것을 아는 이에게 소리 내어 말하는 순간, 상대는 내 말이 진심이라는 걸 안다. 겨우, 뭔가를 같이 먹자는 말 한 마디에 진심을 확인하게 된다는 게 우습지만, 그런 사람인 걸 어쩌나. 정말로 찾아가 맛있는 것을 같이 먹자고 해야겠다는 다짐을 했다. 올해가 가기 전에 꼭. 귀찮아서, 게을러서, 마음이 어지러워서 주저하던 발걸음을 기어코 움직여야겠다는 생각을, 오랜만에 해본다. 가야지. 가서 얼굴 보고. 몸에 해롭지만 혀끝에서 행복을 주는 맛이더라도. 나잇살까지 보태진다며 겁내하던 것들을. 위장 속에 잔뜩 집어넣어봐야지. 그게 이 순간 우리가 공유할 수 있는 최고의 위로라면...

 

 

 

 

 

 

 

 

 

 

 


댓글(0) 먼댓글(0) 좋아요(6)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