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명 한 달 전 이맘때도 연휴라고 했던 것 같은데, 한 달을 사이에 두고 다시 연휴라고 하는 시간이 저물었다.

귀찮은 몸을 이끌고 가서 투표를 했고, 연휴라고 몰려든 조카들의 괴성에 귀가 얼얼 했고,

조금 웃었던 것도 같고, 많이 피곤하기도 했다.

 

일주일이 넘어가도록 뭘 읽지는 않았지만 읽고 싶은 마음은 아주 간절했던 순간.

그래도 몸이 피곤하니 잠을 좀 자두어야겠다고 마음 먹고 일요일의 늦잠을 즐기려고 했는데

때 맞춰 도서관 희망도서가 들어왔다는 알림 문자가 온다.

이곳 도서관은 이용자가 느끼기에 참 불편한 것이 많은데 그중 한 가지는 희망도서 신청 후의 과정이다.

희망도서를 신청하고 일정 기간이 지나면 이런 문자가 온다.

"000님이 신청하신 희망도서가 오늘 오후 3시에 비치될 예정입니다."

요일은 대부분 금요일부터 토요일, 일요일에 입고된 경우가 많았고,

책을 찾아가라는 시간은 들쑥날쑥이다.

희망도서 신청자에게 우선 대출권을 줘야 맞는 건데, 여긴 참...

우선 대출권을 주긴 준다. 당일 몇 시간만.

비치될 예정이라는 그 시간 안에 찾아가지 않으면 신간자료 서가에 꽂아버린다.

당일에 문자를 보내고, 당일에 찾아갈 시간을 정해놓고, 그 시간에 가지 않으면 바로 우선권 박탈.

 

 

암튼, 오늘의 늦잠을 포기하고 확인한 문자를 보고 기억을 꺼내본다.

내가 무슨 책을 희망도서로 신청했더라?

도서관 홈페이지에 로그인 하고, 희망도서 신청 목록을 살펴본다.

아, 이 책이었구나. 출간 때 참 많이 읽고 싶어서 고민했던 책인데...

용윤선의 울기 좋은 방.

커피와 함께 하는 이야기라는데 내가 만나고 싶은 것은 커피가 아니라 그냥 이야기였다.

도서관 서가에서 서서 이 책을 아무 페이지나 펼쳐봤다.

10여 페이지 읽었을까.

아, 나는 이 책을 좋아할 것 같다, 는 생각을 했다.

담담한 듯하고, 담백한 것처럼 들리는 말투, 혹은 문장이 좋다.

내가 생각했던 것보다는 살짝 두꺼운 분량이었지만.

아무 페이지나 펼쳐서 그녀의 이야기를 몇 편 듣고 보니 좋아진다.

다 읽어봐야 더 많이 느낄 수 있겠지만, 그녀의 발걸음이 닿는 곳의 이야기가 차분하게 들려올 듯하다.

이미 만난 몇 줄의 문장에서 벌써, 그 차분함이 밀려오고 있다.

 

 

 

생각난 김에 궁금한 책 몇 권 더...

 

 

 

가을방학의 노래 몇곡을 들은 게 전부다.

그래서 정바비의 산문집이 출간되었다는 소식을 들었을 때는 낯설면서도 궁금했다.

전업작가가 아닌 사람이 쓰는 책에 대해 호감이 많은 편은 아니지만, 크게 반감도 없기에

그 책에 대해 하고 싶은 말은, 읽어본 다음에 해도 괜찮을 것 같다는 생각을 했었다.

평상시에 평범하게 말하는 듯 들리는 그 이야기가 한 권의 책으로 엮어졌을 때의 매력은

아무 페이지나 아무 때나 펼쳐 읽어도 좋다는 것.

나는 그런 책이 조금 더 편하다. 앞 뒤 구분없이 아무 페이지나 펼쳤을 때 읽어도 그들의 이야기가 눈에 들어오는...

흩어진 글을 한곳에 모아서 읽는 느낌이지 않을까 생각한다...

 

 

 

라디오를 틀어 놓고 흘러나오는 노래의 가사를 빠른 글씨로 적었던 적이 있다.

정말 아주 오래 전 얘기다. 지금보다 더 라디오를 즐겨 듣던 시절의 이야기...

나에게 이 책은 이승환을 좋아하고 이승철을 좋아한다던 교복 입은 여고생들이 생각나게 한다.

오태호라는 이름 때문이다. 노래만 듣던 시절에 가수의 이름만 알고 지내던 때,

이승환과 오태호라는 이름을 동시에 기억하게 했던 인물이다.

난 아직도 그의 얼굴을 모른다. 노래와 함께 그의 이름 석자만 기억한다.

그걸로도 충분했다. 이승환의 목소리를 통해 듣던 그가 만든 노래면 되었으니까.

이승환 외에도 그가 만든 노래를 부른 가수는 많다. 많은 곳이 히트곡이 되기도 했다. 그런데 이상하게도...

오태호의 노래는 이승환의 목소리여야 하는 이상한 공식이 내 머릿속에 남아 있다.

오랜만에 만난 그의 이름이 반갑다. 책으로 만나게 되는 그 만족이 어느 정도일지는 모르겠다. 아직 읽어보지는 않았으니...

소개글이나 미리보기를 통해서 본 이 책 속의 사진이 내 눈에 더 들어오는 건 노파심이길...

 

 

 

이 미친 그리움...

제목이 눈에 들어왔다.

유감스럽게도 나는 그의 시는 모르고 그의 이름만 알고 있었다. 림태주.

아직 시집은 한 권도 내지 않은 시인이라니... ^^

그런데도 그에게 팬클럽이 있단다. 그가 없이도 그의 팬클럽은 자가발전하고 있단다.

좀 아이러니하지만, 그 팬클럽의 유지가 이해될 것도 같다.

그렇게 모인 사람들의 공통점이 있을 테니까 말이다.

림태주라는 사람, 림태주의 글을 만난 사람들이 형성하는 공감대가 있을 테니까...

책 제목이나 내가 느끼는 이 책의 선입견은 서늘함이었는데, 이상하게 웃음이 난다... ^^

 

 

 

Jason Mraz - 정규 5집 Yes!

제이슨 므라즈의 음반이 나온단다.

한 달 후에 나오는 것을 벌써부터 예약판매 한다. 

예약판매 기간 동안에는 이 음반 한장도 무료배송해준단다.

별도로 구매해놓고 한달 동안 기다림의 즐거움을 느껴봐야겠다.

정말, 듣고 싶은 목소리...

 

 

 

 

 

 

도서관에서 책 두권을 들고 나오는데, 사서가 앉아있는 자리 뒤쪽에 세워진 우산 하나가 보인다.

일기예보에서 비가 내릴 거라고 하더니 누군가 준비성은 참 좋구나, 라고 생각했다.

그런데 이상하게 내 발걸음이 떨어지지 않는다. 저 우산, 어디선가 본 것만 같아...

조금 더 가까이 가보니 우산 손잡이에 메모가 붙여 있다.

아, 저거 내 우산이다.

거의 한달 전쯤에 도서관에 우산 놓고 왔던 게 생각나서 찾으러 가겠다고, 잠깐만 보관해 달라고 했었는데...

그 잠깐이 한달이 되었나보다. 그걸 까맣게 잊고 있다가 막상 보니까 생각난다.

뻘쭘한 얼굴로 사서 데스크로 되돌아가서 뒤에 있는 우산을 가리키며 찾으러(?) 왔다고 말했다.

알바 학생이 별 말 없이 건네주는 것을 들고 왔다.

 

 

일기예보에 비 소식이 있다.

당장 내일의 비소식이 아니어도 곧 장마가 시작될 테지.

반갑지 않은 비, 지겨운 장마...

그래도, 아무리 비가 싫어도 우산은 챙겨야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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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06-08 22:45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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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06-08 22:55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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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06-09 17:26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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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06-09 21:44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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