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족주의보 이판사판
리사 주얼 지음, 김원희 옮김 / 북스피어 / 2023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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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관에 희망도서로 신청해서 받아왔는데, 막상 읽을 시간이 안 되어 시간만 흘렀고, 그냥 반납하기에는 좀 아쉬운 마음이 들어서 살짝 내용만 살펴보려고 하다가, 결국 끝까지 다 읽고야 말았다는 사연. 어디서 본 것 같은 기시감에 고개를 갸우뚱하다가, 뉴스에서, 고발 프로그램에서 종종 접하던 이야기였다는 게 씁쓸해지기까지 했다. 이거, 소설이 아니니까 말이다.


“25번째 생일을 맞은 리비는 변호사로부터 편지를 한 통 받는다. 거기에는 이름도 얼굴도 모르는 친부모가 자신에게 대저택을 유산으로 남겼다는 내용이 적혀 있었다. 매일매일 생활비를 아끼기 위해 노력하던 직장인이 하루아침에 억만장자가 된 것이다. 하지만 기쁨도 잠시, 리비는 이 저택에서 세 사람이 동반자살했다는 신문기사를 발견한다.”


책 소개 글에 혹하지 않은가? ^^ 생각하지도 못했던 거대한 생일 선물을 받는 기분은 어떤 걸까 싶어 상상하다가, 선물로 받은 대저택에 죽음의 사연이 있다는 게 찜찜했다. 내 것도 아닌데, 마치 내가 이 저택을 받아놓고 혼자 고민하는 게 우스꽝스러웠다. 그래도 뭐, 상상은 할 수 있는 거잖아? 리비는 양부모 아래서 성장했고, 사실 친부모를 찾아보려고 애썼는지까지는 모르겠지만, 현실의 삶에 충실하느라 어떤 여유를 가지고 살아온 것 같지는 않다. 그러다가 갑자기 하늘에서 뚝 떨어진 유산에 좋아하기에는 약간 미심쩍은 사연을 듣게 된다. 상속이 되었으니 받긴 받겠지만, 이놈의 호기심은 이 저택의 사연을 확인해야만 했다. 그러다가 오래된 신문 기사 하나를 발견하고, 그 기자에게 연락한다.


소설은 현재의 리비와 신문기자 밀러 연합, 1988년의 첼시(대저택)의 세월을 들려주는 화자, 또 한 사람인 현재의 루시가 이 저택에 얽힌 이야기를 들려준다. 듣다 보면 전혀 접점이 없어 보이기도 하지만, 각자의 시선으로 이 저택의 모습을 재연하는 듯해서 호기심이 생기기도 한다. 리비는 이제 자기 몫이 된 저택에 관해 알아야 했지만, 이미 오랜 시간이 흘렀기에 그때의 진실을 알 방법이 없다. 화자인 는 대상이 누구인지 모를 에게 그때의 가족이 어떻게 살아왔고 파괴되었는지, 왜 그 저택에 죽음이 깃들었는지 설명하려는 듯했다. 정해진 주거지 없이 떠돌면서 하루를 견뎌내는 게 최선인 것으로 보였던 루시와 아이들은 또 어떤 사연으로 이런 인생을 살고 있던 건가.


세 사람이 차근차근 들려주는 이야기를 듣고 있노라면, 또 한 번 고민하게 된다. 아이를 키우는 부모의 역할은 무엇이어야 하는지, 타인의 삶을 무너뜨리면서 내가 갖고 싶은 것을 빼앗는 이의 최후는 어때야 하는지. 물론 나는 이 저택에 남겨진 3구의 시신이 당연한 죽음이라고 생각하진 않지만, 적어도 데이비드 톰슨은 이 정도로 끝나서는 안 될 인물이기에 화가 좀 나기도 한다. 아이나 어른이나 할 것 없이 상대의 나약한 면을 파고들어 가스라이팅하거나, 강압적으로 상대를 누르면서 자기만 챙기는 인간이라면 죽어도 싸다. 생각해보면 이런 인간 여러 번 본 것 같다. 전혀 이해 안 되는 어느 종교의 교주가, 가족이라는 이름으로 희생과 당연함을 강요하다가, 어떤 관계인지 이름 붙이지 않아도 만들어질 수 있는.


영원할 줄 알았겠지. 남의 것을 탐하고 빼앗으며, 다른 이의 고통쯤은 가뿐히 무시하며 살아가는 게 줄곧 쉬웠겠지. 공동생활의 말도 안 되는 규칙을 정하고, 이것만이 옳은 거라며 따라야 한다고 강요하며, 혼자서 이 모든 것을 조종하며 자기 것을 채우는 만족감을 누리고 사는 동안, 다른 이는 무너져가고 있었다. 헨리의 가족이 나약해지면서 아이들을 돌볼 수 없게 되고, 저택에 모인 이들이 느끼는 부조리함에 떠나고, 이제 사람을 믿을 수 없다는 불신까지 심어줬다. 그리고 가장 중요한 건, 폭력은 겉으로 드러나는 상처가 보이는 것 말고 상처 안에서 곪고 있을 때 더 심각하다는 거다. 읽는 내내 많은 독자가 나와 비슷한 생각을 하지 않았을까 싶다. 어른들이 저질로 놓은 폭력과 나약함으로 이 아이들이 빼앗긴 25년의 세월은 어디서 보상받아야 하지? 이제야 진실을 알게 되고, 그때 그럴 수밖에 없던 상황을 이해한다고 해서, 그 세월이 돌아오는 건 아니지 않은가. 그 나이에 한참 누리고 배우고 사랑받아야 할 것이 사라져 버린 지금, 모든 게 좋은 것으로만 마무리되지 않는다. 뒤끝이 긴 독자의 삐딱함이라고 해야 할까.


성장 환경을 스스로 선택할 수 없다는 걸 알지만, 우리가 각자의 인생을 헤쳐나가야 한다는 건 안다. 그걸 알게 되기까지 누군가 끌어줘야 하고, 알려줘야 한다. 그 일을 해야 하는 이가 가장 먼저는 부모일 테다. 어른이, 부모가 자기 역할을 망각하거나 어리석은 선택은 하지 않기를. 누구보다 내 아이의 올바른 성장에 지킴이가 될 수 있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읽게 되는 소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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