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아파트의 다른 집을 본 적이 있다.
아무래도 넓은 편이 아니다 보니, 집 안 곳곳에 수납 공간을 만들어 살고 있었다.
앞뒤로 발코니가 있는데, 공간을 아주 꽉꽉 채워서 사는 사람도 있었다.
대부분, 수납장을 비치해 두고 이런 저런 것을 다 넣어두어야 했겠지.
안 할 수가 없다. 신축 아파트처럼 팬트리가 따로 마련되어 있지 않은 공간이라,
머리 써 가며 자기만의 수납법을 발휘할 수밖에.
나도 처음에는 앞쪽 발코니에 수납을 해볼까 하다가,
이것 저것 하나씩 쌓아두다 보면 눈에 보이는 모든 게 답답할 것만 같더라.
수납 공간이 아무리 부족해도 마음의 안정을 포기할 수 없어서,
절대로 앞쪽 발코니에는 빨래 건조대 외에는 아무 것도 두지 않았다.
아직은...
비가 미친 듯이 쏟아지다가, 천둥과 번개로 효과음도 넣어주다가, 다시 약한 비가 내리다가, 난리다.
은행 일을 며칠 동안 미뤄두기만 하다가, 더는 미룰 수 없어서 나가려는데,
내리는 비가 괜히 아까워(?) 보이는 거다.
창을 열었더니 바로 발코니로 들어오는 빗물.
앞쪽 발코니에 유일하게 존재하고 있던 알로에 화분을 열어둔 창 쪽으로 옮겨 두었더니,
비를 맞고 더 푸릇해진 것 같다.
뭔가 키우는 걸 잘 못 해서 화분도 두지 않겠다고 다짐했는데,
알로에는 관상용이 아니라 상처 치료용으로, 엄마 집에서 하나 가져다 두었다.
상처와 염증에 효과적이라는 것을 몸소 경험한 바, 우리 집에서 유일하게 존중 받는 화분 하나.
수돗물 보다는 빗물이 더 영양이 있다고 들었는데, 장마 기간에 빗물 포식하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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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탕비실 #샤워 #엄마만의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