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래서 나는 안티 팬과 결혼했다
김은정 지음 / 테라스북(Terrace Book) / 2010년 9월
평점 :
구판절판


리얼 버라이어티... 어디까지 진실일까 궁금했었는데, 지금도 모호한 그 가식과 진실의 경계...
그래도 진실을 통하는 법이라고 생각한다. 아무리 지어내려 해도 그 표정이 모든 것을 가려줄 수는 없을테니까... 사람이니까... ^^
 
하고 싶은 말은 못 참는 여자, 그래서 말이 많은 여자, 잡지사 기자 4년차이지만 이렇다할 특종도 없고, 자신의 일에 대한 열정도 딱이 없어보이는, 연말 파티에 입을 드레스를 할부로 구매해놓고 직장에서 짤린 그 여자 이근영. 자신을 밥줄을 끊어놓은 싸가지 후준에게 공개적으로 안티팬으로 도전장을 내민다.
그럼 후준은 누구냐?... 톱스타이자, 배우이고, 자신의 하얀 운동화와 애마에 술먹은 흔적을 고스란히 쏟아놓은 엉터리 기자를 물먹이려다가 오히려 적과의 동거에 들어가게 된다. 공식 안티팬과의 밀착동거 <그래서 나는 안티 팬과 결혼했다>를 찍기로 한 것.
스타와 안티 팬과의 만남도 황당하지만, 공개적으로 싫어하는 사람과 같이 살게 되다니. 아무리 방송이지만 이거 가능한거야?...
 
아닌 땐 굴뚝에도 연기가 난다고 하는 곳이다. 연예계...
솔직히 나는 특별히 누구의 팬도 아니고, 안티도 아니고, 그저 뉴스에 나오는 정도로만 '그렇구나' 하고 끄덕이는게 전부라서. 굴뚝에서 피어오르는 연기가 그다지 관심 없었다. 불을 때든 말든...
근데 어느 순간부터 스멀스멀 피어오르는 생각이 있었다. 어떤 상황이든 사건이든, 진실은 존재하는 법이며, 그 진실 역시 당사자들 말고는 아무도 알 수 없다는 것. 나의 많은 일들이 다른이에게는 그저 보여지는 것만 보게 되는 것처럼 말이다.
 
스타들의 사생활 역시 마찬가지일 것이다. 그저 사람들이 보고 싶고 듣고 싶은 것만 듣게 된다면 스타의 진실은 아무도 모를테니까...
우리의 근영은 후준의 한마디로 자신이 직장에서 짤렸다고 생각한다. 그 길로 공개적으로 후준을 공격하기 시작하면서 결국에는 뜻밖의 리얼 버라이어티 출연에 이르기까지 되지만...
이때부터가 시작이다. 까칠하고 싸가지 없고, 하늘 높은 줄 모르는 왕자병에 자신을 종 부리듯 하는(물론 자신이 비굴하게 빌 붙어야 하는 입장이지만 좀 너무하는거 아니야?) 후준과의 동거는 안티를 안티가 아닌 사람으로 만들어놓기 시작한다. 근영은 스타가 아닌 인간 후준을 보게 되기 시작하니까...
그리고 점점 그곳의 세계를 보게 된다. 일반인의 눈으로는 알 수 없었던 것에 눈을 뜨고, 그들의 진실을 엿보고, 보이는게 전부가 아니라는 사실을 알게 되면서 스타가 아닌 그들의 인간성을 알아가게 된다. 안티팬으로 시작한 근영의 방송생활은 이제 좀더 긍정적인 눈으로 그들과의 진실 나누기를 하게 되는 것이다.
 
스타?....
말 그대로 별나라 사람인줄 알았다. 혹시 우연히라도 내 옆을 지나간다면 나는 호들갑 떨지 않고 흘끗흘끗 쳐다보지 않고, 그냥 지나가는 행인 쯤을 봐줘야지 생각했다. (그게 가능할지 모르겠지만 ^^) 그런데 이 책을 읽고 보니, 방송에서 다른 매체에서 보여지는 그들을 조금은 관심 있게 봐주어야겠구나 싶었다. 대중의 사랑과 관심을 먹고 사는 그들이기에, 좀더 긍정적인 마인드로 그들을 그 자체로 봐주는게 뭐 어렵나 싶고. 직업이 연예인일 뿐이지 그들도 사람이지 않은가. 슬프면 울고, 즐거우면 웃고 하는... 이야기 속에서 근영이 후준의 모습을 하나하나 봐가면서 느겼던 것을 어느 순간 나도 공감하게 된다. 아, 그저 사람일 뿐이구나. 찌르면 아프고 상처 받고, 두려운 일도 있고 눈물도 흘릴 줄 아는... 조금은 이해를 하게 되었다고나 할까...
 
안티?...
특별히 좋아하거나 싫어하는 연예인은 없었지만, 그래도 '난, 쟤 별로더라' 하는 사람은 있다. 그럴땐 그저 티비 채널을 돌린다. 인터넷에 악성 덧글이 넘쳐나면 소심한 나의 성격에 감사한다. '나는 악성 덧글로 고소당하는 일은 없겠구나' 하면서... ^^ 누군가를 싫어하는 감정도 관심이 있어야 가능한 일이다. 안티도 그중 하나라고 생각했는데, 그저 싫어해서가 아닌 그 사람을 제대로 봐주고 단점을 지적해주는, 그래서 좀더 발전할 계기를 만들어주는게 진정한 한티가 아닐까?...
 
이런 소재도 가능하다?.
스타와 일반인의 동거라... 그동안 리얼 버라이어티에서 종종 등장하던 스타들끼리의 합숙(?)이 아닌, 스타와 일반인의 조화다. 그것도 안티 팬이라고 부르짖는...
스타와 안티 팬으로 만나서, 서로의 진짜 모습들을 봐가면서 느껴가는 인간적인 정, 화려한 스포트라이트 뒤의 어두운 면을 보면서 알아가고 배워가고 이해해가는 모습들, 그래서 서로가 조금더 한반짝씩 서로를 향해 다가서는 것도 가능한 일을 만들어내는 것...
 
이야기이기에 가능한 일이지만, 또한 설레이는 것도 즐거운 일이다.
그냥 그런 소설이 아닐까 싶었다. 연재를 못봤으니, 이 책의 분위기를 전혀 알 수 없었고, 흥미로 읽는 그저 그런 스토리가 아닐까 싶었고. 솔직히 그렇잖아?. 스타와 일반인의 이야기라는 소재는 식상하니까, 어떤 내용일지 뻔히 보이는 것 같고... 하지만 또 그런 뻔한 이야기를 뻔하면서도 재밌게 그려내는 것은 작가의 능력이라 생각한다. 그런 의미로 이 작가는 충분히 그 능력을 발휘했던 것 같다고...
 
얼마만에 웃어봤는지 모르겠다. 이야기로써의 흡입력도 좋았지만, 큰소리의 웃음이 나게 만드는 부분이 종종 등장한다. 책 소개글에서 칙릿이 아닌 루저릿이라고 했다. 근영을 보면서 그 루저릿이라는 말이 왜 등장하는지 충분히 이해가 되고 공감이 갔다. 어디선가 본 아포리즘에서는 "땅에서 넘어진 사람은 그 땅을 짚어야만 일어설 수 있다"라고 했던 글귀가 생각난다. 이제 근영도 충분히 비상할 시간이 되었을 것이다.
단순히 웃기기만 한 것은 아니니, 충분히 즐길 준비를 해도 좋을 것 같다. 웃고 있지만 현실을 반영하고, 따뜻한 가족을 느끼고(근영이네 엄마의 욕을 우리는 늘 들으면서 살고 있다), 사랑을 배우고(후준 같이 까칠한 남자도 가끔은 귀엽다), 자신이 진정 하고자 하는 일에 대한 기대도 생길테니 말이다.  
스타가 아닌 안티 팬이 주인공이어서 더 즐거웠던 이야기... ^^   
 
근데 곧 드라마가 된다는데, 책을 읽으면서 머릿속으로 혼자 캐스팅을 했다.
근영역에는 쾌활하면서 오지랖도 좀 넓고, 마음도 따뜻하면서 좌충우돌 이미지를 보여주는 여배우가 좋을 것 같아서...최강희?...배두나?...
후준역에는 정말 떠오르는 배우가 없더라. 싸가지도 좀 없으면서 까칠하고, 뒤돌아서서 감정 정리 할 것 같은, 말은 별로 많지 않지만 가끔 자상할 것 같은...강동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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