루나의 전세역전 - 전세 사기 100% 충격 실화, 압류부터 공매까지
홍인혜 지음, 정민경 감수 / 세미콜론 / 2023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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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나 많은 사람이 전세살이를 하고, 때로 전세사기를 당하고 있을까. 한 번씩 뉴스를 볼 때마다, 도대체 작정하고 전세사기를 치는 이들의 심장은 얼마나 크고 단단할까 싶기도 하다. 내 심장은 콩알만 해서, 누가 안 좋은 소리 살짝 해도 가슴이 벌렁거리는데 말이다. 다행스럽게도 나는 아직 전세나 월세로 살아본 적이 없다. 부자여서가 아니다. 시골에서 살다 보니, 부모님 그늘 아래 있다가 보니, 그렇게 됐다. 부모님도 남의 집 월세도 살았고, 엄마의 친정 방 한 칸에 의지하고 살았던 적도 있다고 했다. 내가 어렸을 때라 기억에 없는데, 암튼 그렇다. 지금도 잊히지 않는, 오래된 시골집 손댈 엄두가 나지 않아서 걱정만 하던 몇 년 전에 엄마가 했던 말이 있다. 초라하고 오래되고 낡은 집이지만, 누가 나가라고 할 일 없으니 마음은 편하게 살고 있다는 엄마의 말은 현재의 내 마음과 비슷하다. 지금 내가 사는 집은 은행 지분이 있긴 하지만, 그래도 자가이니 누가 쫓아내지는 안 할 테니까, 무너질 때까지 그냥 살면 된다, 라는 마음이지만, 이것도 썩 유쾌하지는 않다. 오래된 아파트, 여기 저기 손을 봐야할 곳이 생길 때마다 머리가 아프다. 그래도, 기한 됐다고 나가라고 하거나, 매월 월세 내다가 허리가 휘거나 하지는 않을 테니, 그나마 다행인가. 아니다, 매달 꼬박꼬박 은행에 이자도 내고, 원금도 갚고 있으니, 이게 바로 은행에 내는 월세인가. , 가장 중요한 사실은 이거다. 여긴 지방의 소도시고, 집값이 수도권과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낮으니 자가로 사는 게 가능한 일이다. 여동생 집 팔아서 여기로 오면, 우리 아파트 5채 넘게 살 수 있는 게 현실이다.


전세 사기 100% 충격 실화라고 하니, 이보다 더 현실감 넘치는 교과서가 있을까 싶다. 많은 사람이 그 보증금을 넣으려고 뼈를 갈아 넣기도 한다는 것을. 목돈 마련하느라 몸과 마음이 지친 상태에서 기어코 보증금을 마련한 후에 드는 안도감은 이루 말할 수 없으리라. 이제 이 몸 뉠 곳이 생겼으니. 이제 똑순이가 되어 세입자로 들어갈 집에 문제가 없는지 꼼꼼하게 확인한다. 이 정도면 문제는 없겠지 하는 마음으로 살아가던 나날. 중간에 집주인이 바뀌었다는 통보에 걱정도 했지만, 흔하게 있는 일이라는 설명에 안도하기는 일렀다. 다시 이사해야 하는데, 문제는 꼬리에 꼬리를 물고 발생한다. 집주인이 소송에서 패소하고, 보증금을 받아야 할 집에 압류가 되고, 집이 경매에 넘어가고, 낙찰자가 생긴 것을 기뻐하기도 전에 집주인이 공탁을 걸고 경매를 막는다. 이거 무슨 말인지 모르겠지? 사실 나도 잘 모르겠지만, 법이란 절차가 이렇게 저렇게 가능하다는 것에 놀라울 뿐이다. <한블리>에서 교통사고 처리 과정에서 공탁금을 걸고 어쩌고 하던데, 공탁금 제도의 허점도 같이 확인한 터라, 루나의 전세 사기 집주인이 공탁금을 걸어 경매를 막았다는 것도 참 웃기다. 잘못을 했으면 벌을 받아야 하고, 손해를 끼쳤으면 피해를 배상해줘야 하는데, 이놈의 집주인 뻔뻔하기도 하다. 피해도 해결하기 싫고, 집도 갖고 싶고. 나쁘네, 진짜.


겪어본 사람은 안다. 나에게 닥친 문제인데, 내가 해결할 방법이 없다는 게 얼마나 고통스러운지. 내 문제인데, 내가 아무 것도 할 수 없고 다른 사람이 해결해야만 끝나는 문제라는 게 사람을 피폐하게 만든다. 집주인이 이 문제를 해결할 때까지 기다리는 거 말고 아무 것도 할 수 없다는 게 말이 안 되는데, 이게 현실의 법이라니, 또 한 번 헛웃음이 난다. , 이제 뭘 할 수 있을까. 가만히 기다린다고 해결되지 않으리라는 건 이미 알았으니, 저자는 이 문제를 직접 해결해보기로 한다. 낙찰 방법과 세금 등등 모든 것을 혼자 공부하면서 공매를 알아본다. 진짜 사람이 벼랑 끝으로 몰리니 기적을 일으킬 힘이 생기기도 하는가 보다. 아니지. 이렇게 하지 않으면 안 되는 것 말고, 저자가 할 수 있는 게 또 뭐가 있다고. 의지가 활활 불타오르다 못해 숯이 될 때까지 해 봐야지.


문장 하나하나가 눈앞에 그려질 정도로 실감이 난다. 매일 뉴스에서 보는 소식, 실제 내가 사는 이 지역에서도 대학교 근처의 어마어마한 원룸 전세사기가 있었다. 가해자들에게는 하룻밤 유흥비로 쓰는 돈이, 누군가에게는 전 제산 털어도 모자라서 대출까지 끌어와 마련한 돈이라는 걸 정말 모르는 걸까. 전세 사기 사건을 스스로 해결하는 저자의 노력과 고통과 눈물이 그대로 보인다. 이 문제를 해결하는데 3년여의 시간이 걸렸고, 그 과정에서 겪는 정신적 육체적 고통은 말로 다 할 수 없을 듯하다. 일상이 마비된다는 게 이런 거였다. 일을 하고, 밥을 먹고, 잠을 잔다고 해서 일상이 평온하게 흘러가는 건 아니다. 매 순간, 매달, 매년 이 문제가 머릿속에서 떠나지 않았을 테고, 시간과 돈을 들여가며 문제를 해결하느라 애쓴 순간들이 저자의 온 몸에 남아 있을 거다. 인류애를 믿고 집주인의 말을 믿으며 원만한 해결을 기대했던 것도 잠시, 반전에 반전을 거듭하면서 결말에 이르는 과정을 보고 있노라면, 놀랍기만 하다. 이게 우리에게 일어나는 일이라고? 당연히 받아야 할 내 돈을 이렇게까지 해야만 겨우 받아낼 수 있는 거라고? 이게 우리 사는 현실에서 수도 없이 일어나는 일이라는 게 더 큰 문제겠지. , 고통과 탄식으로 *타워도 쌓을 수 있겠다.


이 책 한 권 정독하고 집을 구하면 어느 정도 안심이 되지 않을까 하며 의지하고 싶을 정도다. 특히 이 책의 감수를 맡은 전문 변호사조차 놀랄 정도로 꼼꼼하고 방대한 정보를 담아냈다고 하니, 복잡하고 막막한 관련 법률 용어도 조금은 쉽게 공부할 수 있을 것 같다. 물론, 살면서 전세 사기 당하지 않는다면 더 좋겠지만, 모르는 일이다. 저자는 알았겠나, 자기에게 이런 일이 닥칠 거라는 걸? 뭐든 알아둬서 나쁠 거 없다고 생각하는 나이기에, 이 책에 담긴 정보도 살아가면서 분명 도움이 되리라 믿는다. 이 책에 담긴 이야기를 한 마디로 표현할 수 없다. 단지 전세사기 때문이 아니라, 대한민국에서 세입자로 살아가는 나날에 필독서가 될 거다. 저자에게 박수를 쳐 주고 싶을 정도다. 무너지지 않고 끝까지 싸우느라, 고생하고 애썼다. 저자가 이렇게까지 하는 이유는 단 하나다. 저자 자신의 재산을 지키기 위함이기도 하지만, 저자와 같은 피해자가 나오지 않기를 간절히 바라는 마음에서다. 제발, 이 땅에서 이런 몹쓸 짓이 사라지기를, 나도 간절히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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