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블 - 두 구의 시체, 두 명의 살인자
정해연 지음 / 해피북스투유 / 2023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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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부터 살인사건을 분명히 보여주고 시작하는 이야기하는 걸 보니, 범인을 찾는 이야기는 아닌 듯하다. 살인 그 이상의 이야기가 펼쳐질 거라는 기대가 가득했다. 독자가 사건의 진상과 범인을 찾아가는 게 아니라, 사건을 버젓이 드러내놓고 범인까지 알려주었다. 살인의 이유도 분명했다. 현도진은 질척거리는 여자를 이제 떼어내고 싶었고, 그에게 살인은 본능처럼 쉬운 일이었으니까. 그가 잡힐까? 완전범죄를 만들까? 우연히 일어난 살인이라고 하기에는 즐기는 것으로 보였던 그의 본성은 무엇일까 싶으면서도, 이런 호기심은 이어지는 이야기에서 바삭 깨져버렸다. 또 다른 시체의 등장은 그를 살인자이자 피해자로 만들었고, 그의 가까운 곳에 그와 결이 같은 사람이 존재한다는 의미였다.


강력 1팀 형사 현도진은 살인을 저지르고도 버젓이 출근한다. 강심장이다. 아니, 그에게는 처음부터 심장이 없던 건지도 모른다. 동료가 힘들어하는 현장의 메스꺼움조차 그에게는 아무렇지 않은 일이다. 세상의 잔인함을 보고도 공감하지 못하는 그를, 우리는 사이코패스라고 부른다. 직장생활의 불편함이 없던 그에게 어느 날부터 출근하기 싫어지는 대상이 생긴다. 강력 1팀 반장 장주호. 현도진을 보는 그의 눈빛이 예사롭지 않다. 장주호가 현도진을 싫어하는 이유도 분명 존재할 테다. 현도진은 그 이유도 모른 채로 장주호의 시선을 받아내기 바쁘지만, 노련한 그는 그 눈빛조차 연연하지 않는다. 그에게 세상은 어려울 게 없었고, 그의 즐거운 놀이(?)는 완벽했으며, 그가 해내지 못할 일은 없었으니까 말이다.


어느 날, 대한민국 거물의 실종 신고가 들어오고 강력 1팀이 담당한다. 실종자를 찾아야 했지만, 현도진은 알고 있다. 실종자가 이미 살해되었음을. 우연처럼 그의 눈에 들어온 시신은 그의 본능을 피해 가지 못했다. 끝까지 사건을 추적하는 장주호 반장과 그의 팀원들, 그 중심에서 이 사건을 다른 시선으로 보던 현도진까지. 두 건의 살인사건과 두 명의 사이코패스의 대결은 이제 시작이다.


처음부터 끝까지 현도진과 장주호의 대결 같은 심리전으로 가득하다. 거물의 실종은 곧 살인사건으로 전환되고, 이 사건에 연루된 누구라도 범인을 찾는 일이 시급했다. 사건을 추적하는 팀원들과 이 살인을 알지만, 범인을 모르는 현도진 사이의 추적이 얼마나 다를까 기대되기도 했다. 무엇보다 장주호가 현도진을 나는 너를 아주 잘 알아.’ 하는 눈빛으로 바라보는 이유가 궁금했다. 둘 사이에 예전에 나쁜 인연이 있었던가? 아니면 현장 감각이 뛰어난 형사와 엘리트의 모습으로 형사를 표현하는 비주얼의 대결이었나? 외모로 보나 사건 해결 방식으로 보나 두 사람의 결은 너무 달랐다. 그런데도 너무 닮은 듯한 이 느낌은 뭔가 싶었다.


살인을 저지르고도 태연한 현도진, 눈앞에 주어진 살인사건 해결에 목숨을 건 듯한 장주호, 두 사람 사이에서 형사의 길을 차분히 밟고 싶었던 새내기 형사 선우신까지. 누구 하나 의심하지 않을 수가, 누가 범인이라고 단정할 수도 없었다. 그 중심에 서 있는 두 명의 사이코패스는 타고난 것인지 환경에 의해 학습된 것인지 확신할 수 없어서 더 공포가 된다. 어떤 상황에서도 상대를 알고 있다면 대응할 수 있다는 생각이었는데, 겉으로 보이는 것만으로 다 알 수 없으니 이런 일이 벌어지는 거 아닐까? 인간의 본성을 알고 싶으면서도, 막상 알고 다면 더 큰 두려움에 빠질 것 같기도 하다. 주변을 둘러보면 우리가 아는 많은 이가 선하고 인심 좋은 이웃 같은데, 그 내면까지 속속들이 안다고 확신할 수 있을까. 그래서 무섭다. 사람 좋은 웃음을 보이는 내 앞의 당신이, 혹시 내가 알아채지 못한 사이코패스 살인자일 수도 있지 않은가.


한 작가의 작품이 오랜 세월을 지나 다시 출간되는 이유는 많겠지만, 정해연 작가의 작품을 꾸준히 읽어온 독자의 한 사람으로 이 작품을 이제야 만나게 된 게 아쉬우면서도 다행이구나 싶다. 다른 작품처럼 이야기 속으로 빠져드는 건 순식간이었다. 범인 한 사람을 악인으로 그리는 게 아니라, 누구도 악인이 될 수 있지 않을까 하는 물음표와 느낌표를 남겼다. 나는 안 그럴 거라고 누가 감히 자신할 수 있단 말인가. 이 소설 속 주인공들이 하나씩, 차근차근, 자기만의 이익과 본성을 채우느라 변해가는 것을 보면서 확신하게 된다. 인간 사회에서 지켜야 할 것은 많아지고 그걸 지키면서 살아가야 하는 게 함께 사는 사회의 기본이겠지만, 그 기본을 깨트리는 것 역시 인간이라는 것을.


그 후에 그들은 어떻게 되었을까 하는 아쉬움이 조금은 남았는데, 드라마로 제작된다는 말에 아쉬움은 눈 녹듯 사라졌다. 문장으로 채운 스릴러의 긴장감을 마무리하듯 영상으로 더해준다고 하니 기다려야겠지. 무엇보다 장주호와 현도진의 캐릭터를 소설만큼 완벽하게 소화해낼 배우로 누가 캐스팅될지 기대된다. 살인을 완성하고 즐기듯 바라보는 그 눈빛, 궁금해 미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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꼬마요정 2023-02-06 00:00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정해연 작가님 좋아요!! 데뷔작이 다시 나왔더라구요. 저도 보러 갑니다^^

구단씨 2023-02-06 22:23   좋아요 1 | URL
데뷔작이라는 걸 이 책 소개 보고 알았어요. ^^
재밌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