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무에게도 말하지 마
할런 코벤 지음, 최필원 옮김 / 비채 / 2022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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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복한 날이었다. 벡과 엘리자베스는 그들의 추억이 깃든 장소로 결혼기념일을 축하하러 간다. 그날은 곧 엘리자베스가 사망한 날이 된다.


8년을 시체처럼 살았다. 눈앞에서 아내를 잃고 어떻게 살아왔는지 모르겠다. 의사인 그는 봉사하는 마음으로 빈민가에서 환자를 돌본다. 그러던 어느 날 그에게 도착한 메일 한 통. 그 메일에 담긴 아내의 모습은 충격이었다. 죽은 아내가 살아있는 건지, 누가 장난을 하는 건지 모르겠다. 누가 메일을 보낸 걸까? 아주 조심스럽게 보내온 메일은 한 번 더 이어지고, 벡에게 경고한다. 아무에게도 말하지 말라고. 갑자기 무슨 일이지? 게다가 아내가 살해당한 호숫가 근처에서 백골 사체 두 구와 혈흔이 묻은 야구방망이가 함께 발견된다. 점점 8년 전 사건이 수면 위로 떠 오르고, 살해당한 아내의 사건이 진실이 아니었을 거라는 의심이 계속된다.


나라면? 아내가 보낸 것이 분명해 보이는 메일을 받고 의심만 하고 있을까? 아니다. 호기심은 늘 위험을 감수하게 한다. 아내를 그리워한 시간도 이 위험을 선택하는데 한몫한다. 무엇보다 아내와 나만이 아는 신호 같은 이야기가 암호처럼 이어질 때 확신할 수밖에 없다. 누구도 아닌, 바로 내가 그리워하던 사람의 흔적이라는 걸. 죽었다고 생각하고 8년을 지내왔지만, 메일 한 통에 그 믿음은 순식간에 사라질 수도 있다는 것을 우리는 알고 있지 않은가. 그러니 메일을 받은 후 취한 벡의 모든 행동은 누구라도 비슷할 거다. 그 호기심을 따라가야만 한다는 것을. 위험할 걸 알면서도 아내가 보내는 신호를 따라가서 찾아야만 했다. 8년 전 아내의 죽음이 거짓이었다면, 왜 그래야만 했는지 이유를 밝혀야 했다. 그 어떤 진실을 마주하며 충격을 받더라도, 이렇게 할 수밖에 없던 상황을 받아들여야 했다.


함부로 속단할 수 없게, 한번 시작된 사건은 숨을 쉴 수 없을 정도로 빠르게 달려간다. 주변에 말하고 도움을 구하고 싶을 때마다 귓가에 아내의 경고가 울린다. ‘아무에게도 말하지 마.’ 특히 FBI에 쫓기는 벡은 누구도 믿을 수 없다. 그를 범인으로 지목하고, 모든 증거를 그에게 향하게 만드는 FBI의 의도가 무엇인지 몰라서 답답하기까지 하다. 어디 이들뿐인가. 누군가 벡의 모든 생활 주거지를 도청하고 있다. 모든 전화, 이메일, 그의 일거수일투족이 누군가의 감시하에 8년을 지내왔다는 게 믿을 수 없다. 도대체 이 사건의 배후는 누구인가. 모든 진실을 파묻은 채로 세월이 흐르게 놔둔 이유는 무엇이란 말인가. 벡은 누명을 벗고 죽은 아내의 진실까지 마주할 수 있을까?


크고 작은 단서들이 하나씩 밝혀질 때마다, 위기에 처한 벡이 순간을 모면하면서 진실의 중심에 다가설 때마다 긴장하면서 읽게 된다. 모든 사람이 의심스럽다. 아내의 시신을 확인했다는 장인, 벡의 누나와 함께 사는 쇼나가 정말 벡에게 아군일까, 아들을 구해줬다고 벡에게 호의를 표하는 티라이스가 정말 벡을 돕고 있는 걸까 싶고, 누군가 어둠 속에서 지시하는 건 이 사건과 무슨 연관이 있을까 궁금했다. 심지어 벡이 정말 아내를 죽인 건 아닐까 싶을 정도로, 진실에 다가서다가 매번 뒷걸음질 치는 기분이다. 그러면서 조금씩 앞으로, 앞으로. 언젠가 끝은 있고, 그 끝에서 마주하는 건 진실뿐이겠지. 그때 벡은 용의선상에서 벗어날 수 있을까, 아니면 더한 진실을 마주하며 경악하고 있을까. 한 번의 위기를 벗어날 때마다 반전이 펼쳐질 걸 기대하게 하는 이 묘한 이야기는 뭔가. 아슬아슬한 줄타기란 바로 이런 건가 싶을 정도였다.


할런 코벤의 다른 작품들처럼 이 작품 역시 진실을 알 것처럼 안심하게 하다가, 마지막까지 다 읽고 나서야 완벽한 진실을 마주하게 한다. 이 사람이 범인이군 싶다가도, 조금 아쉬운 증거에 그 확신을 무너뜨린다. 우리 사는 곳곳에서 마주하는 많은 일과 인간의 감정을 이야기 곳곳에 담아내면서 한 편의 이야기를 완성한다. 이 이야기 역시 작은 일 하나에서 시작한다. 정의를 찾는다고, 옳다고 믿은 일을 수행하고자 했을 뿐인데 이상한 방향으로 흐른다. 그걸 바로잡고자 했더니 또 사건은 벌어진다. 작가는 그렇게 크기를 다르게 해서 반복하는 듯한 흐름에, 인간이 따라가려고 하는 호기심까지 심어놓는다. 밝히지 않고서는 궁금해서 잠을 못 잘 갈증을 뿌려놓는다. 전혀 연관이 없을 것 같은 일을 서로 엮어놓고, 그렇게 엮인 실타래를 풀어가는 과정을 독자가 끝까지 확인해야만 잠들 수 있게 한다.


살면서 인간은 누구나 실수한다. 그 실수가 어떻게 시작된 것인지 몰라도, 해결해야만 하는 게 실수를 저지른 사람의 몫이다. 이야기의 끝에는 결말이 있기 마련이지만, 그 과정에서 하나씩 밝혀지는 사실에 우리는 인생의 찰나에 조금 더 집중하고 진지해야 한다는 걸 깨닫는다. 순간의 선택으로 많은 사람이 죽고, 슬퍼하며 고통에 빠져 살아야 하니까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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