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cm 선인장
밀밭 지음 / 봄출판사(봄미디어) / 2015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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꽃집 'Song'의 친절한 사장님 송지우양과 19금 웹툰의 최강자 까칠한 권도진의 알콩달콩한 사랑 성공기.

 

어느 날 갑자기 나타나 꽃집의 화초들을 쓸어가는 남자가 수상하다. 말도 없고 계속 화분을 사 가는 의미도 모르겠고, 하지만 손님이니 친절하게 대하며 응대하긴 하는데... 지우가 보기에 이 남자 권도진은 수상하다. 그것도 엄청나게~ 수상하다. 자기 손을 떠나 수상한 이 남자에게 팔려간 아이들은 무사히 잘 자라고 있을까? 성실하게 화분을 관리할 것 같진 않은데 대놓고 물어볼 수도 없고, 외모는 출중하나 표정은 말도 걸지 말라는 듯하니 어쩔 수 없었다. 침묵할 수밖에. 그런데 이 남자가 갑자기 A/S를 요구한다. 그동안 사들인 화분 80개의 생명이 위태롭단다. 도대체 어떻게 보살폈기에 그렇단 말인가?! 뻔뻔하게도 제품 불량 운운하며 사후관리를 언급하는 이 남자가 영 밥맛이지만, 무엇보다 아이들의 생명이 우선이었던 지우는 별다른 생각 없이 도진의 집에 방문한다. 거기서 본 아이들의 자태는, 헉... 말로 표현할 수 없을 정도로 비참했다. 이 아이들을 살려야 한다는 사명을 갖고 주기적으로 도전의 집을 찾아가는 지우가 도진의 홈그라운드에서 무사히 탈출(?)할 수 있을는지...

 

남주인공 권도진을 떠올리면서 방 한 칸에 칩거하듯 들어앉아 그림을 그리고 있는 남자를 상상했다. 뭔가에 몰입하면 며칠을 굶어도 배고픈 줄도 모를 집중력을 발휘하는 사람. 물론 그가 그리는 웹툰은 연재해야 하니 마감도 지켜야겠기에 먹는 일보다 시간을 지키는 일이 더 중요할지도 모른다. 그래서인지 내 눈엔 뭔가에 빠져든 것처럼 집중하는 그 뒷모습이 먼저 보인다. 일이니까 당연히 해야 하면서도 '내가 좋아하는 일'을 하는 사람의 몰입을 보고 있는 듯하다. 스토리를 짜고 미친 듯이 그림을 그리고 있는 사람의 열정 같은 거라고 해야 할까. 그런 그에게 꼬리표처럼 따라다니는 악플이 무슨 힘을 발휘할까 싶었는데, 그도 사람인지라 남들이 만들어내는 의미 없는 말들에 상처받고 있었다. 그때 짠~하고 나타난, 꿀 탄 흰 우유 한 잔. 담백하고 달콤한 맛이 주는 위로에 푹 빠져 그녀를 잡아먹기로 한다. ㅎㅎ

 

소설 속 주인공은 두 명인데, 이상하게도 여주인공 송지우보다 남주인공 권도진에게 시선이 쏠린다. 소개글을 보고, 외모부터 출중한 남자가 19금 웹툰의 작가라는 게 어떻게 비칠까 염려했는데 큰 거부감 없이 와 닿는다. 그냥 그림이 좋아서 그렸고, 그쪽 방면에 뛰어난 재능이 보여 업으로 삼은 것뿐이다. 그런데 왜 세상은, 사람들은 좋아하는 것을 그냥 하게 내버려두지 않는 건지... 온라인 한 번만 열면 쉽게 주문하고 배송되고, 많은 정보가 넘쳐나고, 내가 관심 두는 것들을 금방 찾아볼 수가 있다. 이런 세상이 올까 싶었는데 정말 오고야 말았다. 인간의 편리한 생활을 도모하는 것이 부정적인 역할을 하게 될 때 발생하는 위험을 미처 몰랐을 뿐. 그 위험을 장난삼아, 아무렇지도 않게 즐기는(?) 몇몇 사람들은 자신들이 얼마나 큰 상처를 주고 있는지 알까? 한번 툭 던져놓고, 아님 말고 하는 식. 난 반댈세~

 

아, 맞다. 이 책을 로설이지. 아름다운 사랑이야기를 해야 하는데, 내 생각이 자꾸만 삼천포로 빠지려고 한다. 분량과 내용 면에서 즐겁게 읽을 수 있게 해주고 있는데 말이다. 로맨스소설로의 역할과 재미, 우리 일상에서 벌어질 수 있는 일에 대한 경각심까지 충분히 주고 있다. 또 한 번 중편의 매력에 빠지게 되었는데, 즐길 수 있는 소설로 딱 알맞다. 두 사람이 만나게 되는 순간과 타이밍의 개연성도 괜찮고, 심각하고 진중한 에피소드에 공감하게 되고, 적당하게 유머러스한 것까지 재밌게 읽을 수 있게 한다. 특히 권도진의 말발. 소설에서나 현실에서나 말발 좋은 남자는 당할 수가 없다. 비록 그가 나쁜 남자라 할지라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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