뿔라스틱 지구를 생각한다 1
김성화.권수진 지음, 이명하 그림 / 만만한책방 / 2024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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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인과 콩국수를 먹었다. 집 근처의 가까운 곳을 놔두고 차를 타고 20분 거리의 가게로 갔다. 시간 잘못 맞추면 기다려야 할 정도로 입소문이 좋은 곳이어서 종종 가는데, 이번에 갔을 때는 콩물까지 한 병 사서 왔다. 콩물을 페트병에 담아주던 다른 가게와 달리 이곳은 콩물을 유리병에 담아주었다. 뭔가 더 신선해 보이고, 더 맛있어 보이기까지 하더라. 받아서 가져오는 내내 기분이 좋았다. 이상한 기분이 들기 시작한 건 집에 돌아오고부터였다. 냉장고에 넣어두려니 유리병이 부담스럽더라. 음료 칸의 공간이 부족해서 냉장고 안에 누워서 보관해야 하는데, 혹시 이 내용물이 흐르지 않을지, 다른 그릇과 부딪혀서 깨지지는 않을까 하는 걱정이 밀려들었다. 그냥 페트병에 담아주면 좋을 텐데, 괜히 무겁기만 하고 함부로 누워서 보관하기도 불편하구나 싶었다.


너무 편하게 사용하는 플라스틱이 언제부터 우리 일상에서 이렇게 익숙해졌는지 잘 모른다. 어느 순간부터 내 주변의 모든 것에 플라스틱이 있었고, 그중 요즘 가장 편하게 사용하는 건 당연히 페트병이다. 자주 주문하는 생수에서부터, 매일 마시다시피 하는 테이크아웃 커피까지. 투명하고 가벼운 용기가 일상의 편함을 돕는다. 그릇을 빡빡 닦을 때 사용하는 주방세제에도 미세 플라스틱이 있다는 걸 몇 년 전에 알았다. 우리 살아가는 모든 순간에 플라스틱이 없는 순간이 있을까 싶을 정도로, 이제 플라스틱 없는 생활로 돌아갈 수는 없을 듯하다. 너무 편하니까. 하지만 이렇게 편리한 플라스틱이 우리를 위협하고 있다는 경고가 계속 들려오고 있다.




너무 귀여운 그림책에서 플라스틱의 이야기를 듣고 있자니, 생각이 전환된다. 우리가 사용하는 플라스틱이 아니라, 플라스틱이 느끼는 플라스틱의 이야기를 펼쳐놓는다. 그렇게 빨간 뚜껑을 머리 위에 쓴 뿔라스틱의 기자회견은 시작되었다.


뿔라스틱이 외친다. “페트병이 석유 찌꺼기로 처음 발명되었을 때, 사람들은 깨지지 않고 오래 가는 병이 탄생했다고 좋아했잖아! 유리처럼 깨지지도 않고, 돌처럼 무겁지도 않고, 나무처럼 썩지도 않는다면서 마법이라고 했잖아! 생활 곳곳에서 다양하게 활약하고 있다고 기뻐했잖아! 그러면서 인제 와서는 플라스틱을 쓰지 말자고 외치는 거야? 오랫동안 우리를 사랑해 왔으면서, 매일 손에 들고 다니면서 실컷 마셔댔잖아! 늘 그랬던 것처럼, 우리를 계속 사용해 주란 말이야! 우리를 함부로 사지 말고, 우리를 함부로 쓰지 말고, 우리를 함부로 버리지 말아 주세요. 우리는 여러분의 반려 플라스틱이 되고 싶어요!”


반려 플라스틱이라니, 생각해 보니 그랬지. 어떻게 이런 위대한 발명품이 있냐면서 놀라워했던 사람들의 반응이 있었지. 그것도 석유 찌꺼기로 이런 걸 만들어낼 수 있다니, 정말 놀랍고 또 놀랍다. 인류 5천 년 재료과학 역사의 최첨단 신소재라면서, 이 신소재의 가능성을 무한하게 생각했었지. 그러면서 이렇게도 말했잖아. 인류 문명의 역사는 플라스틱이 생겨나기 전과 후로 나뉠 거라고 말이야.


그땐 그랬다. 이 위대한 발명품이 우리를 얼마나 편하게 해주고 있는지만 생각했다. 이게 쌓이고 쌓여 우리를 위협하는 존재가 될 거라고 알지 못했을 때 말이다. 편하게 사용할 거만 생각했지, 이걸 어떻게 처리해야 하는지 대책을 세우지 않았다. 그래서 오늘날 이 위기를 겪고 있는 거다. 바다 한가운데 쓰레기 섬이 만들어지고, 9월에도 폭염을 겪는 기후 위기를 말하고 있는 게 새삼스럽지 않다. 그동안 경험했던 뚜렷한 사계절은 사라진 지 오래다. 이번 겨울 지독한 추위에 시달리지 않을까 걱정하고, 앞으로 겪을 많은 계절에 또 어떤 기후 위기를 겪게 될지 두렵기만 하다. 이런 변화를 예측한 인간이 있었을까? 대책이라도 세울 수 있을까?



뿔라스틱의 외침은, 단순히 계속 플라스틱을 써달라는 말이 아니었다. 인간의 반려 플라스틱이 되고 싶다고, 그러려면 인간이 플라스틱을 아주 잘 사용해야 하는데, 더 늦기 전에 플라스틱을 잘 사용할 수 있는 방법을 찾아야 한다는 메시지다. 플라스틱이 편리함을 줄 때는 좋다고 받아놓고서는, 이제 플라스틱이 사라져야 한다고 외치는 사람들에게 한마디 한다. 어차피 석유가 바닥나면 플라스틱도 사라질 텐데, 플라스틱이 사라지면 사람들의 불편함도 커질 텐데, 뭐가 그리 급하다고 플라스틱 퇴출을 외치냐고 따진다. 그럼 그냥 석유가 바닥나고 페트병 1개도 못 만들게 되는 순간을 그냥 기다리면 될까? 아니다. 뿔라스틱은 오랫동안 사랑받고 싶다고 말한다. 달면 삼키고 쓰면 뱉지 말고, 플라스틱 이야기가 뉴스에 나오면 귀를 기울여 달라고, 함부로 사용하고 마구 버리지 말라고, 오래오래 쓰이는 물건이 되고 싶다고. 플라스틱이 쌓이고 쌓여 산이 되고, 플라스틱 섬이 되고, 점점 커져서 지구의 일곱 번째 대륙이 되기 전에. 인간이 저지른 일에 인간이 책임져야 한다. 영원한 생명을 얻은 플라스틱을 발명해 낸 인간이, 그 모든 책임의 주인공이다.


기발한 발상에 읽는 즐거움도 있지만, 누구나 아는 그 메시지를 유쾌하게 전달하고 있어서 더 재밌게 읽었다. 항상 인간의 시선으로 플라스틱과 지구의 위기를 말하면서, 우리가 해야 할 일을 이야기하기에 바빴다. 한 번도 플라스틱의 입장에서 생각해보지 않았던 것을 이렇게 듣고 있자니, 그동안 인간이 말해왔던 것을 더 강조하는 느낌이 든다. 그러고 보면 플라스틱은 인간의 욕망으로 탄생한 피해자인가 싶기도 하다. 누군 태어나고 싶어서 태어났느냐고 투정 부리고 싶기도 하겠다. 인간들 마음대로 만들어놓고 이제는 피해를 준다고 쓰지 말라고, 막 꺼지라고 하는데 기분 나쁘지 않을 존재가 어디 있겠는가. 일방적으로 퇴출을 시킬 게 아니라(일방적으로 퇴출할 수도 없는 게 사실이겠지만), 플라스틱이 불멸의 존재로 남아야 하는 거라면 플라스틱의 말대로 반려 플라스틱으로 머물게 하는 수밖에 없지 않을까? 그렇게 되기 위해서는 끊이지 않은 고민이 계속되어야 할 테고.


접어서 사용하는 장바구니가 가방 안의 필수품이 된 것도 오래다. 뚜벅이로 살다 보니 텀블러 하나 챙겨 다니는 게 번거롭기도 했는데, 요즘에는 꼬박꼬박 가방에 넣어서 다닌다. 어느 커피점에서는 텀블러 세척 장치도 설치해 놓아서 편하게 사용할 수 있다. 귀찮음이 문제가 아니라, 이번 더위를 겪으면서 보니, 입버릇처럼 말하던 기후 위기가 피부로 와 닿는 시간이었다. 나도 이제 쓰레기가 될 플라스틱이 아니라, 반려 플라스틱을 키울래.



 

참고로 요즘 내가 자주 실천하고 있는 녹색생활 실천 같이 해봅시당.


슈퍼빈 https://www.superbin.co.kr/

투명 페트병 모아서 넣으면 돈이 됩니다. 페트병 1개에 10, 설치된 곳의 설정마다 하루 투입 개수가 다릅니다. 우리 집에서 가까운 곳은 아이디 1개당 하루에 20개씩 넣을 수 있습니다. 테이크 아웃 투명 커피잔은 안 됩니다. 병 모양의 투명 페트만 투입 가능합니다. 2,000포인트 이상으로 모이면 현금으로 출금 신청할 수 있습니다.


탄소중립포인트 녹색생활 실천 https://www.cpoint.or.kr/netzero/main.do

마트나 편의점 이용할 때 전자영수증을 받거나, 배달 음식 주문할 때 다회용기 신청하거나, 친환경 제품 구매할 때 포인트가 적립됩니다. 위에서 말한 슈퍼빈과 연계도 되어서 페트병 넣을 때마다 탄소중립포인트 추가로 적립됩니다. 한 달에 한 번씩 계좌로 캐시백 되어 입금됩니다. 갑자기 입금된 내역이 알림으로 뜨면 공짜 돈 생긴 것 같습니다. ^^


탄소중립포인트 에너지 https://cpoint.or.kr/

가정 안에서 이산화탄소 줄이기에 동참하는 것도 좋습니다. 각 가정에서 사용하는 전기, 상수도, 도시가스 등 사용 요금에 따라 포인트가 다르게 적립됩니다. 기본적으로 아껴 쓰고 이산화탄소 배출을 줄이는 일이면서, 동일 면적 다른 세대보다 적게 쓰면 포인트 팍팍 쌓입니다. 일 년에 두 번, ‘환경정책과이름으로 아껴 쓴 만큼 입금됩니다. 도시가스 캐시백(https://k-gascashback.or.kr/ko/)은 다른 이름으로 입금됩니다. 별도 가입이 필요합니다. 한전 주택용 에너지캐시백(https://en-ter.co.kr/ec/main/main.do) 같이 살펴보고 가입해서 캐시백 쌓는데 도움이 되시기를.


더 있는데, 지금 생각나는 게 이 정도라서 이만 총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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