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언가, 때로는 현실을 회피하고 싶어 하는 행동 중의 하나가 그냥 눈을 감아버리는 것이었는데...
눈을 감아도 별로 달라질 것은 없었다.

황경신의 <눈을 감으면>을 서평도서로 받아두고 아직까지 제대로 펼쳐보지 못한 것도 현실회피의 하나였다. 읽고 싶어서 서평단 신청을 했고, 그 경쟁을 뚫고 당첨이 되었으나, 막상 현실은 책을 보지 못하는 상황이었고, 그렇게 잠깐 잊고 있다가 다시 내 눈앞에 나타난 이 책이 반가움 반, 부담 반이다. 다른 건 몰라도 제목은 편안했다. 눈을 감으면... 눈을 감으면 보이는 게 현실이었으면 좋겠다. 머릿속으로 그리는 거, 눈을 감고 그렇게 떠올리는 거, 다시 눈을 떠도 눈 감고 있던 그 순간의 연장선이면 좋겠다는 거... 참으로 동화 같은 바람이지만...



나가야 할 상황은 아니었다. 더 이상 도서관 연체자로 지적되기 싫어 반납하러 가는 길...
만 하루가 넘게 내리던 비가 잠시 그쳤나 싶어 집을 나섰는데 다시 또 비가 온다. 평소 같았으면 그냥 집으로 들어가서 있었을 텐데, 굳이 집으로 다시 들어가 우산을 챙겨 나오는 것은 정말이지 평소의 나답지 않다. 징그럽게 싫어하는 비, 우산 받기도 귀찮아 생사를 논하는 일이 아니면 나가지 않는 나였는데... 이상한 날이다.
그렇게 버스를 탔는데, 버스 기사님이 참 젊으시다. 20대 후반이나 많아야 30대 초반 정도? 정말이지 비가 우중충하게 내리는데, 버스 안에서 흘러나오는 노래는 김범수의 목소리다. 젠장... 이런 날, 김범수의 목소리를 들으면 안 된다.

그런데 이 버스 기사님, 가만히 보니 라디오가 아니라 자신의 휴대폰의 음악을 버스 안의 스피커와 연결해 놓고 노래를 틀어놓고 있었던 것이다. 젊은 사람이라 그런지 노래 틀어주는 방식도 다르다.
10분 정도 타고 가는 동안, 변덕스러운 내 마음은 이런 날 김범수의 노래를 들으면 안 된다고 하면서도 어느새 그 노래들에 푹 빠져있었다. 그러다가 버스 기사님에게 전화라도 걸려오면 노래가 끊겼다고 혼자 짜증을 내는 내 모습이 우스웠다. 듣지 말아야 할 노래를 듣고 빠져 있었다니...


도서관에 책을 반납하고 찾고 있던 책의 목록을 적은 메모지를 들고 서가를 돌고 있는데, 40대 중후반쯤 되어 보이는 아주머니 한 분이 말을 건다. "저기, 책 좀 골라줘요." 대뜸 이러신다. 제일 난감한 순간이다. 아는 사이라면, 서로의 취향을 알고 있으니 책을 소개해주지는 못해도 부담은 없는데, 초면에 이런 말을 들으면 어떤 책을 골라줘야 할지 몰라 당황스럽다. 어떤 책을 읽고 싶어하는지조차 모르기에 더더욱 그렇다.
차마 무시할 수는 없어 조심스럽게 묻는다. "어떤 책을 읽고 싶으신데요?"

그냥 잘 읽히는 책을 읽고 싶다고 하시기에, 로맨스소설을 골라드리면 되겠냐고 물었다. 좋다고 하시기에 골라드리려고 했는데... 아차, 실수했다. 나는 로맨스소설을 읽기는 하지만, 많이 안 읽어서, 내 취향대로 파묻혀 읽기 때문에 누구에게 권해줄만한 책을 모른다는 것을 잠깐 잊었다...
그래서 조심스럽게 사과했다. 읽은 게 별로 없어서 추천해드릴 만한 것을 알지 못 한다고...
그렇게까지 말했는데, 괜찮으니 아무거나 골라달라고 한 번 더 반복해서 말하는 상대방에게 마침 신착도서로 입고된 서가에 무슨 로맨스소설이 그리 많이 들어왔는지 쫘악~ 꽂혀 있기에 두권 골라드렸다.

사랑하는 사람이 생겼습니다... 가장 투명한 빨강...
왜 신착도서에 로맨스소설이 갑자기 많이 들어왔는지 모르겠으나, 내가 읽어본 것이 이 두권 밖에 없었기에 주저하지 않고 빼내어드렸다. (근데 이 책들이 신간도 아닌데 왜 이제서야 몰려오듯 들어왔는지 모르겠네... 쩝...)

<문플라워>까지 있었으면 이 책까지 살포시 얹어줄 것을...








오은의 시집을 구매하기 전에 맛보기로 보고 싶어서 도서관에서 펼쳐보고 있었다.
기존의 시집에서 만났던 느낌들과는 사뭇 다른, 통통 튀거나 하는 맛이 있었으나...
역시 나에게는 이게 더 맞는다. 훗날 훗 사람...
진한 파란 표지의 이 느낌, 이 제목, 이 시의 구절들이, 나에게는 더 다가온다.
며칠 동안 내리는 비는 싫지만, 이 분위기에서는 이사라의 시가 더 끌린다...





많은 얘기를 들어왔는데 결국은 문학동네에서 나오게 되었다.
시간차를 두고 거의 한달 후에나 3편까지 볼 수 있겠다 싶다...
대서사시 한편이 펼쳐질 것 같아서 예판을 망설였으나, 노트 때문에 고민 끝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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