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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조 지음 / 디앤씨미디어(주)(D&C미디어) / 2011년 10월
평점 :
품절
서정원과 민혜우.
스무 살에 만나 뜨겁게 사랑했고, 스물 한 살의 나이에 결혼을 했었고, 두 사람의 아이가 잠시 머물다가 가버렸고, 정원은 군대에 갔다 왔고. 그래도 괜찮아 보였던 두 사람은 4년 열애의 종지부를 찍고 헤어진다. 혜우는 시간이 필요하다는 말로, 정원은 묵묵히 기다리겠다는 마음으로 헤어짐에 동조한다. 그리고 4년 후 전남편과 전부인으로, 앞집에 사는 이웃으로 재회한 스물여덟의 두 사람. 혜우는 이혼을 얘기하면서 시간이 필요하다고 했었기에 정원은 이혼 그 자체보다는 그녀가 말한 시간에 동의를 하고 떠난 거였다. 이렇게까지 길어질 줄 알았다면, 돌아오는 게 이렇게 힘들 줄 알았다면 떠나지 않았을 텐데. 그래도 생각한다. 두 사람이 끝나지 않았다고, 끝났던 적이 없었다고, 여전히 ‘-ing’의 상태로 이어져 오던 것이라고.
정말 이런 이야기를 읽을 때마다 항상 궁금했던 소재다. 내가 해보지 못해서 더욱 그럴지도 모르는데, 헤어진 사람과 다시 만나는 그 설정. 도대체 두 주인공의 마음에 한번 들어갔다가 나오지도 않았을 텐데 그 마음을 헤아려가면서 그려지는 그 이야기들에 문득 의심이 생긴다. ‘그 마음 진짜야?‘ 라고 묻고 싶다. 헤어진 두 사람이 다시 만나게 되는 그 마음이 그게 진짜인 게 맞냐고 확인하고 싶어진다. (내 마음은 의심천국)
근데 한 가지는 알 것도 같다. 무언가 그 마음에 대한 확답이 없어서가 아닐까 싶다. 분명 완전히 잘라내지 못했는데, 그렇다고 금방 다시 붙여보자니 자존심이 상하고, 내 마음이 정말 잘라내고 싶은 건지 붙여보고 싶은 건지 다시 또 의심이 들고, 어느 것으로 하든지 만족도 못하겠고 이게 잘하는 짓인지도 확신도 안서고.
전체적인 스토리는 서로 사랑하던 두 사람이 결혼도 했었고 다시 헤어졌고, 다시 또 만난다는 내용이다. 우연히 이웃사촌으로 만나서 다시 서로에 대한 마음이 싹튼다는 것이 아니고, 남자의 목적 그대로 진행된다는 설정이다. 남자는 여자와 헤어진 적이 없다고 생각하고, 일부러 여자의 앞집으로 이사를 오고, 조금은 천천히 하지만 놓치지 않을 정도로 다가가고 있는 과정을 그린 것. 그 사이에 솔직하고 대범했던 여주인공은 세월의 흐름 때문인지 과거의 경험들 때문인지 걱정 많고 조심스러운 사람이 되어버렸고.
주저하던 여자는 결국 자신의 마음이 남자의 마음과 같다는 것을 알게 되고, 그것을 알게 되는 순간 더 이상 주저하지 않는다. 마음을 표현하고, 솔직해지고, 계속 나아가기로 한다.
흔히 시행착오를 한다는 말이 있는데, 여기서의 두 주인공이 그런 경우다. 사랑하면 다 되는 줄 알고 결혼을 했지만, 끝이 없는 꽃길만이 펼쳐져 있을 것이라 여겼던 결혼생활은 그리 쉽지 않았다. 딱히 더 어려울 것도 없었겠지만 마냥 신나는 것은 아니었다는 것. 한참을 학교라는 공간에서 친구라는 대상들과 어쩌면 이성친구도 사귀면서 즐길 나이였던 그때에 결혼이라는 것을 했던 두 사람이었기에, 조금은 더 서로에 대한 배려가 부족했던 것 같다. 이론이나 마냥 상상 속의 결혼생활이 아니었으니까. 그래서 철없던 시간의 잘못을 되돌리고 싶었던가 보다. 물론 두 사람의 서로에 대한 마음은 기본으로 깔고, 그 외의 것들이 이제는 좀 제대로 된 눈으로 볼 수 있는 시선을 갖고 다시 처음부터 시작하는 것이라고.
문득 이런 생각이 든다. 모든 것은 다 때가 있는 것인가 보라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