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의 가방 안에는? 타인의 취향 2
이주미 지음 / 씨드북(주) / 2023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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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만큼이나 주제가 너무 귀여워서 호기심이 생기는 그림책이다. 누군가의 가방 안에 담긴 것들로, 그 사람의 하루를, 그 사람의 관심을 알 수 있다는 게 재밌다. 언젠가 지인의 가방 안에서 쏟아지는 물건들로 놀란 적이 있다. 반짇고리, 손톱깎이, 수건 등 평소 사람들의 가방 안에서 보기 어려운 물건들이 가득했다. 어쩌자고 가방 무겁게 이런 것들을 다 가지고 다니냐고 물었더니, 혹시 밖에 있을 때 필요할까 봐서 가지고 다닌다나. 갑자기 바지나 셔츠 단추가 떨어졌다거나, 깜빡하고 손톱 정리를 못 해서 지저분해 보일까 봐. , 충분히 있을 수 있는 일이지만, 그렇다고 그런 경우를 대비해서 실과 바늘, 손톱깎이까지 가지고 다니는 사람 흔하게 본 적이 없어서 그런가, 순간적으로 놀라기는 했다.


이제는 그러려니 한다. 누구나 자기만의 방식으로 가방 안을 채우고, 자기 필요한 것들을 챙겨서 다니기 마련이다. 그게 무엇이든, 내가 필요하고 관심 있으면 된 거라는 생각이 들더라. 내 가방 안이니까, 내가 원하는 것을 넣을 수 있는 자유가 있으니까 말이다.


주인공 소년에게 새 가방이 생겼다. 자기 가방 안에 무엇을 넣을까 고민하던 차에, 다른 사람들은 가방에 무엇을 넣고 다니는지 들여다보고 싶어졌다. 동생의 가방 안에는 유치원 원아 수첩, 애착 인형, 물통 같은 유치원에 가져가야 할 게 담겨 있다. 엄마의 가방 안에는 사원증, 태블릿, 텀블러, 화장품 파우치 등 회사에서의 하루가 그대로 보였다. 담임 선생님의 가방 안은 하트 사랑이 넘쳤다. 열쇠고리, 안경, 다이어리 등 모든 게 하트 모양이다. 태권도 사범님의 가방 안에는 태권도복, 파스, 달콤한 간식이 있다. 열심히 태권도를 배우는 아이들에게 주려고 간식까지 넣어서 다니시나? 겉모습만 보면 호랑이처럼 무섭게 생겼는데, 의외의 면이 있다.


누군가의 가방 안을 들여다보면서 알게 되는 건, 역시 사람은 겉모습만 보고 판단하기에는 이르다는 것 정도? 털털해 보이는 사람의 가방 안에 의외로 필요한 소지품이 단정하게 정리되어 담겨 있다거나, 화난 표정으로 다니시는 할아버지 가방 안에 길고양이 간식이 들어 있다거나 하는. 누군가의 다른 모습을 보기도 하지만, 그 사람의 관심이나 직업, 성격이나 생활의 단면들이 그대로 드러난다. 많은 사람의 다양한 면을 확인하는 시간이었고, 사람마다 가지는 하루의 모습이 다 다르다는 사실을 깨닫는다. 그 안에서 나만의 하루와 취향은 어떤 모습일까 궁금해지는 건 당연하다. ^^



이 책의 첫 페이지를 열면, 다양한 용도의 가방이 등장한다. 커다란 여행용 가방, 어르신의 허리에 찬 힙색, 털실로 짠 가방, 손수레형 장바구니 등 그 크기나 용도가 다양하다. 이 가방들은 저마다 자기 용도에 맞게 쓰이고 있고, 그렇게 사용하는 이의 하루를, 삶을 엿볼 수 있다. 나에게도 있고, 필요할 때 적절하게 사용하는 가방들이라 새삼스럽지 않다. 집안의 구석에 박혀 있는 여행용 가방, 어깨가 무겁다며 메고 다니던 크로스백, 얼마 전까지 뭘 배운다며 등에 메고 다녔던 백팩, 몇 개의 손가방, 뚜벅이라 장을 볼 때나 쓰레기 버릴 때 꺼내곤 하는 접이식 폴딩 카트 등. 짐 늘어나는 거 싫다며 최소한의 것만으로 생활하자고 다짐했는데, 말하면서 보니 내 가방의 종류도 다양하긴 하다.


전에도 말한 적이 있는 것 같은데, 나는 작은 가방을 가지고 다니지 못한다. 작고 귀여운, 딱 카드지갑이나 휴대폰 정도만 들어갈 것 같은 가방이 얼마나 많은가. 예쁜 원피스 입고 앙증맞은 그런 가방 하나 딱 챙겨 들면 귀염 폭발이겠지만(미안, 내 덩치나 외모는 귀염 폭발 절대 안 되니까 이런 상상이라도. ㅠㅠ), 그렇게 들고 나가면 불안해서 잠시도 밖에 있기가 어렵다. 언제나 내 가방 안에는, 지갑, 휴대폰, 화장지(밖에서 급한 일 생길까 봐), 화장품 파우치(화장 안 해도 들고 나감), 간단한 필기도구(뭘 쓸 일이 없는데도 챙김), 작은 생수 한 병(진짜 나이 들었나 봐, 자꾸 목이 말라), 그리고 제대로 읽지도 못할 책 한 권. 대충 챙긴 것만 이 정도다. 여기에 그때의 외출 목적에 따라 챙길 게 더 늘어나기도 하니, 내 가방 크기가 어때야 할지 상상이 되려나? 이러다가 정말 장바구니 캐리어를 끌고 다녀야 할지도 모르겠다.



하루를 채우는 사람들의 가방 속 물건들과 다양한 가방의 역할을 구경하는 재미가 쏠쏠한 이야기다. 주인공의 가방 안에는 꼬마 탐정의 추리 도구가 가득하다. 아마도 이 아이는 주변의 많은 것에 호기심이 많은 것 같다. 이 꼬마 탐정 덕분에 나도 타인의 가방 속 일상과 호기심을 즐기는 시간이었다. 이미 내 가방 안에 가득한 것들 말고도, 또 무엇을 채울 수 있을지, 채우고 싶은지 상상하는 고민까지 더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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