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웨딩드레스
피에르 르메트르 지음, 임호경 옮김 / 다산책방 / 2012년 7월
평점 :
품절


나 자신도 모르는 살인의 현장을 내 눈으로 보고 있는 그때...
나는 무슨 생각을 할 수 있을 것일까. 나는 분명 눈을 감고 있었고, 누구의 손에 일어난 살인사건인지 모르는 상황에서, 오직 결과물로만 그 현장에 내 눈 앞에 있다. 현장에 있는 사람은 단 두 명이다. 살아있는 나와 죽어있는 여섯 살 아이의 시체 한 구. 아이의 목에 둘러 있는 것은 내 신발의 끈이다. 정말, 내가 죽인 것인가?

주인공인 소피가 처음 목격한 장면이다. 자신의 눈앞에 일어나있는 살인 사건의 장소에서 자신도 모르는 일들이 일어났나보다. 알 수 없다. 누가 좀 말이라도 해줬으면 좋겠다. 하지만 그 순간 가장 중요한 것은 누가 봐도 살인자가 되어 있는 자신의 입장이다. 사실 확인은 나중이다. 그 자리를 떠나야만 한다.

굉장히 긴박감 넘치는 장면들로 시작하고 있었던 이 책은 이야기가 흘러갈수록 그 긴장감이 고조된다. 계속 잠깐씩 기억을 잃어버리는 소피, 눈을 뜨면 언제나 살인사건의 현장에 시신과 자신만 덩그러니 남아있는 상황. 누가 봐도 이건 소피가 살인자가 된 상황이다. 그리고 소피는 수배자가 되고 계속 도망자가 되어 살아간다. 그러던 중, 자신의 마지막 선택으로 한 남자와의 결혼을 만들어간다. 오직 그녀가 살아갈 길은 그것밖에 없다는, 마지막 동아줄을 잡는 심정으로 결혼을 한다. 이제 우리가 지켜봐야 할 것은 소피가 택한 그 남자와의 결혼이 소피의 남은 인생을 걸만한 선택이었는지를 확인하는 것뿐이다.

이미 읽은 전작 『알렉스』로 그 진가를 확인하게 된 작가다. 한 여자의 사연과 그에 따른 복수심이 불러왔던 살인들은 법으로 처벌 받아야 마땅하지만 한 사람의 인생을 중심으로 보자면 이해 못할 것도 없다는 잔인한 말을 쏟아내게 만들기도 했다. 그래서 이번 작품 『그 남자의 웨딩드레스』 역시나 한 여자의 알 수 없는 인생 이야기가 들려올 거라 생각했다. 억울하다면 억울하고, 잔인하다면 잔인한 마무리가 이 이야기 속의 모든 인물들이 모두 가해자이며 피해자라는 생각을 갖게 했다. 이유도 모르고 반미치광이가 되고 살인자가 되어버린 소피, 오직 자신의 사랑을 잃어버린 그 한가지로 복수를 꿈꾸었던 한 남자, 그리고 알게 된 진실(그게 진실 맞아?)로 일어나는 또 하나의 죽음.

모든 것은 마치 그렇게 정해지기로 약속한 것처럼 너무나도 차분하게 차근차근 진행되어갔다. 죽음마저도 예고된 것처럼, 당연하게 받아들이게 되는 분위기가 만들어졌다고 느껴질 정도였다. 소피의 도피를 쫓아가고 있다 보면 어느 순간 그녀에게 이입되어 같이 전력질주를 하고 있는 기분이 들게 했다. 누구라도 그 순간에는 그렇게 달릴 수밖에 없음을 인정해야 하리라. 내가 살인자가 아니라 할지라도. 그런데 우습게도 그렇게 달리던 것을 한 순간에 멈추게 하는 일이 일어났을 때는, 허무함과 충격이 동시에 밀려온다.
“내가 지금껏 왜 그렇게 달린 거야?”

이제 상황은 역전이 된다.
도피가 아닌, 스스로 살아가기 위해 달리는 것이다. 앞으로 달리기 위해서 때로는 모험도 해야 한다. 숨기 위함이 아닌 그 무언가와 정면으로 맞서 싸우듯이 한차례 전쟁을 치르고 건너야 할 관문인 것이다. 다른 것은 필요 없다. 무조건 싸워야 한다. 그리고 이겨야만 한다. 오직 그 순간 다시 달릴 수 있게 되니까 말이다.

이 책이 추리소설이라고 할 수 있지만, 그 장르를 넘어서서 인간의 모습을 적나라하게 드러내고, 또 그 모습을 지켜보게 만들기에도 충분했다. 한 사람이 미쳐가는 과정, 그게 누군가의 손으로도 가능한 일이라는 것, 누군가의 슬픔이 만들어낸 복수, 알지 못했던 일로 피해자가 되는 사람, 거짓된 진실들로 또 하나의 상처받은 영혼이 만들어진다는 것도. 그 모든 것들이 정신적인 일들로 생겨나고 끝난다는 것을 그대로 보여주고 있었다. 섬뜩하면서도 언제 내가 만날지도 모를 일이라는 과장된 걱정까지 끌어안고 읽게 되는 이야기였다. 거기다가 인물들의 심리를 읽어가는 재미 또한 상당했던 것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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