늦은 저녁을 먹었다.

이틀 만에 처음으로 채우는 끼니다. 그것마저도 배가 고파서가 아닌, 어지럼증이 와서 약이라 생각하고 목으로 넘겼다. 밥을 안 먹었다는 생각도 못했는데, 내가 밥을 안 먹었더라...

 

 

예정대로였다면,

어제 오전에는 미뤄두었던 책을 한권 펼쳐들었을 것이고, 어제 오후에는 엄마와 함께 큰 조카를 만나러 갔을 것이다. 예정대로였다면...

 

 

이상하게도 조금씩 비켜가는 일들이 자주 생긴다.

토요일 밤부터 심상치 않았던 엄마의 어지럼증과 구토로, 예정대로였던 일들이 예정에서 다 사라졌다. 요즘 며칠 계속 잠을 못 자던 것을, 일요일 아침에는 늦잠을 잤다. 눈을 떴더니 오전 9시가 거의 다 되어간다. 늦게 잤으니 늦게 일어날 수도 있는데 문제는 다른 데서 보인다. 일요일 오전 9시 정도면 교회에 가려고 현관 앞에 서계셔야 할 엄마가 이불 속에 누워있다. 몽롱했던 정신이 확 든다. 아, 울 엄마 아프구나. 권사님께서 일요일에 교회를 안 갈 정도면...

 

 

응급실에 갈까 물었더니 지난번보다 심각하지 않으니 조금 견뎌보겠다 하신다. 목으로 넘길 수 있는 게 아무 것도 없다. 누워 있어도 머리가 빙빙 돈다. 눈을 뜰 수도 없을 정도니까. 내가 지난번에 급체해서 도로에서 쓰러졌을 때 정도 되려나? 그 이상일 수도 있겠다. 아무 것도 못 넘기고 어지럼증도 가라앉지 않은 상태에서 시간만 보내게 된다. 아픈 사람은 누워 있고, 옆에 있는 사람은 뭘 해도 집중을 못 한다. 틈나는 대로 들여다보고 괜찮은지, 어떤지 물어보고, 휴일이니 외래 진료가 안 되니까 응급실로 직행할 수도 있어서 작은 가방을 꾸린다...

 

 

예정에 있었던 책 읽기는 <홍도>였다. 제3회 혼불문학상 수상작이다. 앞쪽 몇 페이지만 넘겨봤는데 기존의 수상작들과 분위기가 비슷하다. 수상할만한 이유가 있겠지만, 아직까지는 그 감동을 못 찾았다. 끝까지 다 읽어봐야 알 수 있으려나...

 

계속 읽어야 하는데 자꾸만 눈이 감긴다.

예정했던 일은 여전히 예정과 다르게 잠으로 비켜간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3)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