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포와 광기에 관한 사전 - 99가지 강박으로 보는 인간 내면의 풍경
케이트 서머스케일 지음, 김민수 옮김 / 한겨레출판 / 2023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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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에 이렇게 많은 공포증이 있을까 싶을 정도로, 생각하지도 못했던 것에서 인간은 공포를 느끼고 있었다. 읽다 보면, 나는 어떤 공포를 느꼈는지 저절로 생각하게 되기도 한다. 벌레는 물론이고, 물을 무서워해서 바닷가 근처를 서성이는 것도 두렵다. 혹시 전기 사용을 잘못해서 불이 나지는 않을까 전전긍긍하기도 한다. 집 밖으로 나갈 때마다 문단속을 잘했는지 몇 번을 되돌아와서 확인하기도 한다. 작은 벌레에서부터 점점 뻗어 나가는 온갖 공포에 일상에서 수시로 두려움을 느끼는 게 정상일까 생각해본 적도 있다. 물론 그 답을 쉽게 찾지는 못했다. 그냥 인정하고 받아들이는 수밖에.


99가지 강박으로 인간 내면을 본다는 이 책은, 공포와 광기를 두려움과 집착으로 설명하고 있다. 공포증과 불안을 같은 종류에 속하는 정도로 분류하여 그 특징을 들려준다. 동물에 관한 공포증, 우리 몸으로 느끼는 공포증, 물건과 관련된 공포증, 타인(사람)과 연관된 공포증, 접촉에 관한 강박이나 공포, 시대의 증후인 집단 공포증, 멈출 수 없는 강박적 광기, 특색 있고 흔한 광기와 공포증을 말한다. 많이 놀라웠던 것은 스티브 잡스의 터틀넥이었다. 단추 공포증 때문에 입게 되었다는 것도 놀라웠는데, 이게 버튼 없는 마우스를 만들게 된 아이디어를 제공한 셈이 되었다니. 발명은 의외의 것에서 시작되는 게 맞는가 보다. 많은 이야기를 듣고 보면, 인간은 정말 생각하지도 못한 공포증을 갖게 되면서, 그것을 극복하거나 피하고자 애쓰는 삶을 이어나가기도 한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어디 이것뿐일까. 하루의 많은 시간을 함께하는 휴대전화는 우리 일상의 많은 것을 해결해주면서 주도하고 있다. 얼마 전에는 서울에 다녀왔다. 기차표 예매에서부터, 기차역에서 내려 지하철을 타고 목적지에 도착하기까지, 휴대전화 검색과 확인으로 안심을 얻는 시간이었다. 만약 휴대전화가 없었다면, 나는 미리 확인한 내용을 메모해서 들고 다니면서, 이렇게 가는 게 맞는 건지 수도 없이 들여다보며 확인하면서 목적지를 향해 갔을 것이다. 그 과정에서 발생하는 또 다른 불안은 어떻게 해결할 수 있을까. 이런 간단한 것까지 이제 우리 삶을 이 작은 기기 하나에 의존하는 게 되어버렸다. 휴대전화가 있으나 없으나, 불안과 공포가 우리 곁에 남은 건 마찬가지일 테다.


그렇다면 이 많은 공포증은 어디에서 기인한 것일까. 이유와 설명이 다양하지만, 그 기저에는 인간이 세상에 적응하려는 것에 있다고 한다. 다른 관점에서 보면, 앞서 있던 어떤 사건을 근거로 삼기도 하면서 모든 공포증에 공통으로 해당하는 게 아니라는 측면도 있다. 공포증은 심리학적 문제로 여겨지기도 하지만, 요즘에는 이데올로기의 문제로 다루어지기도 한다. 공포증과 동시에 광기에 관한 이야기도 하는데, 광기는 인간이 무언가 하고 싶어 하는 강박으로 본다. 결국, 공포나 광기 모두 인간 내면의 모습을 보여주는 것이며, 이 증상들은 요즘 시대를 살아가는 우리의 흔한 불안장애라고 할 수 있다.


사실 편하게 들을 수 있는 내용이기도 하지만, 듣다 보면 나를 옥죄는 불안이나 강박감이 내 삶을 어떻게 만들고 있는지 살펴보는 계기가 되기도 한다. 그러면서 내가 가졌다고 생각한 이 공포가 진짜 공포일지, 나를 불안하게 하는 강박일지 되짚어 보게 된다. 어쩌면 단순하게 생각하고 싶기도 한데, 이건 그냥 내가 싫어했던 습관이나 태도는 아닐까 하는 의문이 들기도 한다. 누구나 본인이 느끼는 불안과 공포가 두렵기는 하겠지만, 그 두려움 역시 인간이 극복할 수 있는 존재는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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