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의 영혼 오로라 - 천체사진가 권오철이 기록한 오로라의 모든 것
권오철 글.사진, 이태형 감수 / 씨네21북스 / 2023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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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남주의 소설이었나. ‘어쩌다 한집에 살게 된 두 여자의 왠지 부끄러운 소원이 오로라의 너울 속으로 빨려 올라가 회오리쳤다.’라는 문장이었을 거다. 시어머니와 오로라 여행을 떠난 여자의 이야기에 처음에는 이 무슨 이상한 여행 조합인가 싶었다가, 그저 한 사람의 인간으로 여자로 살아가는 순간의 한 장면일 뿐이라는 생각에 한참을 바라봤다. 아무 생각 없이 눈밭에 누워 바라본, 쏟아지는 오로라를 그대로 맞고 돌아온 이들의 일상은 여행을 떠나기 전과 달라졌을 거란 확신이 들었다. 분명 그 여행을 떠난, 오로라를 보고 싶었던 이유가 있었을 테니 말이다. 권오철이 찍은 오로라 사진으로 가득한 이 책을, 그때 그 문장을 만났을 때와 비슷한 느낌으로 읽기 시작했다. 막연하게 떠올렸던 단어 오로라를 이제는 전혀 다른 마음으로 보게 되리라는 것을 알았던가 보다.



첫 페이지부터 등장하는 우아한 오로라 사진, 낯선 땅 밟고 멈춰선 곳에서 바라보는 오로라는 어떻게 다가올까 싶었다. 어떤 이는 생애 이루고 싶은 버킷리스트의 하나일 것이고, 누군가는 그저 어디선가 일어나는 자연 현상쯤으로 봤을지도 모른다. 이유가 달라도 이 책 속의 장면들에 빠져들 수밖에 없던 건 똑같으리라. 이미 저자의 명성은 익히 들어왔던 터라 익숙하지만, 정작 그가 찍었다는 사진을 접해본 적은 거의 없다. 그러니 이번 책은 나에게 그의 사진과 가까워질 기회이기도 했고, 문장으로 봤던 오로라의 우아함에 취할 시간이 됐다.


신의 영혼이라 불리는 이유를 어렴풋이나마 알 것 같았다. 완전 무장을 하고 닿은 곳에서 마주한 오로라는 그 어떤 말로도 설명할 수 없는 경이로움이었다. 바쁘다는 핑계로 굳이 어딜 가서 뭘 봐야 하는 건 아니라고 말하곤 했는데, 아니다. 이건 기회를 만들어서라도 봐야 할, 생애 꼭 한 번은 보고야 말겠다는 다짐을 만드는 장면이었다. 그 신비로움을 뭐라고 표현해야 할까. 아무리 아름다운 색을 골라서 칠해봐도 오로라의 모습과 색을 그대로 표현할 수 없을 듯하다. 그러니 어쩌겠나, 직접 보는 수밖에 이걸 설명할 방법이 없을 테다. 어디선가 들었던 아이슬란드의 오로라가 전부인 줄 알았는데, 저자의 친절한 안내로 새롭게 알게 됐다. 캐나다의 옐로나이프에서 더 잘 볼 수 있다고 한다. 이미 유명한 관광상품으로 되어버린 오로라 여행 목적지는 정해진 셈이다.


오로라는 왜 생기는 걸까? 그 빛의 출처는 태양이었다. 태양에서 나온 전기 입자들이 행성의 자기장에 이끌려 오면서 대기와 반응하여 빛을 낸다고 한다. 사진에서는 대부분 초록이었는데, 오로라의 색이 꼭 초록만 보이는 건 아니었다. 그 역시 인간이 만들어낼 수 있는 색이 아니었다. 그럼 언제 오로라를 가장 잘 볼 수 있을까? 태양의 활동이 극대기에 달하면 오로라를 볼 확률이 높단다. 특히 춘분이나 추분을 전후로 한 시기가 안성맞춤이라고 하니, 오로라 여행을 계획한다면 참고하시라. 듣다 보면 이 책에는 저자의 사진뿐만 아니라, 오로라를 더 자주, 잘 볼 수 있는 여행 팁까지 함께한다. 혼자서 찾아가는 오로라도 의미 있겠지만, 여행 상품을 정해서 가는 것도 방법이다. 특히 저자처럼 이 분야를 직업으로 삼은 이가 아니라면, 대부분 오로라 여행은 초보일 거다. 그렇다면 차라리 여행 상품으로 오로라를 보러 가는 게 나을 수도 있다.


지구 자기력선이 강하게 형성되는 오로라 존은 대개 춥고 교통마저 좋지 않은 곳이다. 저자의 말로는 캐나다 옐로나이프는 오로라를 보기 위한 최적 날씨와 다양한 프로그램을 갖춘 곳이다. 미국 NASA가 꼽은 최고의 오로라 관측지라고 하니 믿고 가도 좋겠다. 흐리면 오로라를 볼 수 없는데, 옐로나이프는 연중 맑은 날이 240일이나 된다니 딱 맞다.


몰랐는데, 생각보다 많은 오로라 여행 상품이 있더라. 저자가 항공편부터 숙박까지, 그 추운 날씨에 어떻게 하면 안심하고 오로라를 보러 갈 수 있는지 오로라 여행 전 알아야 할 기초 상식을 친절하게 안내해준다. 사실 어떤 여행이 처음이라면 누구라도 할 수 있는 게 시행착오 아니던가. 생애 몇 번이나 이 여행을 계획할 수 있을까 싶으면서도, 어차피 두 번 가능한 여행이 아니라면 안심하고 안전하게, 만족할만한 여행이 되면 좋지 않을까. 저자의 권유 같은 추천 방법을 이용하는 것도 좋을 듯하다. 특이 이번 책에서 저자는 오로라 폭풍을 만날 방법을 들려준다. 거의 11년 주기로 활동하는 태양의 극대기에 오로라 폭풍을 만날 확률이 가장 높다고 하니 참고하시라. 오로라 예보와 실시간 관측자료까지 잘 숙지하고 간다면, 그곳에 머무는 동안 부족함 없이 오로라를 가슴에 담아올 수도 있겠지. 거기에 언제 또 담아올 수 있을지 모를 오로라를 사진에 잘 담을 수 있는 비결까지 들려주고 있으니 꼼꼼하게 살펴보면 좋겠다.


단순하게 생각했다. 저자가 그동안 찍어왔던 오로라 사진을 보여주면서 그가 느낀 황홀함을 독자에게 들려주는 정도가 아닐까 싶었는데, 아니었다. 그에게도 많은 시행착오가 있었고, 그가 사진 찍는 일을 전업으로 삼기까지 혼자 고민하고 갈등하던 시간도 있었다. 지금의 그가 있기까지 많은 시간 노력이 빠지지 않았으리라는 걸 안다. 그러니 이런 사진을 독자에게 보여줄 수 있는 거겠지. 여행서라고 하기에는 그 퀄리티가 높다. 누구라도 이 책에 담긴 사진을 본다면 당장 오로라를 보러 가고 싶어질 테다. 막상 오로라를 보겠다고 하니 막막할 것을 알아채고 작가는 친절하게 오로라를 찾아가는 방법까지 안내한다. 마치 그가 봤던 그 장면을 독자도 놓치지 않고 보길 바라는 마음이 아닐까 싶다.



가슴이 꽉 막힌 것처럼 답답했다. 뭐 하나 제대로 풀리지 않는 상황에 소화제로도 해결되지 않는 이 기분을 어떻게 해야 할지 몰랐다. 그때 펼친 이 책에서 위로받는 느낌이었다. 마치 내가 그 눈밭에 누워 하늘에서 쏟아지는 오로라를 눈에 담고 있는 것만 같았다. 아무것도 생각나지 않고 오직 눈앞의 빛만 가득한 것처럼, 그때만큼은 다 잊어도 좋을 만큼 마음을 내려놓을 수 있을 듯했다. 이런 사진을 보고 그곳에 가고 싶다는 생각, 그 장면을 눈으로 그리면서 현실의 답답함을 밀어두어도 괜찮은 마음이 이런 건가. 정말 그래도 괜찮다면 한동안은 계속 보고 있어도 좋겠다. 마음을 어루만지는 것은 물론이고, 마음에 들어와 버린 여행지로, 오로라로 남아있게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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