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심 - 네게 무슨 말을 해야 할까
연두 지음 / 가하 / 2011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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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이 참 다양한 감정을 가지고 살아가는구나 싶은 생각이 들 때가 있다. 그건 정말 착한 마음일 수도 있고, 누군가를 향한 분노일 수도 있고, 무언가를 이루고 싶은 간절한 바람 같은 것일 수도 있다고 생각 한다. 그 감정들이 우리 안에 존재한다는 것을 ‘옳고 그르다’ 하는 구분이 아닌, ‘다르다’ 라는 의미로 받아들이고 싶다. 또 그 각각의 감정들을 표출하는 순간도 의미도 모두 다 다를 것이라고…….

한 사람을 두고, 같은 상황을 놓고 수없이 많은 감정들과 생각들, 시선들이 생겨난다. 이 책에서 말하는 '진심'이란 하나의 단어를 놓고 다양한 의미들이 있는 것을 보면 신기하면서 고개를 끄덕이게 된다. 단순히 동음이의어가 아닌 그 하나하나의 의미가 이렇게나 다르고 다양하게 다가오기도 하는구나 싶어서…….
진심(盡心) : (명사) 마음을 다함.
진심(塵心) : (명사) 속세의 일에 더렵혀진 마음.
진심(嗔心) : (명사) 왈칵 성내는 마음.
진심(眞心) : (명사) 거짓이 없는 참된 마음. 
               <불교> 심성 : 참되고 변하지 않는 마음의 본체(本體)

전과자의 딸이 아버지의 재판을 담당했던 판사를 7년만에 우연히 다시 만났다. 그저 반가웠으나 아는 척 할 수 없는 상대. 그래도 이어질 인연이었던지, 두 사람은 연인인 듯 연인이 아닌 듯한 관계가 되었다. 서로의 진심(眞心)은 당분간 가슴에 담은채로... 

법정, 판사.
법의 심판을 받는 공정한 장소라고 생각하지만, 사실 그곳이 그려내는 모습은 인간의 욕심과 욕망을 그대로 분출하는, 인간의 원초적인 감정 그대로가 드러나는 장소의 의미가 더 깊다.(작가가 이 책을 통해 말하고 싶었던 게 이런게 아닐까 추측해본다) 거짓이 진실로 둔갑하기도 하고, 진실이 무언가에 가려져 드러나지 못하기도 하고, 감정을 주체 못해서 울분을 토하기도 한다. 과장된 행동으로 무언가를 감추려하기도 하는 곳이 되기도 하고, 힘이 없는 자는 그런 오류를 바로 잡아놓을 기회 조차도 없는 경우가 허다하다. 그래서 보다 정확하고 객관적인 눈을 가졌을거라 생각하는 판사에게 모든 것을 맡길 수 밖에 없다. 그저 공정하게 그 모든 것의 시시비비를, 누군가의 억울함이 없기를, 먼저 가버린 자의 외침을 들어줄 사람으로 판사를 지목한다. 판사의 임무는 그것이라고 생각한다. 법정이 존재하는 이유도 같은 이유 아닐까? 오직 정의만으로 모든 것을 판단할 눈을 가져야할 사람으로, 정의만이 존재해야할 곳으로. 

가해자와 피해자.
이 책 속에서 등장하는 사람들의 입장은 거의 두 분류다. 사건의 가해자와 피해자. 가해자와 피해자는 쌍둥이처럼 늘 함께 존재한다. 어느 한쪽이 가해자가 되면 분명 피해자도 있을테니까. (뜬금없이 예전에 들었던 어느 점술가의 말이 생각난다. 형사와 범죄자는 사주가 쌍둥이처럼 비슷하단다. 쫓고 쫓기는 자의 떨어질 수 없는 끈이 있는 듯한 기분이 드네. ^^)
세상을 살면서 누구나가 만날 수 있는 상황. 가해자가 될 수도, 피해자가 될 수도 있는... 혹은 너무 두려워서 침묵해야만 하는 사람의 입장을, 각자의 입장을 최대한으로 솔직하게 그려내려 애쓴 흔적이 보인다. 가슴 아픈 이야기를 그 사람의 입장에 서서 한번 이상은 더 깊게 들여다봤을 그 마음이 전해져 오는 듯 하다. 뉴스에서 한번은 봤음직한 사건들, 보호해야할 것들 앞에서 약자가 될 수 밖에 없는 사람들, 모든 사람들이 가해자이고 피해자임을 부정할 수 없는 상황들... 안타깝다.

새로운 시선으로 법과 법조계 사람들을 바라보게 만든 계기가 된 책이다. 흔히 법조계 사람들을 ‘법’이라는 무기로 ‘권력’을 휘두르는 사람들이라고 생각했다. 그쪽으로 관련된 너무 나쁜 것만 보고 들어서 그런지 몰라도 안 좋은 인식만 머릿속에 키웠던 건 아닌가 생각해보기도 한다. 사실 그쪽으로 관련된 사람이 아닌 이상 그 어떤 식으로도 그 안을 들여다보거나 진실을 다 알 수는 없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그래도 ‘이런 것이다’ 하고 배워왔던 의미는 남아있는지라 좋은 것을 보고 싶은 바람도 동시에 갖고 있다. 그 모습을 이 책 안에서 찾았다는 생각이다. 적어도 무언가에 한 겹 씌워진 듯한 선입견을 걷어내어 준 것 같아서, 세상에 존재하는 다양한 감정들이 모두 이 곳에 모여있는 듯 하다.

로맨스나 판타지가 아닌 현실 속의 판사?
여기서 남주는 자신의 월급을 쥐꼬리만하다고 한다. 40만원이 넘는 벨벳 구두를 할인된 가격으로, 뒤에 붙은 잔돈은 떼고 할부로 결제해달라고도 한다. 로맨스소설스러운 거창함이나 꿈꾸는 듯한 설정을 최대한 자제한 듯한 느낌이 든다. 그래서 권력과 재력을 가진 남자로 그리는 것이 아닌, 현실 속에서 볼 수 있을 듯한 성격과 배경의 남주를 담아낸 것 같다. 판사라는 직업에 대한 과한 기대감이나 오해를 덜어낼 수 있는 모습도 종종 보여주는 것이. 그리고 판사라는 이미지 속에서의 공정함과 객관적이고 냉철한 시선으로, 그 모든 것을 보는 눈은 오직 법이라는 것 하나로만 판단할 수 있게 그려주고 싶었던 우리의 바람을 담은 건 아닐까 하는 생각이 읽는 내내 들었다. 

다양함 속의 단조로움.
기본적인 틀은 로맨스소설이다. 남주와 여주 사이의 달달함과 연결고리가 충분하고 그 마음이 억지스럽지 않게 다가오는 듯 해서 거부감은 없었다. 애틋함도 있고, 가슴 속의 간질거림도 그 매력이 넘친다. 하지만, 모든 상황들과 사람들이 얽혀 있는 설정은 조금 작위적인거 아닌가 싶다. 사건의 연결됨도 이해는 가능하나 충분한 개운함은 없는 듯 하다.
그래도 이야기로의 재미는 좋다. 휘리릭 한번 훑어 넘길만한 이야기는 아니었다. 가슴에 새기고 싶은 부분도 많았고, 누군가를 보는 마음을 대하는 태도도 조금은 더 배워야겠다는 생각도 하고, 가끔은 다시 꺼내보면서 세상 속의 아픔을 들여다보고 싶다는 생각도 하게 된다.

세상의 모든 진심(塵心) : (명사) 속세의 일에 더렵혀진 마음.
"욕심에 부풀고, 허기를 채우려다, 어리석은 짓만 골라 했으니...... 더없이 아름답구나." (197페이지)

세상의 모든 진심(嗔心) : (명사) 왈칵 성내는 마음.
선명하게 보이지 않는 진심 따위, 보이지 않는 그대로 이제는 내버려두고 싶다.
"진심 따위...... 알 게 뭐야." (302페이지) 

"아무리 암담한 것일지라도 좋은 결과가 되기를......" (58페이지)
그 모든 진심들이 여기 다 모였을 것이다. 진심(盡心)이면, 진심(眞心)을 알아줄 것이니... 

"사람도 껍질이 필요해. 껍질 다 벗긴 과일이 사람들한테 먹기 편한 것처럼. 사람도 껍질 다 멋기고 속살을 너무 많이 보여주면, 만만히 볼 수 있고, 오해를 살 수도 있어." (167페이지)
너무나도 딱 맞는 말. 요즘 내가 가장 많이 생각하고 있는 것 중의 하나다.
상대에게 편하다고 말하면서 그 편안함을 가장해서 만만하게 보는 행위는 하지 말라고...
나의 생활 신조로 삼을테다. 나 또한 그런 마음으로 누군가를 대하고 있는 건 아닌지 생각해보고 있는 중... 
 

 
덧붙임.
인터넷서점의 책 소개글에 낚이지 말자. 달달한 그 한 부분을 용케도 소개글로 넣어놨더라. 그게 이 책이 말하는 전부가 아닐지니, 그 달달함을 맛보고자 선택한다면 실망할 수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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