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트 돔 아래에서 - 송가을 정치부 가다
송경화 지음 / 한겨레출판 / 2022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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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년 차 기자가 말하는 국회의 모습은 어떨까 궁금했다. 현직 기자이면서, 일반인은 잘 모를 곳의 이야기가 펼쳐지니 재미와 호기심이 동시에 일었다. 매체로만 접할 수 있는 분야이기도 했고, 기자라는 존재가 반드시 사실만을 전달한다고 믿지도 않았기에 말이다. 한 편의 기사가 나오기까지의 과정을 듣는 것 같기도 했고, 우리가 보고 듣는 기사의 진실이 어디까지일까 의심스럽기도 했다. 읽다 보니 알겠다. 그 분야에서 치열하게 부딪힌 사람만이 적어낼 수 있는 진짜 민낯이 여기에 있다고.


여의도를 배경으로, 국회를 중심으로 모여든 이들이 여기 있었다. 고도일보 정치부 말진 송가을 기자의 국회 출입이 시작되었다. 사회부에서 맹활약을 떨치던 시간은 어딜 가고 여기 오니 다시 말진이다. 정치부로 입문하여 국회에 들어가니, 이 정치판의 다양한 이야기가 펼쳐진다. 인사청문회부터 법안 심사, 국정감사, 예산 심사, 각 당의 대표 선거, 지방 선거, 그리고 정치의 꽃 대선까지, 정치판이 이렇게 흘러가는구나! 한눈에 알 수 있게 그 흐름을 다 겪어냈다. 좋은 기자가 되겠다는 송가을의 활약이 시작되면서, 끝까지 좋은 기자가 되겠다는 다짐이 남아 있을지 의심스럽기까지 했다. 누구나 시작은 비장하다. 사실만을 전달하는 정의로운 기자가 되겠다는 마음은 먹을 수 있다. 하지만 그 과정에서 온갖 유혹과 회유에 마음을 빼앗기면 권력의 흐름에 편승하게 된다. 송가을은 그 흐름을 무시하고 자기만의 길을 꿋꿋이 갈 수 있을까?


송가을은 조심스럽고 정의로웠다. 인사청문회에서 나올 법한 후보자의 비리를 파헤치기도 하고, 법안이 통과되게 하려는 이들의 노력이 빛나는 순간을 보기도 했다. 국정감사와 예산 심사에서는 그 뒷거래를 확인했다. 당 대표 선거 역시 뒤에 이어지는 지방 선거와 대선까지 연결된다는 걸 알았다. 이 과정에서 정치인의 욕망과 부조리를 확인하면서, 어떤 기자가 되어야 하는지 더 배우고 있었다. 이런 송가을의 다짐은 특종을 만들고, 억울한 사람이 없게 하려는 노력을 더 불태우게 된다. 솔깃한 제보가 들어와도 팩트 체크는 기본이다. 확인 또 확인해야만 정확한 전달을 할 수 있다. 물론 그 사실도 누군가 읽어줘야 기사가 되기에, 자극적인 제목으로 독자를 유인하기도 한다. 막상 그 페이지를 열었을 때 만족할 만한 기사여야 낚시질이라는 말을 듣지 않을 것이다. 한편으로 기자들의 세계라는 이 생존의 현장에서 낚시질 제목을 사용하는 건 어쩔 수 없는 게 아닐까 싶기도 했다.


하나의 기사를 쓰기 위해 이렇게 많이 뛰고 숨이 찰 수 있을까 싶었다. 닫힌 문 너머로 무슨 말을 하는지 귀대기를 하고, ‘꾸미라는 소모임을 만들어 기자끼리 연대하거나 정치인과 가깝게 지낼 연결고리를 만들기도 한다. 때로는 딜을 하면서 정보를 얻어야 할 때도 있다. 정치적으로 타협하지 않고 오롯이 진실만을 전달하는데 사명을 다하겠다고 다짐하겠지만, 현실에서는 그 다짐처럼 되지 않는 경우도 많았다. 각 당, 각 당의 대통령 후보의 마크맨이 되기도 하면서, 무엇 하나 놓치지 않으려고 눈을 부릅뜨고 있다. 누군가의 삶의 현장이기도 하고, 대한민국 정치계의 살벌한 싸움판이기도 했다. 그 중심에 국민이 있다는 걸 종종 잊은 정치인이 있기도 하지만, 그래도 우리는 믿으면서 기다린다. 다음에는 더 나은 사람, 국민의 목소리에 귀 기울여주는 정치인을 뽑겠다면서 말이다.


TV에서 보던 장면들이 그대로 서술되니 신기하면서도 재밌더라. 정말 이렇게 하는구나 싶어서 생생했고, 이런 어이없는 행동을 정말 하는구나 싶어서 헛웃음이 나기도 했다. 발의한 법 제정을 위해서라면 단식투쟁도 불사하고, 선거에서 이기려고 이슈를 만들고 거짓 장면을 연출한다. 가짜 뉴스는 말할 것도 없다. 권력의 갑질은 너무 흔했고, 이 갑질에 희생당한 을은 여전히 숨죽여 울고 있다. 억울해서 마지막 선택을 하기도 한다. 그런데도 권력자들은 그 희생에 눈물 한 방울 흘리지 않는다. 이 싸움판 같은 국회의 한가운데서 송가을은 무엇 하나 놓치지 않고, 억울한 사람이 나오지 않게, 정의가 살아있다는 걸 보여주고자 애쓴다. 그러면서 그 진흙탕 같은 곳에서 옳은 이념을 가진 사람을 찾는다. 타인과 약자를 배려하는 사람, 당론이 아니라 소신으로 한 표를 행사하는 사람, 잘못된 것을 인정하며 바로잡으려는 사람을 이야기를 전한다. 많은 기자가 이 전달자의 역할을 한다.


사람들이 외면하는 이들, 약자들에게 먼저 손 내밀고 목소리를 낼 수 있게 하는 기자. 난 그게 좋은 기자라고 생각해.” (323페이지)


오늘도 어김없이 인터넷 뉴스를 읽고, TV 뉴스를 본다. 세상에 일어나는 많은 일을 기사로 접한다. 우리 사는 세상이 이렇게 흘러가고 있구나 하고 생각한다. 이 책을 읽고 보니, 내가 지금 보는 뉴스 한 편이 어떻게 만들어지고 있는지 더 가깝게 느껴진다. 단독보도라면서 특종을 쏟아내는 뉴스에 어느 기자의 귀대기가 활약했을지도 모르고, 목숨 걸고 공익제보하는 이의 의지가 헛되지 않게 부조리를 밝힌다. 손이 보이지 않게 자판을 두드리며 기사를 내보낸다. 저자의 말처럼, 사회부 경제부를 넘어선 날것이 넘실대는 공간이 국회였다. 사실적인 묘사로 시선을 집중시키고 소설다운 로맨스는 재미를 더했다. 기자이면서도 이십 대 후반의 대한민국 직장 여성이 살아가는 모습 또한 볼만했다. 이 사회를 살아가는 모습에 많이 공감하게 된다.


국회의사당의 지붕, 그 민트 돔 아래의 이야기에 집중하고 달리며 작가는 말한다. 너무 달리는 거 아니냐고, 무엇을 위해 달리는지 알고 있느냐고 묻는다. 그러면서 내 삶을 다시 한번 돌아보길, 민트 돔 아래 밝게 켜진 저 불빛처럼 우리 삶이 반짝이게 만들기를 바라는 말일 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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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우 2022-10-15 09:5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정말 국회의원들 보면 그 머릿 속이 궁금할 때가 너무 많은 거 같아요. 처음 정치를 할 때 대체 무슨 맘으로 시작했고 지금은 그걸 기억들이나 하고 있는지.

구단씨 2022-10-26 23:02   좋아요 0 | URL
그러게 말입니다. 국민들을 위해 지금 뭐가 우선인지 모르는 걸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